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윤모㉜씨는 최근 TV 광고에 대대적으로 등장하는 ‘인터넷 폰’을 구입했다. 이동 중에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는 광고 내용에 마음이 흔들린 것.
하지만 휴대폰 구입 후 윤씨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휴대폰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는 광고만 보고 휴대폰 인터넷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자신을 탓하고 있다.
윤씨와 같이 부푼 기대로 인터넷 폰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겪는 이들이 쉽게 눈에 띈다. 요즘 휴대폰 인터넷 속도가 아무리 빨라졌다 해도, PC 수준과는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PC의 초고속인터넷 속도에도 만족 못하는 사용자라면 광고처럼 인터넷 폰에 실생활을 의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인터넷 업계에서는 어떻게 하면 빠른 웹페이지 로딩 속도를 구현, 사용자들의 지지를 얻을지가 숙제로 떠오른 상황. 언뜻 생각하면 이같은 문제 해결은 휴대폰 제조업체나 통신사들만의 몫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접속자 수를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은 포털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미 네이버·다음·파란 등은 모바일 ‘넷심’을 선점하기 위한 속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네 메인 페이지는 물론 주요 서비스 화면을 휴대폰이 더 빨리 띄우게 하려는 전략들이 속속 나온다.
■ 파란 “다른 포털보다 2배 빠르다”
이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곳은 KTH의 포털 파란. PC 인터넷에서 네이버·다음 등에 한참 처져 있는 파란은, 모바일에서 ‘파란’을 일으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파란은 24일 모바일 포털 ‘파란미니’를 출시, 웹페이지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파란 측 설명에 따르면 ‘파란미니’는 휴대폰 상에서 다른 포털 보다 2배 이상 빨리 뜬다. 한번 방문했던 페이지는 3초대에 로딩할 수 있다.
곧, 파란이 제공하는 메일·뉴스·검색·전화번호 찾기 등을 PC에 준하는 속도로 휴대폰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속도 구현이 가능한 이유는 포털화면에 뜨는 메뉴나 동영상 등을 PC 상에서 보다 간략하게 했기 때문이다. 곧, 휴대폰 사양으로는 소화하기 힘들어 로딩 속도를 느리게 하는 요소들을 제거했다는 것.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속도만 올리기 위해 서비스 종류를 줄인 단순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파란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파란 관계자는 “실제 유선 화면들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양은 적어도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네이버·다음, 속도 개선 강수?
이같은 파란의 도발에 대해 포털 선두 네이버와 다음이 보일 대응에도 관심이 모인다.
네이버와 다음은 그동안 KTF, LGT, SKT와 제휴를 맺고 휴대폰 메뉴에서 쉽게 검색 서비스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해왔다.
예를 들어 SKT의 티-인터랙티브(T-interactive) 사용자는 대기화면에서 곧바로 네이버 검색을 이용할 수 있다.
두 업체 모두 “어떤 통신사 고객이든 보다 쉽고 빠르게 포털을 이용하게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와의 연계 전략은 어디까지나 쉬운 접속에 중점을 둔 것이기에, 웹페이지 로딩 속도 자체를 빠르게 한 파란과는 차이가 있다. 방법이야 어찌됐건 웹페이지 로딩 속도 증가도 네이버와 다음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웹페이지 로딩 속도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휴대폰 인터넷 확장 추세에 따라 고용량 이미지나 플래쉬 등 속도저하 요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서는 파란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다음은 네이버 보다 어느 정도 적극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다음 관계자는 “모바일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웹페이지 로딩 속도 구현 전략을 이미 구상하기 시작했다”며 “다음 콘텐츠들을 모바일에 최적화 시키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