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차기 운영체제(OS) 윈도7 출시 3개월여를 앞둔 지난 8일. MS 입장에선 부담스런 소식이 날아들었다. '숙적' 구글이 PC를 겨냥한 크롬OS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것.
MS에게 OS는 영업이익의 45%를 차지하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이곳에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인 구글이 숟가락을 올려놓겠다는 것이었다.

나름 분위기를 타던 윈도7 이슈는 단숨에 MS와 구글의 경쟁으로 재편됐다. 블로그 기반 온라인 미디어 테크크런치는 '구글이 MS에 핵폭탄을 투하했다'는 자극적인 제목까지 달았다. 다른 외신들도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나올 크롬OS가 MS와 PC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기사들을 일제히 쏟아냈다.
구글의 공세에 가만히 있을 MS가 아니다. MS도 검색은 물론이고 웹기반 SW카드까지 뽑아들며 구글을 압박하고 있다. '눈에는눈, 이에는이' 전략이다. 구경꾼 입장에서 불구경만큼 좋은게 없다고 하는데, MS와 구글의 싸움 또한 불구경 못지 않다.
■거세지는 경쟁, 그 이면을 뜯어보면
MS와 구글간 전선은 이미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검색, 온라인 광고, 모바일 OS,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MS와 구글은 일대일 대결을 펼치고 있다. 크롬OS는 이같은 경쟁의 연상선상에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크롬OS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크롬OS를 통해 MS와 구글의 목표와 차이점이 보다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MS와 구글 모두, 미래 컴퓨팅에 대한 맹주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방법론은 다르다. MS는 데스크톱 OS를 통해 확보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웹으로 대표되는 컴퓨팅의 미래까지 잡으려 하는 반면 데스크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구글은 웹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MS제국이 세운 체제에 대한 전복을 꿈꾼다.
그런만큼 IT를 바라보는 두 회사의 생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구글은 역시 웹이 핵심이다. 구글에게 OS는 웹과 온라인 광고를 뒷받침하는 수단일 뿐이다. 반면 MS에게 OS는 내줄 수 없는 최후 방어선이다. PC시장을 지배하는 캐시카우 윈도OS가 없는 MS는 '이빨빠진 호랑이'에 가깝다.
씨넷뉴스는 구글은 웹에 초점이 맞춰진 OS를 통해 기존 OS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면서 크롬OS는 브라우저처럼 움직이는 OS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크롬OS를 통해 MS가 설정한 OS에 대한 정의를 바꾸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크롬OS의 특징은 속도다. 부팅과 함께 웹에 빠르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구글은 웹기반 애플리케이션의 확산을 노리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크롬 웹브라우저를 내놨을때처럼 크롬OS 또한 웹기반 컴퓨팅 확산을 위해 투입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구글이 망설이지 않고 크롬OS를 무료로 뿌리겠다고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구글에게 OS는 그 자체로는 돈벌이 대상이 아니다. 수익모델은 온라인 광고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 경영자(CEO)는 사용자들이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낼 수록 구글에겐 이익이라며 온라인에 있으면 있을수록 검색을 더 많이 할 것이고, 광고도 더 누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크롬OS를 통해 사용자들이 웹기반 애플리케이션이 익숙해지면 MS를 주특기인 온라인 광고의 판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였다.
MS에겐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다. OS를 확실한 수익모델로 틀어쥔 MS는 구글처럼 윈도를 무료로 뿌릴 수 없다. 그러기엔 잃을게 너무 많다. MS에겐 판자체를 다시 짜려하는 구글이 불온하고도 껄끄러운 존재로 다가오는 이유다.
구글의 공세는 개인 사용자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IBM이나 MS가 호령하는 기업 시장에도 총구를 정조준했다. 지메일, 구글 캘린더, 구글토크, 구글독스와 같은 구글 서비스를 묶어 유료로 판매하는 구글앱스가 선봉장이다.
구글은 구글앱스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검색과 온라인 광고 사업에 이는 또 하나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지난주에는 구글앱스에 오랫동안 붙어다닌 '베타'라는 꼬리표도 과감하게 내렸다. 구글의 이같은 행보는 크롬OS를 개발중이라는 것과 비슷한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북 시장에서 정면충돌
구글은 크롬OS가 파고들 첫번째 전략적 거점으로 넷북을 지목했다.
현실적인 접근이란 평가다. 넷북 사용자들은 일반 데스크톱이나 노트북PC과 비교해 OS에 정교한 기능을 요구하지는 않는 편이다. 구글이 밀고 있는 구글독스 같은 웹기반 애플리케이션이 파고들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다. 구글에겐 아주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크롬OS를 탑재한 넷북은 내년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휴렛패커드(HP), 레노보 등 다수 PC업체가 크롬OS와 관련해 협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넷북에 욕심을 내기는 MS도 마찬가지다. MS는 이미 넷북용 윈도를 PC업체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넷북 OS 점유율도 90%를 넘어섰다.
넷북이 처음 나올때만 해도 대세는 리눅스였다. 그러나 MS는 파격적인 가격에 윈도XP를 선보이며 판세를 단숨에 뒤집었다. 리눅스 기반 넷북을 구경하기 힘들어졌을 정도다. 사용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익숙한 윈도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이를 감안하면 MS는 크롬OS가 지지기반을 확대할 경우 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들고나올 수 있다. 무료로 공급되는 크롬OS의 연착륙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지칠줄 모르는 MS의 반격
MS는 MS다. 아직은 이름만으로 반은 먹고들어간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성장하는 구글에겐 부담스런 상대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지치지 않고 퍼부을 수 있는 실탄을 가진 MS다.
MS는 몇년전부터 '검색황제'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약발은 크게 먹히지 않았다. 적지않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MS 검색 점유율은 여전히 구글에 한참 밀린다. 검색시장에서 구글파워는 좀처럼 흔들릴줄 모른다.
그러나 MS는 기권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전력을 검색에 전진배치시키는 모습이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년간 영업이익의 5~10%를 검색 사업에 투자하겠다며 구글 추격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약간 오버하면 될때까지 밀어부친다는 얘기다.
MS는 무료 웹오피스인 구글독스 대항마도 내세웠다. MS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파트너 컨퍼런스에서 무료 또는 저가형 오피스SW와 경쟁하기 위해 웹기반 오피스 스위트 '오피스웹'를 내년 상반기중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오피스웹은 워드 프로세서 애플리케이션과 엑셀 스프레드시트,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 SW, 원노트 메시지 패드를 포함하고 있다. MS는 오피스웹은 데스크톱 오피스의 일부 기능만을 제공한다면서도 구글독스보다는 기능이 풍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크롬OS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스티브 발머 MS 회장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파트너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브라우저 중심적인 OS보다는 윈도가 바람직한 접근법이라며 PC 사용의 절반 이상이 브라우저밖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MS와 구글의 경쟁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상대방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를 직접 공격하는 판세로 전개되고 있다. MS는 구글의 주특기인 검색을, 구글은 MS가 틀어쥔 OS와 오피스SW 시장을 웹을 선봉에 내건 방식으로 공격하고 있다. 각자 안방이 흔들리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가급적 덜 맞고 많이 때려야 한다. 큰거 한방 잘못 맞으면 그대로 게임오버일 수 있다. 대단한 빅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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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예측불허.
MS가 OS를 지키고 구글검색을 흔들지 아니면 반대 상황이 연출될지, 그것도 아니면 지금처럼 각자 주특기를 지키며 상대방 영토를 기웃거리는 구도가 이어질지 그럴듯하게 예측하기에는 지금은 변수가 너무 많다. 변수가 많은 만큼, 흥행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