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합커뮤니케이션(UC)의 맹주 자리를 놓고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빅블루' IBM간 경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특히 IBM은 10일 MS의 UC 파트너 LG노텔과 공식 협력을 선언하고 나섰다. 적의 친구와도 기꺼이 손을 잡은 것이다. UC 시장의 일대혼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MS와 IBM은 모두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UC를 강하게 밀고 있다. '윈도'와 '아웃룩'을 앞세워 세몰에 들어간 MS를 IBM이 '로터스'를 무기로 추격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LG노텔과 시스코 등 하드웨어 업체들과의 협력 네트워크가 양사 경쟁 판도의 대형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UC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판매하려면 하드웨어 업체들과의 끈끈한 공조가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 성장 위해 누구와도 손잡는다
지난해초까지 국내외 UC 시장은 'MS-노텔'과 'IBM-시스코' 진영으로 양분되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판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MS는 지난해 SK C&C에 UC를 구축하면서 노텔이 아닌 시스코를 선택, 국내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몰고왔다. 이후 MS와 시스코는 밀월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IBM도 '맞불작전'에 들어갔다. IBM은 올해초 MS의 우군으로 활약하던 노텔과 협력 관계를 선언하면서 UC 시장에 업체간 '3차원 합종연횡 시대'를 열었다. 한국IBM과 LG노텔의 이번 협력은 그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IBM의 박병진 본부장은 국내 약 700여개 로터스 고객사들 가운데 금융과 제조부문에 초점을 맞춰 LG노텔과 공동 UC 마케팅을 추진할 것이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엇갈린 UC 기업들의 행보는 대외행사에서도 눈에 띈다. 지난 3월 11일 IBM과 시스코는 각각 한국에서 UC 행사를 개최했다. 그런데 이날 IBM 행사장에는 LG노텔이, 시스코쪽에는 MS가 동반자로 나서 화제가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 열리는 시스코나 IBM 행사에서도 이런 장면이 종종 보인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UC 시장 초기에 보였던 'MS-노텔', 'IBM-시스코' 협력체계가 깨진 것은 아니다. 이전보다 느슨해졌을지는 모르지만 협력의 끈은 유지되고 있다. 선택폭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생각이다.
IBM 관계자는 노텔과의 협력과 관계없이 시스코 제품도 계속 이용할 것이라며 노텔 뿐 아니라 다른 어떤 기업과의 협력공간은 계속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도 지난해 스티브 발머 MS CEO와 함께한 자리에서 시스코와 여러 기업들 간의 관계를 파트너 혹은 적이라는 흑백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MS 하드웨어 출시가 미칠 파장은?
이런 가운데 MS가 UC 하드웨어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업체간 합종연횡에 중대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MS는 일명 '라운드테이블'이란 자체 UC 하드웨어 제품군을 올 하반기중 출시할 계획이다. MS는 아직 '라운드테이블'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단말기, 화상 캠, 첨단 비디오 영사기 등을 모두 갖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빌 게이츠 회장부터 UC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라운드테이블'에 대한 MS의 기대는 매우 크다.
MS가 라인드테이블을 내놓게되면 시스코나 LG노텔 등 UC 하드웨어 기업들의 사업에 타격이 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MS와 고객을 함께 수주하는 협력 관계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MS의 UC 하드웨어 출시 계획은 IBM에게도 위협요소다. 고객입장에서 보면 UC 애플리케이션만 갖추고 하드웨어는 따로 조달받는 IBM 보다 일괄 솔루션을 제공하는 MS가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IBM이 다른 UC 하드웨어 기업들과 공조를 강화하면서 MS에 대응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한국IBM과 LG노텔의 공식협력 체결도 MS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IBM과 LG노텔은 올 연말까지 국내에서 최소 10곳 이상의 UC 구축사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