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스코의 믹 스쿨리 부사장.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그는 산호세에 있는 사무실에 출퇴근 하느라 하루 3시간 정도를 길에서 보냈다.이 시간이 아까웠던 그는 어느 날부터 시스코 무선 솔루션을 동원해 주당 하루씩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서 주당 2시간 정도의 생산성 향상이 있었다.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도 줄였다.스쿨리 부사장은 이처럼 혼자 쓰기 아까운 재택근무시스템을 널리 퍼뜨리기로 했다. 한국시장도 정조준에 들어갔다.시스코가 최근 밀고 있는 ‘가상 사무실 솔루션’이 바로 그것이다.■ 장소 제약없이 회사 시스템 접속시스코코리아는 10일 간담회를 열고 가상 사무실 솔루션을 새롭게 선보였다. 재택 및 모바일 근무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사무실과 동일한 업무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물론 그전에도 시스코를 비롯한 여러 네트워크 기업들이 재택근무시스템을 내놓기는 했다. 주로 IP폰과 VPN(가상사설망)을 연동해 집에서 회사 서버에 접속, 근무하는 형태였다.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적잖이 불편했다. 사용하는 PC를 바꾸거나 네트워크 환경이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마다 회사 서버에서 인증을 새로 받아야 했던 것. 회사 입장에서는 보안 강화를 위한 당연한 조치였지만 사용자 편의성에선 한계를 노출했다.이에 시스코는 이번 솔루션은 이동성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개인용 소형 라우터만 갖고 있다면 어느 지역에서든 PC와 연결해 회사의 데이터, 음성, 무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즉, 장소를 옮겨 접속하면 라우터(시스코 881w 시리즈 ISR)가 자동으로 시스템 환경을 재설정 하는 것. 휴대폰에서 와 같은 로밍을 무선 접속에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시스코는 이 제품에 ‘제로 터치’란 별칭을 단 것도 이 때문이다.시스코는 실제 고객사 거점에는 VPN 구축을 위한 통합플랫폼 ‘7200 시리즈 라우터’를 제공한다. 이 제품은 직원들이 접속하는 데이터를 통제하고 암호화 하는 등 보안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영상으로 간담회에 참여한 시스코 밥 베를린 이사는 “비즈니스 기민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상 오피스 솔루션은 필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시스코 “한국 시장 벽 넘을 터”그렇다면 이 가상 오피스 솔루션이 과연 한국시장에서도 통할까. 재택근무시스템으로 한국 시장을 두드린 글로벌 기업들은 꽤나 있었지만, 아직 큰 반향은 없다. 시스템 판매량에 대한 대외적인 통계도 전무하다.생산성 문제를 떠나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보는 한국 문화 때문이다. 많은 임원이 부하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시스코도 인정하는 한국시장의 진입 장벽이다.시스코코리아는 이 벽을 허물기 위해 단계별 전략을 짜고 있다. 직접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직원 수가 방대해 사무실 운영에 고심하고 있는 대기업이 1차 타깃이라고 한다. 협업을 많이 하는 연구기관이나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지사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았다.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시스코코리아는 자신에 차있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대기업 시장 공략에 성공하면 중소기업으로도 눈을 돌린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관련 업계도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한 네트워크 기업 관계자는 “한국서 재택근무솔루션 사업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시스코가 강조하는 ‘이동성’이 시장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시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