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소프트의 무료백신 ‘알약’이 그야말로 돌풍이다. 지난해 12월 오픈 이후 6개월만에 사용자 1천만명을 돌파한 뒤 기세가 식을줄을 모른다.
코리안클릭 조사에서 7월 알약 누적 사용자 수는 1천185만명을 넘겼다. 같은 달 사용자수 1천308만명 정도를 기록한 안철수연구소 V3를 목전까지 추격했다.(이 결과는 단순 다운로드 수가 아니라 해당 백신이 돌아가는 PC 규모를 알아본 것이다.)
“올해 안에 백신업계 지존 자리에 오르겠다”는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의 호언장담이 '희망사항'으로만은 들리지 않는 이유다. 유료백신 모델을 지키려는 기존 보안업체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 PC그린 성장세 ‘느릿’
이런 가운데 알약 돌풍에 씁쓸해할만한 곳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국내 포털 1위 NHN 네이버다.
네이버가 올해 1월 야심차게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무료백신 ‘PC그린’은 코리안클릭 조사에서 6월까지 사용자수 약 280만명을 확보했다. 같은 시점에 알약은 1천만 사용자를 돌파했다.
비록 베타 서비스라 해도 ‘실시간 감시’와 ‘예약 업데이트’, ‘메모리 최적화’ 등 갖출 건 다 갖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약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PC그린은 정식 서비스를 오픈한 뒤 한달 동안 사용자수 증가가 50만명 정도에 그쳐 네이버의 고민으로 떠올랐다. 현재로선 알약이 무료백신의 다른 이름으로 통하는 상황에서 PC그린의 인지도 향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PC그린, 오진 사고 등 악재 겹쳐
업계는 알약에 비해 PC그린의 성장세가 느린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지난 2월 PC그린이 일으킨 오진이 사용자들에게 크게 각인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PC그린은 네이버의 일부 웹페이지 코드를 악성코드로 진단하는 해프닝을 일으켰다. PC그린에 탑재된 러시아 엔진 ‘카스퍼스키’가 사고를 친 것.
네이버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사용자들의 제보를 받고 뒤늦게 대처에 나서 비난을 받았다. 사용자들은 ‘네이버’가 ‘네이버’를 잡는 모습을 보며 냉소적인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알약이 PC그린을 크게 앞선 결과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도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PC그린의 오진 사고가 무료백신 점유율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은 미친 듯 하다”고 밝혔다.
둘째, PC그린은 베타 서비스를 너무 오래하면서 알약에게 주도권을 내줬다는 분석이 있다. 알고 보면 다른 백신과 비교해 손색이 없지만 ‘베타’라는 이미지가 ‘아직은 사용이 이르다’는 생각을 심어줬다는 것.
네이버 관계자도 “PC그린의 정식 서비스가 부득이하게 늦어져 알약에 상대적 선점효과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알약이 같은 이스트소프트 서비스인 알집, 알씨 등과 설치옵션을 공유한 것도 돌풍을 가속화시켰다는 소리도 들린다.
■ 보안업계 “예상 못한 결과”
사실 이 같은 판세는 보안업계의 당초 예측을 상당히 벗어난 결과다.
올해 초만 해도 업계는 알약보다는 PC그린에 더 관심을 보였다. 하루 1천700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지닌 네이버 파워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PC그린 계획이 알려지자 곧바로 네이버와 접촉을 가지며 자제를 당부했던 보안업계 수뇌부들도 알약 등장에는 잠잠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네이버는 PC그린을 주요 광고란에 올리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현재까지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
알약의 파죽지세가 계속될까. 아니면 네이버 파워를 등에 업은 PC그린이 그 발목을 잡을 수 있을까.
알약과 PC그린, 그리고 유료모델을 고수하는 기존 백신 진영. 이들이 만들 복잡한 함수관계의 흥행성은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