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시장 경쟁판도는 네이버와 다음이 펼치는 맹주다툼만 있는게 아니다.'랭킹 3위'를 놓고 벌이는 야후와 싸이월드간 전투도 흥미만점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올초 싸이월드를 ‘주요 포털’로 만들겠다고 시장에 선전포고하면서 야후에 총구를 정조준했다. 야후도 글로벌 2인자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맞불작전을 폈다. 싸이월드가 도발(?)하고 야후가 방어하는 판세다.
■ 시작페이지 순위 ‘막상막하’
지난 17일 SK컴즈는 시작페이지 순위에서 싸이월드가 야후를 제쳤다는 내용을 갖고 대대적인 홍보작전을 펼쳤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9월 첫 주 싸이월드를 시작페이지로 설정한 사용자는 204만3천여명이었고 야후는 138만여명에 그쳤다.
이 결과에 대해 SK컴즈는 “네이버·다음·야후 순으로 고정돼 있던 국내 인터넷 시장에 변동이 일어났다”는 중량감넘치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자 야후가 곧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야후는 같은날 코리안클릭을 인용, 9월 둘째 주에는 싸이월드를 밀어내고 3위에 복귀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야후를 시작페이지로 설정한 사용자는 126만여명이었고 싸이월드는 111만여명으로 뚝 떨어졌다.
야후와 싸이월드간 밀고 당기는 기싸움은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싸이월드는 같은 SK컴즈 계열인 네이트와 엠파스의 전폭적 지지를 앞세워 야후와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 네이트온, 싸이월드 성장 이끌어
싸이월드의 인기 상승은 네이트온 메신저의 힘이 컸다. SK컴즈는 8월부터 네이트온 접속시 뜨는 정보창 ‘핫클립’에 뉴스를 비롯한 싸이월드 콘텐츠 노출을 늘려왔다. 또 싸이월드를 시작페이지로 설정케 하는 팝업창을 띄우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인구 수 절반에 가까운 2천500만명 사용자를 거느린 네이트온은 싸이월드의 확실한 히든카드였다.
이 같은 마케팅이 시작되기 직전인 8월 첫주만 해도 싸이월드를 시작페이지로 설정한 사용자 수는 야후의 절반 수준이었다. 네이트온 파워가 제대로 통했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야후 관계자는 “포털은 마케팅 정도에 따라 인기도가 급격히 변할 수 있다”며 “싸이월드의 약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싸이월드, 검색도 야후 추격
그러나 야후가 여유를 가질 상황은 아닌 듯 하다. 검색에서도 싸이월드의 맹추격이 시작됐기 때문.
싸이월드는 올해 3월 3천만건대 초반에 불과했던 검색쿼리 수를 8월에는 1억건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검색쿼리 수가 5개월만에 무려 3배로 뛴 것이다. 이에 대해 포털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급상승”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싸이월드는 5월부터 메인화면에 뉴스와 검색을 전진배치하며 포털로의 변신을 본격화했고, 작전은 그런대로 먹혀들었다. 연말에는 네이버 지식인과 같은 사용자들의 문답서비스를 실명제로 실시, 돌풍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개인적 성향이 강해 검색 자료로써 가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니홈피 콘텐츠도 싸이월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SK컴즈 김영목 그룹장은 “미니홈피를 중심으로 한 싸이월드의 전체 일일 페이지뷰는 7억건이 넘는다”며 “이를 검색과 연계시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야후는 검색쿼리가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야후의 8월 검색쿼리 수는 1억8천800만건 정도. 싸이월드 보다는 앞서지만 3월 2억2천7백만건 보다는 크게 떨어졌다.
이에 야후는 엔씨소프트·삼성네트웍스 등과 손잡고 게임과 인터넷 전화 부문에서 한국 네티즌 입맛 맞추기에 적극 나섰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지도서비스도 계속해서 손을 보고 있다.
야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한 뒤 검색과 미디어 서비스를 내세워 한국내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