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서버는 몇년전 공간과 에너지 비용 절감이란 화려한 슬로건을 앞세우고 등장했지만 국내 시장 '데뷔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대이하였다.
서버 업체들은 여러차례 블레이드 시대가 열린다고 부르짖었지만 정작 고객들은 블레이드 서버에 문호를 열지 않았고 기존에 썼던 서버 타입을 고수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버 업체들이 내보낸 메시지에 대해 고객들이 보인 반응은 쉽게 건널 수 없는 다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시장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한국HP는 현대정보기술과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블레이드 서버 확산을 위해 손을 잡았고 대규모 도입 사례도 등장했다. '올해가 블레이드 서버 확산의 원년'이 될 것이란 익숙한 멘트가 또 다시 들려온다.
몇년째 블레이드 서버가 '뜬다' '뜬다'는 말을 들어온 구경꾼 입장에서 요새 들리는 '뜬다'에 과거와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자니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자꾸만 정말로 뜨는거야?라고 묻고 싶어진다. 9일 오전 한국HP의 김광선 시스템사업본부 상무와 만나 블레이드 서버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블레이드 서버 사업이 생각대로는 되지 않았음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블레이드 서버의 미래까지는 의심하지 않았다. 김광선 상무에게 블레이드 서버는 여전히 HP서버 사업의 미래를 짊어질 확실한 '기대주'였다.
-블레이드 서버 시장이 업계 예상만큼 성장하고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요. 올 상반기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리나라는 첨단 기술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나라에요. 하이엔드 서버 사업만 봐도 한국HP 매출이 중국과 거의 비슷합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이 시장이 큰 거죠. 그런데 이상하게 블레이드 서버는 예외에요. IDC가 2010년이면 서버 폼팩터의 45%가 블레이드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
한국HP는 현재 랙타입 서버 대비 블레이드 서버 비중이 3~4% 정도 됩니다. HP 아태지역은 11% 정도되요. 한국이 매우 낮은거죠. 그러다보니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은 빅딜 하나에 업체간 점유율이 춤을 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1위부터 3위까지가 일정한 점유율로 가는데, 한국은 빅딜 하나에 점유율이 왔다갔다해요. 아직은 초기 단계인거죠.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에서 HP의 위치는 어떻습니까?
한국IBM에 이어 2위에 올라있는데, HP가 유일하게 2위하는 나라가 한국이에요. 아태지역 본부에서 압력을 많이 받죠.(웃음)
-블레이드 서버가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예상밖의(?) 고전을 하고 있는 이유를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난해만 해도 블레이드 서버를 쓰면 전기세가 많이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막연한 오해에요. 랙타입과 블레이드 24대를 함께 비교하면 블레이드가 전기를 30% 덜 먹습니다.
모험을 피하려는 고객들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어요. 랙타입 서버를 쓰던 고객들은 계속 랙타입 쓰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랙타입 쓰다가 블레이드로 바꾸려면 많은 검토가 필요합니다. 쉽지는 않죠. 그러나 랙타입쓰다 블레이드로 바꾼 고객중에는 블레이드 서버 전도사가 된 경우도 있어요. 블레이드 서버는 한번 쓰면 계속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고객들이 랙타입을 블레이드 서버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게 중요합니다.
-데이터센터에서 블레이드 서버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많이 들립니다.
과금체계 때문이에요. 지금은 대부분의 데이터센터가 사용 면적에 따라 과금을 합니다. 랙타입은 블레이드보다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요. 요금을 많이 받을 수 있죠.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점점 바뀔것으로 봅니다. 컴퓨팅 파워가 비슷비슷할때는 별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컴퓨팅 파워간 차이가 많은데, 공간 기준으로 과금을 하는게 적절치는 않죠. 외국에서도 컴퓨팅 파워 기준으로 과금하는 분위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달라지겠죠.
-컴퓨팅 파워로 과금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신뢰의 문제도 있고.
툴들은 준비돼 있습니다. 결국 정확성이 문제죠. '정확한 계량이 가능한가?'하는 것입니다.
