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1위 네이버가 공격적인 오픈소스 전략을 들고나왔다. 네이버 기술을 협의된 '독립사이트'에서 무료로 갖다 쓸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선언한 것.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계적인 오픈소스SW 확산 추세에 맞춰 자체 IT 기술을 대거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NHN 김평철 기술부문장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완성도는 양질의 콘텐츠가 얼마나 생산, 유통, 소비되는 지로 평가된다”며 “이를 위해 네이버는 서비스뿐 아니라 바깥 영역에서도 양질의 정보가 성장해야 한다”며 기술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 오픈API로 독립사이트 확 키운다
우선 네이버는 올해 안에 오픈API 정책을 통해 외부 독립사이트와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 콘텐츠는 해당 사이트에서 검색결과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A란 사이트에서 ‘첫눈’를 검색하면 네이버 '날씨’나 ‘영화’ 카테고리에 올라온 ‘첫눈’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방식이다. 콘텐츠 부족으로 고민하는 독립 사이트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소식이다.
네이버는 API 개방에 대해 수익과는 무관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평철 부문장은 “앞으로 항공사진을 비롯해 콘텐츠를 새로 개발할 때마다 API 개방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대승적 의미에서 그동안 축적해온 다양한 웹기술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오는 12월과 내년초에 걸쳐 콘텐츠 관리 시스템 ‘엑스프레스엔진(XE)’과 큐브리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nFORGE’ 등 다양한 기술을 무료 제공한다.
이에 따라 다른 사이트들은 네이버가 공개한 기술을 게시판과 회원관리, 콘텐츠 유통 등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 “늘어난 콘텐츠, 수익으로 돌아온다”
네이버는 무엇을 위해 오픈소스 전략을 꺼내들었을까. 김평철 부문장은 “네이버의 콘텐츠 유통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인 수익 목표”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이번 전략으로 국내 정보 유통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늘어난 정보를 유통시킬 ‘물류’ 시스템 역할이 커지는데, 이를 네이버가 맡겠다는 것이다.
물론, 늘어난 정보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구글 등 다른 인터넷 업체로 유통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평철 부문장은 “누리꾼들은 지금도 가장 많은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포털 1위 네이버를 선택할 것이다”며 “검색시장이 커지면 이득 보는 것은 결국 네이버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리하면 네이버는 기술공개를 통해 독립사이트를 양성하고 국내 콘텐츠 양을 늘린 뒤 이를 유통시켜 검색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 “오픈 플랫폼은 글쎄...”
간담회에서는 구글이나 다음 등이 밀고 있는 ‘오픈플랫폼’도 거론됐다. 오픈플랫폼은 말 그대로 플랫폼을 개방, 어떤 개발자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음을 뜻한다. 일반 개발자가 애플 아이폰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한게 대표적 사례다.
만약 네이버가 오픈플랫폼 전략을 취한다면 누구나 개성 있는 네이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구글을 중심으로 다음, 파란, 야후 등이 여기에 동참하고 있지만 네이버는 아직 움직임이 없다.
이에 대해 김평철 부문장은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네이버도 채용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한정돼 있기에 오픈플랫폼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며 “셀 수 없이 많은 개발자를 네이버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네이버는 오픈플랫폼에 대한 검토는 공식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직은 서비스 제공에 있어 오픈플랫폼이 절실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오픈플랫폼이 모바일이나 소셜네트워크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을 볼 때, 검색에 기반한 네이버의 입장은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김평철 부문장은 “향후 새로운 모바일이나 소셜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이상 네이버의 오픈플랫폼 행보는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