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파이어폭스3, 무엇이 달라졌나?

일반입력 :2008/06/18 06:13

김태정 기자 기자

넷스케이프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고사작전에 말려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 뒤 웹브라우저 시장에선 경쟁이 사라졌다.

경쟁과 함께 혁신도 사라졌다. 브라우저는 그저 웹을 서핑하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었다. 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는 브라우저의 다른 이름이었다.

MS와 자웅을 겨룰만한 새로운 브라우저가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였다. 브라우저 전쟁은 이미 MS의 승리로 끝났다고 생각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권불십년이었고 달도 차면 기울었다. 그 누구도 넘지 못할것 같던 익스플로러의 아성은 모질라재단이 2004년 11월 '불여우'로 통하는 파이어폭스(Firefox)를 앞세워 MS에 발칙한(?) 도전장을 던지면서 빈틈을 보이기 시작한다.

'오픈소스 개발 방법론'과 다른 브라우저에 없는 기능으로 중무장한 파이어폭스는 데뷔하자마자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속에 입지를 넓혀갔고, 익스플로러는 점유율 하락의 수모를 겪었다. 최근 집계된 파이어폭스 사용자수는 전세계적으로 1억7천500만여명에 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45개국 언어로 제공되고 있다.

익스플로러는 아직도 시장의 맹주로 통하지만 더 이상 '불멸의 브라우저'로는 대접받지 못한다. 오히려 익스플로러가 파이어폭스의 장점을 끌어안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경쟁이 만들어낸 변화들이다.

세상이 나온지 만 세살을 훌쩍 넘긴 파이어폭스는 오는 18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다시 한번 깜짝쇼를 보여줄 태세다. 개발 과정부터 화제가 된 '파이어폭스3'가 공식 발표되는 것이다.

세번째 파이어폭스는 이전 버전에 비해 무려 1만5천여개의 업데이트가 추가됐다. 속도도 2배나 빨라지고 보안성도 더욱 높아졌다.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은 벌써부터 파이어폭스3가 익스플로러의 아성을 얼마나 흔들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전작보다 2배 빠르다

파이어폭스3는 자바스크립트 구동 속도가 이전 버전보다 2배나 빨라졌다. 특히 구글 G메일이나 웹오피스 스위트 '조호(Zoho)'를 실행할 경우 파이어폭스3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모질라가 처음부터 이같은 서비스를 염두해 놓고 파이어폭스3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 온라인 소프트웨어 조호(Zoho). 오피스의 경우 파이어폭스3으로 쓰면 속도가 올라간다.

모질라는 공식 블로그에서 웹에서 오피스 혹은 이메일 작업을 PC에서처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파이어폭스3의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 줄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이어폭스3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일명 '클라우드(Cloud) 컴퓨팅'으로 불리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 시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요즘 웹기반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무료 서비스지만 기대이하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성능이 인터넷 속도에 따라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탓이다. 속도가 개선된 파이어폭스3를 보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밀고 있는 구글이나 조호같은 기업들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웹 활동 이력도 쉽게 파악

파이어폭스3는 사용자 편의성도 향상됐다. 특히 '스마트 주소창'이라는 기능이 눈에 띈다. 스마트 주소창은 과거에 방문했던 사이트를 브라우저가 기억해 그 히스토리를 제공해준다.

◇사진설명 : 파이어폭스3(후보판)의 스마트 주소창.방문한 웹 사이트의 제목까지 알려준다.

주소창에 문자를 입력하면 과거 방문한 사이트 주소는 물론 제목과 태그까지 미리 보여준다. 때문에 주소만 보여주는 익스플로러보다 창이 세로로 크게 보여진다.

사용자가 특정 폴더에 북마크, 태그, 브라우징 이력을 저장하고 열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가 웹에서 활동한 자신의 이력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피싱·악성코드 자체 차단

파이어폭스3를 논하는데 있어 보안도 빼놓을 수 없다. 파이어폭스3 보안은 특히 피싱과 악성코드를 자체 차단하는 기능이 관심을 끌고 있다.

피싱 차단은 XSS(크로스 사이트 스크립팅)에 대한 방어력이 강화됐다. XSS는 미 보안기업 마이터 조사에서 위험도 1위에 올라있는 웹 취약점으로 공격자가 개인 정보를 긁어모을때 사용된다.

파이어폭스3는 XHR(XMLHttpRequest)이란 코드를 탑재, XSS가 있는 사이트로의 접속을 원천봉쇄시킨다. XHR은 클라이언트와 서버간 정보를 전달하는 일종의 API로 파이어폭스3는 여기에 자체 보안 기술을 결합, XSS를 걸러내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술적 설명은 아직 자세한 것이 없지만 구글이 개발에 참여해 주목된다. XHR은 구글 G메일 서비스에도 탑재돼 있다. 존 릴리 모질라 CEO는 지난 4월 간담회서 파이어폭스3의 XHR 기능을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악성코드 차단은 유포사이트 정보를 30분마다 업데이트하면서 이뤄진다. 모질라는 악성사이트 정보도 구글과의 협조로 수집한다. 하버드나 옥스퍼드에 있는 여러 보안 전문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 점유율 20% 고지 눈앞

파이어폭스3의 화려한 기능이 알려지면서 그 점유율이 어디까지 도달할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파이어폭스는 버전을 거듭할수록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을 야금야금 잠식해왔다.

◇사진설명 : 파이어폭스 점유율이 계속 증가해 20%에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익스플로러는 입지가 흔들리는 중이다. (자료 : 넷애플리케이션즈)

시장조사기업 넷애플리케이션즈에 따르면 지난달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율은 73.75%로 79.26%에 달하던 지난해 6월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75.47%였던 올 1월보다도 떨어진 수치다.

반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14% 정도였던 파이어폭스 점유율은 지난달에는 18.41%까지 올랐다. 파이어폭스3가 등장하면 20% 달성도 어렵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올 하반기 익스플로러8을 출시할 MS로서는 달갑지 않은 판세다.

■ 액티브X 없이 한국서 통할까?

파이어폭스3는 국내무대서도 돌풍을 일으킬까. 아직까지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세계 추세와 달리 국내 웹 브라우저 시장은 여전히 익스플로러가 9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눌려 파이어폭스의 국내 점유율이 1% 수준이다. 한마디로 찬밥신세다. 파이어폭스가 국내서 고배를 마시고 있는 이유는 웹 사이트 대부분이 익스플로러만을 지원하도록 개발됐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미국처럼 웹표준을 기반으로 다양한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개발 문화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액티브X 문제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뱅킹이나 쇼핑을 할 때 사용하는 액티브X를 파이어폭스는 제한한다. 악성코드 유포와 사생활 침해를 일으킬 수 있는 액티브X는 유독 한국에서만 많이 쓰이고 있다.

결국 파이어폭스가 국내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으려면 액티브X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9일 미첼 베이커 모질라 회장이 한국을 찾아 파이어폭스3를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연다. 베이커 회장이 국내 시장 상황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쏟아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