얼마전 30대 회사원 A모씨는 퇴근 후 W은행 자동화기기에 돈을 입금하러 갔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입금하려던 돈이 기기에 걸려 입금처리가 되지 않은 것은 물론 돌려 받을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비상의 경우 작동해야 할 은행의 인터폰은 전부 불통. 하는 수 없이 1588로 시작하는 은행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상담원과 연결하는 데 10분 가량을 소모해야 했다. 10초당 18원인 휴대폰 요금을 감안하면 약 1천원 가량의 요금을 지불한 셈이다.
위 사례처럼 현재 ARS 요금은 해당 기업이나 기관이 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부담하게 돼있다. ARS 도입으로 기업·기관은 자사의 운영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봄에도 불구하고 통신비 부담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행태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ARS 요금을 해당 기업·기관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변재일(민주당) 의원은 행정기관이 ARS 요금 부과를 민원인이 아닌 해당 기관이 부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관이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 제고와 운영비용 절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민원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체 45개 중앙행정기관과 280여개 공공기관 가운데 상당수 기관에서 민원접수 및 안내를 위해 ARS전화를 운용중이지만, ARS 전화 운용실태는 어느 곳에서도 현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 의원은 "다수의 민원기관의 경우 ARS 번호를 누르는 시간뿐 아니라, 누르고도 상담원이 통화중일 경우 상당시간을 대기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대기하다 끊어지기도 한다"며 "행정효율과 기관 인건비 절감을 위해 ARS를 도입하여 상당한 경비를 절감하고 있으면서 정작 그 비용이라할 통화요금은 민원인이 부담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이미 ARS 요금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며 "ARS 요금 부담이 민원인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
변 의원은 이러한 정책이 방통위 소관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면 타 부처와 협의를 통해 ARS를 080번호를 부여하는 등 민원인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처리해 줄 것을 제안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제안에 대해 방통위가 적극 검토를 할 경우,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정기관뿐 아니라 일반 기업으로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