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실명인증, '네티즌은 답답해'

일반입력 :2008/10/23 17:04

김효정 기자 기자

10대 중학생인 박모군은 얼마 전 익숙치 못한 경험을 했다. 인터넷에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국내 한 유명 인터넷쇼핑몰에 가입하려 했지만 '실명확인'이 안 된다며 회원가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이트에서 실명확인이 안되는 이유를 살펴보니 실명확인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에 자신의 이름이 등록돼 있지 않았거나 은행 및 카드 거래가 없거나 실명 기록시 관련직원의 오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박군의 회원가입을 위해 실명인증을 대행하는 사이트를 통해 실명인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실명인증 대행 사이트는 한국신용정보(마이크레딧), 한국신용평가정보, 크레딧뱅크, 서울신용평가정보, 네임체크, 사이렌 24 등이 있다. 이 중 박군은 네임체크에서 실명인증을 받았는데, 실명인증 과정에서 무려 3번이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를 해야했다. 여기에는 이메일 주소는 물론, IP주소와 IP로그 등 실명인증과 무관한 사항들도 포함돼 있었다. 만약 온라인 인증이 아닌 경우에는 주민등록증 사본을 팩스로 제출해야만 한다. ansgurdk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은행거래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실명인증을 해야만 했다"며 "번거로움 보다 네티즌을 범죄인 다루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네티즌들은 실명인증이 되지 않아 신규 사이트 가입에 애를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아직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경우 그 빈도가 더 심하다. 이는 올초부터 이슈가 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촛불집회에서 촉발돼 최근 유명 연예인의 자살 등 인터넷 익명성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정책적으로 인터넷 실명인증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인터넷 사업자의 91.9%가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자상거래를 위한 사이트의 경우는 100%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있다. 특히 해당 사이트에서는 주민번호 수집 목적 중 정부기관의 고객자료 요청시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사례도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국회 문방위 소속 최문순 의원(민주당)은 "웹사이트 운영에 따른 문제발생으로 인해 수사기관에 의뢰 시, IP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를 의무적으로 요청하는 사정기관의 수사 편의주의적 행태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민번호의 수집 및 이용은 사업자 차원에서 통일되고 명확하며 필요불가결한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닌 관행적인 차원에서 수집되는 측면이 강하다. 때문에 주민번호의 수집은 더욱 신중해야 하며 대체수단의 확보와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