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개 사업자만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독점은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나 요금 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시장이다. 우리나라 통신비는 OECD 국가 중에서도 12위 수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해 상당히 높다. 특히 전체 통신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휴대폰 요금이 높은 통신비의 주된 이유이다. 따라서 최근 서민생활 안정화 방안으로 활기차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 가계통신비 절감 이슈다. 올해 들어 정부에서도 관련 정책을 쏟아 내고 있는데, 대부분이 이동통신 요금 절감에 대한 것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저소득층 휴대폰 요금 인하와 와이브로의 음성탑재, 결합상품 출시에 따른 요금할인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고착화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이통사들이 밥그릇을 내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MVNO 할당하는 ‘도매 규제’ 필요가장 근본적이로 효과적인 휴대폰 요금절감 방안은 MVNO(망임대 사업자)를 도입해서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방통위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도입 필요성이 수 차례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이통사 3사는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만을 강조하는 사업자 위주의 경쟁 활성화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동안의 정책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T의 점유율을 제한하고 꼴찌 사업자 LGT를 살리기 위해 보조금 제도 등 '소매 규제'에 집중돼 있었다. 진정한 경쟁 활성화를 통한 휴대폰 요금의 인하를 위해서는 MVNO를 도입해 제4, 제5의 이통사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이통사들이 자신의 이동통신망을 도매 가격에 MVNO 사업자에게 임대해 줘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의무적인 임대를 부과하는 '도매 규제'가 필요하게 된다. 방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보조금 제도 규제 등 기존의 정책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소매 규제는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라며 "소비자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려면 일정부분 사업자를 규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대다수 국가는 정부의 도매 규제에 의한 MVNO 도입이 활성화돼 있고, 미국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사업자 간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점차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착화된 국내 이통시장 깨려면, ‘해외 자본’ 도입 고려해야… 이에 대한 이통사의 반박논리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과도한 관여는 자본주의 시장질서를 무시하는 것이며, 신규 서비스를 위한 설비투자 의욕을 꺾어 산업 전반의 후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위해 설비와 기술을 투자한 것을 정부에서 MVNO 사업자에게 도매가로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공산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돈을 벌기 위해 구축한 사유재산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과연 차세대 기술이나 서비스 개발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시장이 소비자 위주가 아니라, 지나치게 사업자 위주의 관점과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3사가 형성해 놓은 국내 이통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충분한 선택권이나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국내 사업자의 구조나 이해관계 때문에 통신요금 인하를 하지 못한다면, 외국계 자본이나 이통사를 적극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