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대형 컴퓨터 매장중 하나인 '이지가이드'가 부도 처리되면서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지가이드는 다양한 제품과 가격이 저렴해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던 매장이었다. 그리고 용산의 개미상인이 지향하는 성공모델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번 부도는 용산 상인들에 있어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이지가이드의 부도가 더 큰 충격을 주는 이유는 다름 아닌 계획적인 부도라는 점이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지가이드는 부도부터 도주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지가이드의 금고는 이미 텅빈 상태였고 매장에 돈 될만한 집기는 다 사라졌다. 게다가 이지가이드가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이 이미 도메인부터 판매 솔루션까지 다른 업체에 넘겨졌다는 사실은, 치밀한 계획아래 부도가 진행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현재 용산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지가이드의 사장은 이미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지가이드를 통한 손해는 은행권과 협력업체, 그리고 쇼핑몰을 이용한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계된 피해액만 해도 6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변칙적인 용산의 판매시스템용산의 한 소식통은 “이지가이드는 그동안 크게 성장해온 회사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도 장밋빛으로 보이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지가이드처럼 큰 회사가 부도를 냈다는 사실은 레드오션에 접어든 현재 용산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 동안 용산 컴퓨터에 관심을 가졌던 많은 사용자들의 메카였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컴퓨터 부품은 용산에서 구할 수 있었고, 가격 또한 다른 지역 어느 매장보다 쌌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용산에 많은 전자상가가 들어오고 많은 상인들이 밀집하면서 시장경쟁은 최고조에 달했고, 소비자의 유입이 점포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수익이 감소하는 레드오션에 봉착한 용산의 분위기는 점차 삭막해지지 시작했다.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 호객행위가 점차 심해졌을 뿐 아니라, 가격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용산을 찾아가면 오히려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즉 흥정을 잘해야만 손해를 안보는 변칙적인 판매 구조가 심화됐다.용산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과 대형 매장 경쟁게다가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은 용산 매장들의 수익을 극감시키는 원인이 됐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용산을 찾는 구매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상황은 용산 스스로 부채질하기도 했다. 용산상인들의 인터넷 매장은 지금도 치열한 가격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로, 가격을 제대로 흥정하지 못한다면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것보다 인터넷 매장이 오히려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지가이드 같은 대형 컴퓨터 매장은 용산을 지탱하는 하나의 힘이었다.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 놓고 가격도 저렴했으며 구매자를 난처하게 했던 호객행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지가이드의 부도는 이런 대형 컴퓨터 매장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 잘하고 있는 컴퓨터 매장도 있지만 그들 또한 쉽지 않은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동안 컴퓨터 마켓으로서 큰 시장을 형성했던 용산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이번 이지가이드의 부도와 맞물려, 용산에도 자성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용산의 변칙적인 판매구조는 용산의 판매구조에 익숙한 고급사용자 외에 일반사용자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따라서 현재 용산은 보다 소비자 지향적인 시장자세와 투명한 가격구조로 일반사용자의 발길을 잡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