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던 애플의 야심작 ‘3G 아이폰’이 출시 한달만에 ‘비상사태’를 맞았다.
‘3G 아이폰’은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는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7월11일 전세계 25개국에서 출시됐고 사흘만에 100만대가 팔려나가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들어 네트워크 접속 속도가 떨어진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최근 스웨덴 기술 사이트 GP는 ‘3G 아이폰’ 전파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폰 안테나를 테스트했다. 조사 결과 안테나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네트워크 접속 속도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아이폰 소프트웨어와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어 정확한 원인 규명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애플은 최근 선보인 아이폰 운영체제(OS) 2.0.2 업데이트가 ‘3G 아이폰’이 출시되면서부터 사용자들이 제기했던 네트워크 접속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임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네트워크 서비스 구역에 있는데도 접속이 잘 안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특히 미국 소비자들은 무척 ‘뿔이 난’ 상태. 어느 여성 소비자는 ‘3G 아이폰’이 “당초 약속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다 네트워크 접속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지난 20일(현지시간) 애플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 애플의 과도한 자신감이 문제?
영국에서도 애플의 굴욕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3G 아이폰’ TV광고가 문제였다.
영국 광고감시기관 ASA(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는 27일(현지시간) 아이폰에 대한 TV광고 방송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번에도 인터넷이 문제였다.
일기예보나 공항지도, 호텔, 주식시장 사이트를 아이폰에서 찾아보는 영상을 보여주며 육성으로 흐른 “인터넷의 모든 것이 아이폰에 있습니다”란 자신만만한 문구에 대해 시청자 2명이 “아이폰은 많은 웹사이트에서 사용되고 있는 플래시와 자바를 지원하고 있지 않아 ‘인터넷으로 어디에든 접속할 수 있다’는 표현은 시청자들의 오해를 부른다”고 항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애플은 “다른 휴대 단말기들이 WAP판이나 서비스 업체가 선택한 사이트 밖에 접속할 수 없는 데 비해 아이폰은 모든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ASA는 “플래시와 자바를 지원하지 않아 일부 사이트의 기능을 이용할 수 없거나 전혀 표시할 수 없는 페이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시청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했더니 보안 결함…‘엎친 데 덮쳐’
애플이 네트워크 문제 해결을 위해 부랴부랴 내놓은 ‘아이폰 2.0.2’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예상하지 못한 암초에 걸렸다.
애플이 서둘러 내놓은 탓인지 SW 자체에 보안 결함이 있어 사생활 보호를 위한 ‘잠금’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국 전자제품 전문블로그 ‘기즈모도’에 따르면, 전화기를 잠근 상태에서도 ‘긴급전화’ 버튼을 누르고 ‘홈’ 버튼을 더블클릭하면 바로 ‘아이폰 2.0.2’에 있는 ‘자주 사용하는 항목(Favorites)’이 표시돼 주소록, 다이얼 키패드 및 음성메일에 접속할 수 있다. 이름 옆에 표시되는 푸른 화살표를 누르면 ‘자주 사용하는 항목’에 등록된 각각의 연락처에도 접속할 수 있다.
특정인의 이메일 주소를 클릭하면 메일 애플리케이션이 돌아가고 연락처 정보에 있는 사이트 주소를 클릭하면 브라우저 ‘사파리’가 열린다. 이 연락처에 문자메시지 보내는 과정은 패스워드 입력 없이 가능하다.
기즈모도는 일단 ‘홈’ 버튼을 더블클릭할 때 ‘자주 사용하는 항목’이 아닌 ‘홈’ 화면이 뜨도록 설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설정해야만 타인이 단말기를 손에 넣었을 때 ‘홈’ 버튼을 더블클릭해도 패스워드 입력 화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향후 있을 펌웨어 업데이트에서는 이같은 보안 결함이 수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애플은 현재 정확한 업데이트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열광적인 애플 팬들의 커다란 기대와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업계 평가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3G 아이폰’. 하지만 소비자의 고소, TV광고 금지, 나아가 SW에 대한 보안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애플로서도 ‘대략난감’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애플이 문제를 바로 해결할지 아니면 휴대폰 시장에 대한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2년차 징크스’로 내몰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