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안철수 “이공계 기피가 벤처 부진 불렀다”

일반입력 :2008/05/07 15:00

김태정 기자 기자

“지금 한국에는 5년 전의 다음이나 NHN처럼 ‘싹’이 보이는 벤처들이 없다. 경영진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지 3년 만에 귀국한 안철수 의장이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벤처 부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국내 벤처 경영진 실력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이들을 교육하고 지원할 인프라 및 캐피털 증대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스스로를 ‘27년차 학생’이라 소개한 안철수 의장은 미국 유학생활 대부분을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서 일하고, 펜실베이니아대 MBA를 수료하는데 보냈다. 안철수 의장에게 한국 IT 벤처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한국 벤처들의 실패가 잇따르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이공계 기피현상이 경영자와 그를 지원할 IT 전문가들의 실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실력 부족으로 인한 실패가 늘어나면서 투자도 줄어들어 전체적인 벤처 산업이 침체된 것으로 본다.

미국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실리콘밸리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이공계 전문가들이 앞 다퉈 찾아온다. 이들이 팀을 짜서 일하면 CEO가 실수한다 해도 곧 만회할 수 있다. 한국처럼 CEO의 실수 하나로 기업이 흔들리지 않는다.

또 실리콘밸리는 ‘선순환구조’를 갖고 있다. 최고 전문가들이 창업에서 얻은 값진 지식을 후학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하지만 한국은 IT 전문가도 부족한 상황에 서로 간 교류도 적어 문제다.

하지만 갑자기 IT 경영 실력을 올리기는 힘들다.

물론이다. 근본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이는 IT뿐 아니라 우리나라 장래를 흔들 위기 요소이다. 귀국 후 카이스트 교수직을 택한 이유도 이런 부분에서 업계를 돕고 싶어서이다.

또 분명 한계는 있지만 남의 도움을 구하기 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공부의 가장 큰 의미는 진정한 자기실력을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어떤 인재를 키우고 싶은가.

앞서 밝혔듯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델이 없다. 실수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바꿀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사람을 기르는데 일조하겠다.

이번 카이스트에서는 ‘비즈니스 이코노믹스’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자서전, 인터뷰, 사례 연구들을 바탕으로 토론 위주 수업을 할 계획이다. 또 벤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에 벤처 지원 관련 건의가 있다면.

산 중턱에 좋은 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터를 잘 활용하려면 정부가 도로를 뚫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손님이 올 것이 아닌가. 여기서 도로는 기업 지원 인프라를 뜻한다. 이제까지 정부가 한일 중 대부분은 도로 없는 터에 가게를 열라고 창업자금만 지원하고 생색낸 것이다.

또, 그 터에는 주인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게 할 경찰도 필요하다. 기업에게 경찰은 ‘규제’가 아닌 ‘감시’를 뜻한다. 현 정부에게 간곡히 요청하건데 규제는 철폐하되 감시는 강화하길 바란다.

감시 없이 규제만 만드는 것이 정부입장에서는 편하겠지만, 업계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국내서 대형 보안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까다로운 미국 유수 경영자들도 대부분 보안에 10% 이상 투자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고 보안 예산을 낮게 잡는 것은 전쟁이 없다고 국방비를 줄이는 겪이다.

옥션 1천만명 해킹은 빙산의 일각이며, 우리가 모르게 기업들이 쉬쉬하는 사건들이 많다. 돈 되는 정보를 많이 가질수록 범죄자들의 표적이 됨을 명심하고 보안 투자를 늘려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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