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구글은 울고 유튜브는 웃는 사연

일반입력 :2008/07/28 23:24

김태정 기자 기자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한국 시장에서 연착륙하는 듯한 모습이다. '외국계 인터넷 서비스는 한국에서 자리잡기 쉽지 않다'는 통념을 깨고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반면 유튜브의 모회사인 구글은 국내 검색 시장에서 여전히'마이너'에 머물고 있다. 브랜드 앞에 항상 붙어 다니는 ‘세계 1위’라는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은 성적표다.

■ 유튜브, 올 상반기 최고 성장세

지난 1월23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현재 토종 경쟁사들을 크게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

인터넷 시장 조사 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달 유튜브의 월간 페이지뷰는 5천575만1천건으로 5월(4천6백만1천건)대비 21% 정도 많아졌다. 급상승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사진설명 : 유튜브의 페이지뷰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자료 : 코리안클릭)

같은 기간 페이지뷰 1억6천만건 이상을 기록한 '부동의 1위' 판도라와는 아직 격차가 크지만 국내 20여개 동영상 사이트 중 3~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유튜브는 상반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65.85%)을 과시했다. 한국 유튜브 관계자가 “본사에서도 유튜브의 한국 시장 성장세를 보고 고무된 상황이다”고 말할 정도다.

유튜브의 선전과 달리 구글은 한국에서 실적 분석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이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구글의 페이지뷰는 약 4억4천만건으로 시장 점유율 1~2%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들이 치열하게 벌이는 점유율 싸움에 구글은 아직 다리조차 걸치지 못한 모양새다.

■ 현지화 전략이 성공 열쇠

포털 전문가들은 같은 글로벌 기업인 유튜브와 구글이 한국서 이렇게 다른 성적을 보이는 이유를 현지화 전략 차이로 분석하고 있다.

쉽게 설명해 유튜브는 한국 네티즌들을 배려하는데 성공했고 구글은 그렇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사진설명 : 한국판 유튜브 화면. 유튜브가 진출한 세계 19개국 동영상이 공유된다.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은 지난 3월 방한 당시 “한국 현지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보편적인 서비스로 만들 것”이라 강조했고 이를 실제 행동에 옮겼다.

우선 유튜브는 국내 케이블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손잡고 한국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만한 동영상 유통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을 가진 네티즌을 직접 발굴, 이들을 찍은 동영상을 전 세계에 배포해 호응을 얻었다.

예능이나 식생활 등 한국 문화를 다루는 동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집중 홍보하면서 미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줄인 것도 적중했다는 평가다.

유튜브 관계자는 “아태본부 차원에서 한국 현지화를 체계적으로 모색해왔다”며 “그러면서도 전 세계 동영상이 검색되는 글로벌 플랫폼 이점도 살린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구글은 아직 한국 네티즌의 입맛을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 웹검색에 특화된 구글은 네이버나 다음 등 통합검색에 익숙한 대부분의 한국 네티즌들에게 아직은 낯설다.

◇사진설명 : 구글의 ‘유니버설 서치’ 화면. 국내 포털의 통합검색과 비슷한 개념이다.

구글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통합검색과 유사한 ‘유니버설 서치’를 내놨지만 눈에 띌만한 성과는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도 구글이 네티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한마디로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네티즌들이 즐겨 이용하는 카페나 지식인은 구글에는 없다.

구글도 이를 의식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콘텐츠 확보에 나섰지만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검색 황제' 구글은 앞으로 대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유튜브의 성장과 맞물려 구글의 국내 시장 안착 여부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