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이 지난주 6천명 감원을 골자로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들어서만 두번째다. 썬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투자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 대안'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썬은 지난달 2009년 회계연도 1분기에 16억8천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위기로 스팍 프로세서 기반 고성능 서버 사업이 타격이 입는 바람에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7% 줄었다. 불황임을 감안해도 부진한 성적표다.
썬은 주식 가격도 지난 1년간 크게 떨어졌다. 연초 25달러정도 하던게 2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3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사모펀드나 경쟁 업체에서 인수하고픈 욕심이 들수도 있는 가격대다.
이런 가운데 21일(현지시간) 씨넷에 '썬이 인수되지 않을 다섯가지 이유'란 흥미로운 타이틀의 글이 올라왔다. 읽어보니 현재로선 투자가치가 크지 않다는 얘기가 많았다.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주식 가격이 싸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물기에는 썬은 목에 걸리는게 많다는 것이었다.
우선 금융시장 경색이다.
썬을 인수하기 위해 주식을 현금처럼 써야 하는 잠재적인 인수자들은 지금 주식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금을 써야 하는데, 신용 위기 시대에 현금이 지닌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는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퍼지고 있다. 일을 벌리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썬이 '더블펀치'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썬이 가진 사업의 성격도 거론됐다.
썬의 소프트웨어 사업은 아직 기존 사업에서 나오는 손실을 보완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스토리지텍 인수를 통해 키워온 스토리지 솔루션도 한창때는 지났다는 평이 나온다.
씨넷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썬의 다양한 사업 부문들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IBM, HP, EMC, 마이크로소프트(MS)를 꼽았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갖고 있다. 나름 성장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썬의 특정 사업 단위를 인수할지는 의문이란게 씨넷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썬은 여전히 나름 매력을 지닌다. 씨넷은 썬의 지배주주중 한명이 사업 일부를 선택적으로 매각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샌포드C. 번스타인의 토니 새코나기 애널리스트의 연구노트 내용을 전하고 있다.
새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전략은 정확하게 정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주당 7~8달러 가량의 가치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이SQL(MySQL), 자바외에 다른 소프트웨어 사업을 잠재적인 매각 아이템으로 꼽았다.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및 스토리지 제품 등 저성장 사업은 연구개발(R&D)을 축소하고 직접 판매팀과 지원을 줄이는 시나리오도 언급했다.
그러나 새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전략은 위험을 동반하고 있음도 빼놓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그는 현재로선 내부 비용 절감이 썬이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효과적이지 않은 경영도 도마위에 올랐다. 수익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입증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씨넷은 썬은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갖고 있지만 제품 혁신 능력이 부족하다는 투자 은행가의 지적을 전했다
썬은 현재 26억달러의 현금과 단기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우선순위부채 7억달러를 추가하면 총 현금 보유액은 줄어든다. 그래서일까. 씨넷은 주식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도 썬을 위한 백기사는 조만간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