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대수를 줄여야 한다”
일반 기업체 사장님 '말씀'이 아니다. 프린터 회사 대표 얘기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할 회사대표의 말 치곤 좀 생뚱맞다. 그러나 좀더 듣다보면 맞는말같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지난 3일 늦은 저녁, 렉스마크 간담회에서 정영학 지사장은 “현 아웃풋(Output: 프린터, 복합기, 팩스)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프린터 레스 세이브 모어’(Printer Less. Save More)로 불리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출력을 줄여, 더 많은 것을 절약한다’라는 말이다.
정영학 지사장은 이날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란 주제로 국내외 경기한파를 극복할 대안 중 하나로 프린팅 매니지먼트의 개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체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기업매출액의 3%~10%가 아웃풋에서 쓰이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기업들이 모르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며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비용절감이 당면과제로 떠오른 만큼 프린팅 시스템의 진단, 관리를 통해 운영 혁신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정 지사장은 기업들이 프린터 비용 절감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습관과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부분 기업들의 전체 출력량을 집계해 보면 84%가 프린터에서 나온다. 복사나 스캔보다 압도적으로 비중이 크다. 만일 100장을 프린터 했다면 출력물에 98%는 A4 용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의 은행들은 관련된 출력물이 없어도 A3를 관행처럼 들이고 있다. 결국 이는 공간과 비용의 낭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무계획적인 프린팅 하드웨어 도입에 따른 낭비도 심각한 수준. 대기업 기준으로 조직 67%가 어떤 출력을 하고, 토너가 얼마나 들어가며, 언제 구입한 장비인지, 몇 개 회사의 제품에 몇 개 모델을 쓰고 있는지에 관한 총체적인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단다.
출력을 해놓고도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는 기업 비용손실로 이어진다. 정영학 지사장은 “재미있는 사실은 10장을 인쇄하면 5장은 버려진다. 50%의 출력물이 당사자의 손에 넘어가지 않고 쌓였다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드웨어의 적절한 자리배치는 물론 엄격히 제재할 수 있는 프린터 종합 관리 솔루션의 부재가 이 같은 낭비를 초래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프린터 낭비는 환경에도 좋지 않다. 정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직원 한 명당 1년에 1만 3천장을 출력한다. 2천명을 기준으로 하면 1년에 2천 6백 만장을 출력하게 되는데 이를 공급하기 위해선 16에이커(약 4천47㎡)의 나무가 필요하다. 약 2만평의 땅에 있는 나무가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5년 후 맺게 될 포스트도쿄의정서 협약. 이는 대기오염 온난화 현상과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선진국간 맺은 탄소협약으로 ‘탄소배출권’을 돈을 주고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에 관해 한국은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적지 않은 충격파가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성능 복합기가 만들어져 폐기될 때까지 발생하는 탄소량은 어떻게 될까?
제품 설계∙제작에 탄소발생률은 7%, 제품유통에 0.4%,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에 8%, 토너생산에 6%, 나머지 약 80% 가량이 종이다. 즉, 비용 측면을 고려할 때 사용 단계에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영학 지사장은 “처음에 언급한 프린터 대수를 줄이자는 말의 뜻은 기업 체질에 맞는 현명한 프린터 종합 관리 툴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접근성이 용이한 제품 배치인지. 업무환경에 적합한 소모품을 쓰는 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되는지, 적정 규모에서 요구되는 장비 수량인지 등의 모두를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