-얼마전 현대정보기술과 데이터센터에서 블레이드 서버를 확산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력을 맺었습니다. 의미있는 사례 같은데요, 다른 데이터센터들과의 협력도 추진할 계획입니까?
현재로선 없습니다. 현대정보기술과 성공사례를 먼저 만드는게 우선이에요. 아직 일을 벌릴때는 아니라고 봐요.
-하반기 블레이드 서버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지난해 시장 규모가 7천400대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 개인적으로 8천500대 가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레이드 서버 시장이 본격적인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은 언제로 보시나요? 판매대수가 어느정도되야 성장의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숫자로 얘기하기는 좀 그래요. 개인적으로는 엔터프라이즈가 아닌 일반 기업들이 블레이드를 검토하는 상황이 시장 자체가 움직이는 증거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찾아가는게 아니라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상황이죠.
이렇게 보면 미약하더라도 국내서도 블레이드 서버 시장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들어 이런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거든요. 지난해에만 해도 우리가 찾아다녔는데 요즘은 거꾸로 우리를 부르는 기업들이 생겼어요. 블레이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분들도 늘었고요.
-블레이드 서버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쓰일 수있는 대중적인 서버 플랫폼일까요? 아니면 특정 영역에서 강세를 보이게 될까요?
HP의 경우 유닉스 서버도 블레이드 기반으로 내놨고 스토리지 블레이드도 선보였습니다. 2009년말정도에는 하이엔드 유닉스까지 블레이드 기반으로 내놓을꺼에요. 블레이드 서버는 특정 환경이나 애플리케이션에만 쓰이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다 쓴다고 봐야죠.
-한국IBM이 현재 블레이드 서버 시장에서 HP에 앞서 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IBM은 소규모 시장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잘못했던 부분이죠. 우선시하는 시장이 조금 달랐습니다.
-올해 블레이드 서버 사업 목표는 어느정도입니까? 서버 업체들도 이제 블레이드에 대해 예전보다는 보수적인 입장으로 바뀌었을 것 같은데요.
당초 올해 목표는 랙타입 서버 대비 12%로 잡았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상반기 4% 했고, 하반기에는 6% 수준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HP는 지난해에도 블레이드 서버 확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난해와 비교해 전략적으로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지난해는 전체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을 놓고 전략을 세웠다면 올해는 실사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를 들어 블레이드 어세스먼트 프로그램이란게 있는데, 지금 랙타입 서버를 쓰는 고객들이 신청하면 이들중 일부를 선정해 현재 환경을 분석해주고 블레이드 서버를 원할 경우 초기 도입 비용이나 전기세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서 보고서로 제공해줍니다. 지금까지 11개 기업을 상대로 진행했는데, 4군데에서 이미 블레이드 서버를 도입했어요. 반응이 좋아 연간 프로모션 형태로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서버 가상화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x86서버를 가상화해 활용도를 끌어올리면 서버 판매 대수가 줄어들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서버 업체 입장에서 가상화에 대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가상화를 도입하면 서버대수가 줄어드는 것은 맞습니다. 고객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좋은거죠. 가상화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버렸어요. 우리가 하고 안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필수에요. 내부적으로도 가상화 솔루션을 판매하면 특별 보너스를 주고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보고 있는거죠. 가상화로 인해 서버가 덜 팔리니 안좋은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서버 시장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TCO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중요합니다.
한국HP는 11월부터 다음 회계연도가 시작됩니다. 한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인데, 올해 남은 목표는 무엇입니까?
유닉스 서버쪽에서는 올해 성공을 거뒀다고 봐요. 집중해야할 부분은 x86서버와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입니다. x86서버 시장은 일단 점유율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게 목표입니다. 지금은 28% 정도되요. IDC는 지난해 올해 국내 x86서버 시장이 2.4% 성장할 것으로 봤는데 지금 상황에선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대선치르고 새정부 들어오면서 투자가 미뤄진게 있거든요.
미드레인지 스토리지는 HP가 좀 밀리는 분야입니다. 하이엔드와 로우엔드 스토리지는 괜찮은데 미드레인지가 좀 떨어져요. 한달전에 신제품을 내놨는데, 반응이 괜찮습니다. 내년까지 국내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