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OECD장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 중 "신뢰성 없는 인터넷은 독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회적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이러한 발언이 '인터넷 여론 통제'를 위한 시발탄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야당권에서도 역시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이 기회에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원래 인터넷 실명제 논란의 시작은 2005년 경 개똥녀 사건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마녀사냥'에서부터 시작돼, 악성 댓글로 인한 자살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더욱 불거져 나온 것이다. 당시에도 인터넷 실명제가 거론되긴 했지만, 개인정보 침해 및 궁극적인 여론통제 등의 이유로 반발이 거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명제 본연의 취지에 동감하는 인터넷 여론이 있었기에, 지난해 6월, 현재와 같이 방문자가 많은 주요 포털 및 미디어 사이트에 한정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돼 운영되고 있다. 다만,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범국민적인 반대여론(촛불집회 등)이 팽배한 시점에서 실명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 '여론 통제용'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방송과 인터넷 등의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 받고 있는 최시중 위원장이 있다는 점은 이러한 우려가 곧 현실화된다고 해도 이상할 점이 없다. 방통위에서 정보통신망법의 시행령만 손보면 실명제 확대 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인터넷 실명제는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려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와 국민 모두, 인터넷 실명제의 적합성 보다는 '여론 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정부'에 대한 OECD리더들 생각은?인터넷 실명제를 비롯한 우리나라 인터넷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그 원론적인 해답은 이번 OECD장관회의에 참가한 OECD 리더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들어 볼 수 있었다. 포르투갈의 호세 마리아노 가고(Jose Mariano GAGO) 과학고등교육부 장관은 "인터넷은 초창기부터 '혁신'을 중요시하는 교육기관을 비롯한 비영리 조직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앞으로도 정부의 규제나 사업의 자본보다는 훌륭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또한 그는 "정부들의 역할은 어떻게 보면 수요자 역할인 것 같다.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들, 사회 참여 그리고 교육기회 확대, 에너지 위기를 위한 해결책 모색 등에 대한 답을 인터넷을 통해서 얻어내고자 하는 수요자 입장이 되고 있다"며 "정부가 이제는 직접 해결책을 찾아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여 시민단체, 기업, 연구기관들이 그런 해결책을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프란시스코 로스(Francisco Ros) 산업자원부 장관은 "흔히 인터넷 세대라고 부르는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을 보면, 행동 방식 자체가 바뀌었고 문제 해결능력도 달라졌다. 이 모든 것이 다 긍정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이러한 변화는 반드시 인정해야 될 것이며 인터넷은 하나의 현실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보안유지연구단체인 EPIC(http://epic.org/)의 마르코 로텐버그(Marc ROTENBERG)는 "요즘은 인터넷 상에서 보안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공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을 등록 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정 활동이나 반드시 필요할 때만 등록 없이, 최소한의 정보만 제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독일 차이트온라인(ZEIT Online)의 볼프강 블라우(Wolfgang BLAU) 편집장은 "인터넷은 점차 경제와 문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운영체계가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인터넷상 언론 및 표현의 자유는 국가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된다고 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창의력과 혁신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에릭 베송(Eric BESSON) 미래예측과 공공정책 및 디지털경제개발 담당 국무장관은 "인터넷이 가지는 장점의 극대화 및 단점 최소화를 위해서는 규제된 자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자유를 제공하되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에서와 마찬가지로 규제는 있어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