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이석채 신임 KT 사장이 공식 취임했다. 총체적인 경제위기와 이익률 저하로 위기에 빠져 있던 KT는 회사 내외부에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 받아 왔다.

이 사장은 취임 한달 여 전부터 경영디자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영쇄신안을 마련하면서, 기존 임원진의 대규모 인사와 추후 KT-KTF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날 이 사장은 취임 첫날, 본질적인 기업쇄신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시행했다.
■KT 터줏대감들 물러나나?
KT는 취임 이틀 전인 12일 상무보 이상급 임원 73명의 일괄 사표를 받았고 이 중 살아남은 임원은 고작 30명에 불과하다. 절반이 훨씬 넘는 43명이 아직 발령을 못 받았다. 이는 임원의 50% 정도가 물갈이 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초과한 수치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는 KT 내부승진 사례로 한때 남중수 전 사장의 후임으로 거론됐던 윤종록 부사장이 제외됐으며, 남 전 사장에 이어 서열 2위라고 할 수 있는 서정수 부사장도 한직으로 발령받는 등 기존 KT의 실세들은 사실상 밀려났다.
서정수 부사장은 조직 내부에서 신임 사장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전략방향을 정하는 코퍼레이트센터의 그룹전략CFT장으로 발령이 났지만, 코퍼레이트센터장인 표현명 ‘전무’ 아래로 들어간 점과 KTF 합병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부서인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KT 측은 이번에 발령나지 않은 43명의 임원들은 내부 정리가 되는 대로 기업영업단 등 마케팅 현장과 자회사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KTF, SKT 출신 등 7명 임원 신규 선임
이번 인사에서 살아남은 30명의 임원을 제외하고, 새로 7명의 임원이 발령을 받았다.
코퍼레이트센터의 경영전략담당 서정식씨는 내부 승진 사례이고, 동 센터 통합이미지전략담당 남규택씨는 KTF의 임원 출신이다.
그리고 휴대인터넷사업본부의 이경수 본부장과 가치경영실의 김연학 실장 역시 KTF 출신으로 총 3명의 KTF 출신 임원이 배치됐다.
홈고객부문의 노태석 부문장은 KTH 사장 출신이며, 기업고객2본부장 계승동씨는 KT파워텔 출신 임원이다.
또 SK텔레콤 출신으로 미디어본부장을 맡은 서종렬씨도 주목 받고 있다. 그는 SK텔레콤에서 차세대무선인터넷사업추진단 사업전략담당 상무, 커머스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진짜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인다. KT의 쇄신을 위해 기존 임직원을 과감히 교체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연내 KTF와의 합병 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 사전에 포석을 깔아 놓았다는 의견도 있다.
KT는 이번 인사와 함께 올 3월 지급될 임원들의 2008년 성과급 20%를 삭감하기로 했다. 또한 임원들은 업무용 차량의 등급을 낮추고 해외출장 시 일반석을 이용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비상경영결의서에 서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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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해 기존 임원 43명의 거취가 불분명한 가운데, KT의 진짜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무대우 급 임원 등에 대한 자진 명예퇴직을 신청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KT의 진짜 구조조정은 이르면 올 6월에 마무리 될 KT-KTF 합병과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