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큐브가 유상증자 방식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휴대폰 업체인 텔슨과의 인수합병에 반기를 들었던 주주들이 오는 3월 4일 47억원 상당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디지털큐브가 10일 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침을 공식화했다.
회사 담당자에 따르면 14명의 개인투자자가 이번 증자에 참여하며, 모인 50억원에서 2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돌리고, 나머지 30억원은 매출액과 합산, 주식매수청구권에 관한 반환 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디지털큐브의 이번 결정은 재무건전성 확보에 있다. 또 지난해 12월 무산된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위해 일반 공모가 아닌 제3자 배정 방식을 택한 것을 놓고 공모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에는 기업신뢰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큐브는 경영부침으로 휴대폰 기업인 텔슨에 인수∙합병(M&A)된 이후 아이팟을 겨냥한 터치 인터페이스 방식의 ‘아이스테이션 T5’를 선보이는 등 'PMP 명가'란 명예회복에 의욕을 보여왔다.
하지만 상황은 뜻대로만 되지 않았다.
텔슨과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반대하는 주주들이 내건 주식매수청구권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정부가 정책을 바꾼 덕분에 텔슨과의 합병을 겨우 추진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은 해당 업체가 연 6%의 이자만 지급하면 지불 연기가 가능한 구조다. 은행이자보다 턱없이 낮은 수치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큐브는 인기댄스그룹을 동원한 억대 스타마케팅을 버리는 등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술을 펼쳤다. 회사의 사정을 잘 아는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무리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업체 관계자들은 9일까지만 해도 "다음달 4일에도 디지털큐브는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할 것"으로 점쳤다.
한 관계자는 "소수의 주주들이 디지털큐브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봐야 본전도 찾지 못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라며 "회사가 망하면 자신의 몫도 챙길 수 없는게 뻔한데, 소수 주주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말도 못하고 애태우는 격이다”고 말했다. 디지털큐브가 주주들의 상황을 역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후 거세게 몰아친 경기 침체로 디지털큐브를 바라보는 까칠한 시선은 많아졌다. 투자비용을 원금이라도 거둬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란 지적도 있다.
증권가 반응도 싸늘한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투자상담사는 "주당 1,300원대에서 지금은 700원대를 간신히 유지하는 업체다. 여러 차례 증자와 청구권 연체로 기업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디지털큐브의 투자가치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