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으로 무료백신 돌풍을 일으킨 이스트소프트가 다시 또 안철수연구소(안랩)를 상대로 도발(?)을 감행했다. 개인 백신 시장 1위는 V3가 아닌 알약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스트소프트는 7일 "알약이 9월기준으로 국내 백신 사용자 수 1위를 달성했다"며 "V3는 20년만에 1위 자리를 내놓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이스트소프트가 인용한 인터넷 조사업체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알약은 9월에 사용자 1천335만명을 확보, 1천327만명인 V3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같은 결과에 이스트소프트는 축제 분위기다. 회사 측은 "이제 2위로 내려앉은 V3와 1위 알약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하지만 알약은 무료이면서도 유료의 성능을 능가해 앞으로도 독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랩 "이스트소프트, 상도 버렸다" 안랩은 이스트소프트의 '1등 마케팅'에 대해 "상도의를 저버린 '오버액션'"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안랩은 우선 알약이 1등의 근거로 제시간 코리안클릭 조사가 20여종의 V3의 제품 중 단 두개(V3 IS 2007, V3 Pro 2004)만을 대상으로 했음을 문제 삼았다. 실제 V3 제품군 사용자를 모두 합치면 2천만명에 가깝다는 것이 안랩 측 주장이다.안랩 관계자는 "이스트소프트가 코리안클릭 조사를 자기네에게만 유리하게 억지로 해석, V3를 호도하고 있다"며 "기업간 상도의를 아예 저버린 행위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이스트소프트도 그냥 있지는 않는 모습.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알약이란 단일 제품과 V3 20여종을 비교하자는 안랩의 주장이 오히려 어불성설이다"며 맞받아쳤다.두 회사 간 논쟁에 대해 조사 결과를 제공한 코리안클릭은 비교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치는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코리안클릭 백진주 팀장은 "V3 제품을 어디까지 알약과의 경쟁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수치는 바뀐다"며 "알약이 나날이 약진하고 있지만 다양한 제품군을 가진 V3의 강세도 계속되는 형국이다"고 말했다.■ 무료vs유료 비교 의미 없다? 이 같은 안랩과 이스트소프트간 논쟁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따갑다. 서로의 약점을 꼬집어 내는 마케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랩을 상대로 자극적인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고 있는 이스트소프트는 '무료 제품을 풀어 유료보다 사용자를 늘린 것이 자랑이 아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는 무료끼리 비교해야 시장경쟁 논리에 맞는다"며 "무료인 알약이 3만원이 넘는 V3보다 빨리 퍼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스트소프트는 사용자 수 1천만이 넘는 '알툴즈'를 통해 알약을 무료 배포하고 있다. 업계는 사용자 수 측면에서 알약이 같은 무료백신인 네이버 PC그린 보다 앞서있는 이유로 알툴즈를 꼽고 있다. 개인백신 시장이 수익 측면에서 의미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이스트소프트에겐 부담이다. 기존 백신기업들은 이미 무료가 범람하는 개인시장 대신 기업과 공공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한 마디로 알약이 1등이라고 주장하는 개인백신 시장은 수익 측면에서 경쟁자들의 관심이 식은 곳이란 설명이다. 돈이 된다는 기업/공공 시장만을 놓고 보면 알약은 아직 V3의 상대가 못된다. 이 시장은 V3가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갖고 있고 시만텍이나 맥아피 등 외국 기업들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이스트소프트는 올해 기업용 알약을 1천400여개 기업에 공급하며 '탈 개인용 시장' 전략에 드라이브를 건 상태다. 그럼에도 아직 기업 시장에선 '마이너'란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