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미디어랩,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반입력 :2008/12/10 14:33

이설영 기자 기자

KOBACO의 독점체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민영 미디어랩 설립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간의 찬반양론이 거세다.지난 27일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지상파 방송 광고 판매대행 독점이 헌법에 불합치된다는 판결을 내린 뒤 민영 미디어랩 설립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한 상황.민영 미디어랩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방송 공공성 저해 및 지나친 시청률 경쟁 ▲매체 간 균형발전 저해 ▲대형 광고주 중심의 광고시장 재편 및 영업경쟁 과열 ▲종교방송사 등 제도 변화에 따른 경영악화 및 퇴출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반면 민영 미디어랩을 도입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현행 KOBACO 독점 체제가 ▲광고 가격구조 왜곡과 후생감소 ▲광고시장 경쟁력 및 시장경쟁 저해 ▲끼워팔기에 의한 불공정거래 ▲광고가치 왜곡 등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이 가운데 지난 9일 미디어미래연구소와 한국방송학회가 공동으로 '방송통신융합시대 방송광고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토론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토론자로 나선 인하대학교 김상훈 교수는 "지난 6월에 헌법재판소가 방송광고 사전심의가 위헌이라고 판정했다"면서 "당시에도 사전심의가 철폐되면 시청률 경쟁이 심화돼 저질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지금 보면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이어 "민영미디어랩 도입과 관련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이야기가 돼왔고 진작에 도입돼서 시장경쟁을 활성화시켰어야 했다"면서 "다양한 매체들을 아우를 수 있는 크로스 미디어 형태로 가면서 지상파 방송에 하나씩 두는 체제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성공회대 최영묵 교수는 "최근 헌재의 판결은 기존 KOBACO 체제 하에서만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 다양성이 지켜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인 것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자유롭게 광고영업을 해야 한다는 해석과 당위성들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최 교수는 "따라서 지금까지 KOBACO가 했던 공적 역할들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민영 미디어랩이 도입 되더라도 이런 것들을 어떻게 지켜낼 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KOBACO의 독점체제가 무너질 경우, KOBACO가 수행했던 공적기능을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반면 지역MBC정책연합 김석창 팀장은 "이 엄동설한에 민영 미디어랩이 도입된다고 해서 실제 광고시장이 더 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과당경쟁이 일어나 지상파가 소멸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김 팀장은 "헌재 판결 이후 KOBACO의 순기능까지 싸잡아서 문제 있다는 판단을 하는 이런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없이 민영 미디어랩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처장도 "단지 실질적인 경쟁을 위해 KOBACO 체제를 굳이 깨고 다른 걸 하자는 주장에 대해 아무리 따져봐도 이해가 안된다"면서 "KOBACO는 지금까지 비교적 장르적인 균형을 잡고, 취약매체를 지원하며, 가격조정을 하는 등 조정 기능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한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성기현 사무총장은 "독점 체제가 깨지고 경쟁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의 틀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라며 "지상파와 케이블TV가 매체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성 총장은 이어 "이런 논의들을 시작하는 현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 경쟁을 위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