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능 '변종 PMP'들의 약진…아이리버 '피플 P20'

일반입력 :2008/09/26 11:43    수정: 2009/01/04 16:28

류준영 기자 기자

휴대용 디바이스 ‘변종’들의 나들이가 시작됐다.

이동형 PC시장에 특화된 저가형 노트북인 ‘넷북’,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일안반사(DSLR) 카메라, 3D 입체영상까지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보다 더 월등한 음악재생기능을 제공하는 뮤직폰 등 제 기량보다 ‘한술 더 뜨는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DNA 변형' 일변도의 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휴대형 멀티미디어 재생기(PMP)이다.

와이브로(휴대인터넷) PMP로 모바일 인터넷시장의 패권을 놓지 않겠다는 코원의 ‘P5 와이브로 패키지’를 비롯, 디지털큐브도 이에 맞서 내달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을 채용한 PMP를 앞세워 응수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PMP의 새 장르인 ‘PMP폰’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PMP 시장의 양대 축인 코원과 디지털큐브의 틈바구니 속에서 차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제조사는 바로 레인콤이다.

PMP의 개발역사는 두 회사에 비해 짧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대표선수들을 내놓으며, 이들 업체간 우승경쟁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지디넷에서 다루게 될 제품은 캐논, 니콘, 소니 등 풀프레임 DSLR 시장 3파전의 틈새에서 ‘어부지리식’으로 이익을 얻게 될 멀티미디어 스토리지 뷰어용 PMP(모델명: 아이리버 피플P20)이다. 카메라 시장 분위기에 동승하여 제때 출시일을 잡은 제품이다.

레인콤이 두 번째로 선보인 P20의 패키지를 열었을 때 범상치 않은 외모와 유저인터페이스(UI)와 마주치게 된다.

언뜻 봐선 수동 필름 카메라의 조작부가 위치해 있는 후면을 보는 듯하며, 제품을 켰을 때 나타나는 UI는 마치 구식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잡던 핀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최근 IT디바이스들의 유행인 슬림형 제품과는 정반대의 두꺼운 사이즈가 얼리어답터들에게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또 손바닥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가 아닌 타사 PMP와 거의 비슷한 일반적인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헤드폰이 없으면 DMB 시청이나 라디오 수신이 어려운 2.4인치(320×240) 제품과 동일한 취약점을 가졌다는 점은 좀 ‘민망한 구석이 있다’는 견해다.

이 제품에서 놀라운 것은 104.14mm(4.1인치) 디스플레이에 색감이 뛰어난 고가의 AMOLED를 적용시켰다는 것.

이럴 경우 기존의 TFT-LCD를 장착할 때보다 비용이 3배 이상 뛰게 되므로 제품의 가격포지션에서 제조사는 더욱 애를 먹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 제품이 출시됐을 무렵 소비자들의 시선은 무척 차가웠다. 시중에 나온 제품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게 이유다. 이 제품의 가격은 사양에 따라 49만8,000원부터 55만8,000원으로 나뉜다.

왜 레인콤은 비싼 부품을 써가며 고가의 PMP를 두 번째 작품으로 내놓았을까? 레인콤이 P20을 통해 가격싸움도 커버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이 제품의 용도다. PMP이긴 하지만 휴대용 대용량 사진 저장장치 역할도 동시에 부여했다.

디지털큐브가 PMP에 일본어, 중국어, 영어사전 기능을 탑재하여 수험생들 사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43 DIC’이 이와 같은 맥락 선상에 있는 제품일 것이다. PMP의 쓰임새를 하나 더 늘려 대상 소비자층의 확대를 시도한 것이다.

이 제품과 함께 출시된 USB호스트젠더, 멀티카드리더기 등의 액세서리를 보면 이 제품의 쓰임새를 대번에 눈치챌 수 있다. 3가지 종류 외장 메모리를 읽고 쓸 수 있는 카드리더기를 별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 사진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CF카드는 물론 소니사의 메모리스틱 듀오도 쓸 수 있게 다양한 DSLR 카메라의 카드를 읽어 올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비 압축 이미지 파일인 RAW 파일을 지원한다.

휴대용 사진저장장치인 ‘스토리리 뷰어’가 고가이면서도 활용도는 낮다는 점을 착안해 이를 PMP의 재생능력으로 보완시킨 아이디어 결합물이다. 가격을 스토리지 뷰어보다 좀더 낮게 측정함과 동시에 뷰어의 역할엔 소홀함이 없도록 한 것이 특장점이다.

무엇보다 이 제품엔 ‘미리 보기’ 기능이 예사롭지 않다. 실제 수치로 나타내기는 어렵지만 다른 PMP의 ‘사진보기’ 보다 훨씬 빠르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일일이 확인할 때를 대비해 ‘썸네일’(thumbnail) 기능을 강화했다. 이미지 파일의 상세 메타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사진 전문가나 프로 수준의 아마추어 및 고화질의 멀티미디어를 추구하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으로 AMDLED를 채용한 것은 현명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동영상 감상, DMB 시청도 덩달아 이익을 봤다.

120기가바이트(GB)까지 용량도 대폭 늘렸다. 60만원대 일반 스토리지 뷰어가 80GB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 정도 가격대면 저장성 측면에선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배터리와 동영상 재생시간도 레인콤은 자신 있는 표정이다.

P20 제품기획자와의 통화에서 “9시간의 동영상 재생시간이 잘못된 것”이라며 “9시간 50분이 나와도 회사 내부 품질보증 (QA)팀에선 9시간으로 측정한다”며 발표된 내용보다 실제 성능은 크게 웃돌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제품기획자는 “9시간 이상 동영상이 재생되는 회사는 코원과 레인콤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레인콤은 MP3 제조사답게 PMP의 음장 효과에도 꽤 공을 들였다. QBS 음장 효과를 지원하여 풍부한 저음과 함께 3D효과로 공간감 있는 소리를 제공한다. 발열도 최소화해 장시간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독특한 촉감이 느껴지는 두 개의 아날로그 조작 휠과 화면 풀 터치 인터페이스를 동시에 탑재했으나 한 손가락으로 모든 UI를 지배했던 일전에 습관 때문인지 불편하게 느껴졌다.

만일 한 손에 다른 짐이라도 들고 있거나 버스에서 손잡이라도 잡고 있다면 조작에 불편함은 배가 된다. 터치스크린의 조작을 쉽게 하는 스타일러스는 내부에 따로 저장 공간이 없다. 그러므로 휴대폰 액세서리처럼 고리에 연결해 사용해야 한다.

그 밖의 엔터테인먼트 제품답게 음악 감상, 녹음, 플래시 게임, 오피스 파일 뷰어, 주소록, 일정관리, 메모장, 11종의 전자사전, YBM 등의 인터넷 강의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

이 제품에서 강조하고픈 내용은 안정성이다. 여러 가지 기능을 실행하는데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작은 오류는 발생치 않았다. 출시 이전에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고 제품을 내놓고 난 후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몇 달간에 걸쳐 진행하는 PMP는 아닐 것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