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Blog] 기업 시장에도 무료백신 바람 불까?

일반입력 :2008/03/28 01:12

김태정 기자 기자

정당한 마케팅 전략인가? 아니면 시장 파행의 전초인가? 기업 백신 시장에도 무료화 움직임이 일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은 작은 불씨 수준이지만 혹시나 큰불로 번지지 않을까 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사건의 주인공은 노애드와 어울림정보기술(이하 어울림). 양사는 최근 기업시장에서 ‘제한적’ 무료백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홍보 및 고객 서비스 형태의 이벤트 프로모션이라는 것이 공통점.먼저 노애드는 개인시장에서 PC당 한해 9,900원의 유료 백신 모델만 진행해 온 기업이다. 그러나 지난달 첫 진출한 기업시장에서는 무료화 전략을 펴고 있다. 구체적으로 50대 이하의 PC를 보유한 중소기업에 한해 1년 라이선스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것. 첫 진출한 기업시장에서의 낮은 인지도를 ‘무료 이벤트’로 단기간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노애드 남승우 부사장은 “무료 정책은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매우 효과적”이라며 “소프트웨어 구매에 부담을 갖는 중소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달부터 시작되는 어울림의 무료백신은 노애드와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다. 본래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이 전문인 이 기업은 자사 방화벽 신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사에 무료백신을 제공하려 한다. 곧, 주는 방화벽이되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백신을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기업고객 돈 내는 습관 없어질까 우려이에 대해 백신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먼저 논점이 되는 것은 이런 ‘홍보성 이벤트’가 향후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는 주장. 업계는 혹시나 기업고객들도 개인처럼 ‘돈 내는 습관’을 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국내서 백신에 돈 들이는 개인사용자를 찾기 힘들어진 가운데 기업시장까지 무료가 점령한다면 보안업계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한 백신업체 관계자는 “노애드와 어울림의 이번 서비스를 보면서 개인시장에서 처음 무료백신이 등장했던 시절이 연상됐다”며 “이번 일이 기업시장서 무료백신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된다면 개인시장서 겪은 혼란이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두 번째 논점은 기업용 무료백신 자체가 상도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비용을 지불하고 백신을 사용해야 할 고객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체가 경쟁사들에게 곱게 보일 리 없다. 뉴테크웨이브 조재형 이사는 “기업용 무료백신이 아직은 홍보성 이벤트라 크게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며 “단, 기업에 대해 무료 백신을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에는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또 다른 관계자는 “무료백신 시대를 연 ‘알약’조차 기업시장에서는 유료 서비스를 고수함을 명심해야 한다”며 “자사 인지도를 올리기 전에 ‘상도덕’에 대해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지적했다.아울러 번외의 문제지만 노애드와 어울림이 기존 업체들의 눈 밖에 날만한 이유는 또 있다. 노애드는 비트디펜더, 어울림은 소포스라는 외산 백신을 탑재하고 있다. 알약에도 들어간 루마니아산 비트디펜더는 국내 개인시장 무료화에 일조하며, 토종 보안기업들에겐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또 어울림이 새로 채택한 영국산 소포스의 자리에는 본래 안철수연구소 V3가 있었다. 어울림은 지난 7년간 V3를 사용해 왔으나 올 상반기 계약이 종료된다. 업계는 안철수연구소가 어울림의 영역인 방화벽 시장에 들어온 것이 양사 관계가 소원해진 원인으로 분석한다. 노애드/어울림 「제한적 무료백신 정당하다」어쨌든, 외산백신 문제는 차치하고 무료 서비스의 정당성 논란에 대해서는 노애드와 어울림도 할 말이 있다. 이들은 기업용 무료백신의 대상이 매우 적어 보편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곧, 서비스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을 찾는 모습이다. 노애드 남승우 부사장은 “기업시장을 본격 무료화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유료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어울림정보기술 측은 “어울림 방화벽(시큐어웍스) 고객에게만 무료백신을 제공하는 것이 시장의 큰 문제라는 것은 억측"이라며 “백신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울 의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상도덕 논쟁에 대한 반박도 위와 내용이 같다. 시장에 파급력도 크지 않은 가운데 내놓은 이벤트를 두고 상도덕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 주장처럼 기업 무료백신 ‘파급력’이 정말로 미미할 지 여부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