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뉴욕'을 구경한다"…고성능 망원경 등장

일반입력 :2008/06/13 09:21

Nick Heath 정리=박효정 기자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을 보려고 했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한 엔지니어의 꿈이 약 100년이 지나 이뤄졌다.

지난 5월말 런던과 뉴욕에 각각 설치된 고성능 망원경 텔렉트로스코프(Telectroscope)를 이용해 수백명이 대서양을 건너 서로 보면서 손을 흔들거나 재밌는 표정을 지어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망원경의 아이디어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엔지니어였던 알렉산더 스탠호프 세인트 조지 씨는 런던과 뉴욕을 잇는 거대한 횡단터널을 건설할 꿈을 품었다.

4년간의 공사와 15명의 희생 끝에 그는 꿈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의 후손으로 예술가인 폴 세인트 조지 씨가 증조부의 계획서를 발견해 다른 방식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2대의 텔렉트로스코프는 런던 타워브리지 주변과 뉴욕 브루클린브리지 주변에 각각 설치돼 대서양을 건너 사람이나 도시 경관의 화상을 보낸다.

정교한 금빛 망원경에는 타원형 스크린이 내장돼 마치 대륙을 넘는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지난 5월28일 뉴욕의 아침은 악천후였지만 2명의 행인이 같은 시각 런던에서 손을 흔들며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우산도 없이 짧은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맨해튼의 빗속을 헤쳐오던 한 뉴요커도 대서양 반대편을 들여다봤다.

텔렉트로스코프를 통해 뉴요커는 런던 타워브리지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반대측에서 손을 흔드는 런던 시민이 시야를 가릴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텔렉트로스코프에는 정교한 다이얼, 게이지, 라이트가 표면에 여기저기 박혀 19세기 당시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