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XEL-1」을 통해 본 OLED TV의 미래

일반입력 :2008/03/03 11:33    수정: 2009/01/04 21:22

David Katzmaier

CNET의 HDTV 리뷰팀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떤 HDTV를 구입해야 하나요?’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은 ‘HDTV 시장의 차세대 이슈는 무엇인가?’다.

최근 LCD, 플라즈마, 마이크로디스플레이 등이 일반화 돼 두 번째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 질문이다. 불과 1, 2년 전까지만 해도 차세대 HDTV는 도시바와 캐논이 주도하는 평판 기술인 SED가 될 것처럼 보였다.

SED는 블랙이 뛰어나고 응답시간도 빠르며, 컬러도 선명해 현재 시판중인 패널에 비해 화질이 훨씬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던 SED지만 지금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SED의 바통을 OLED가 이어받았다.

소니의 XEL-1은 세계 최초의 OLED 기반 TV다.

소니에 따르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장점은 높은 명암비, 더 넓어진 시야각, 그리고 우수한 색 재현력이다. 이번 테스트 결과에서도 이러한 장점들을 대부분 볼 수 있었다.

물론 XEL-1은 11인치 TV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2,500달러에 달하고, 960x540 기본 해상도도 HDTV에 비해서는 떨어져 사치성 구매자가 아니라면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는 제품이다.

이보다 더 큰 사이즈의 제품 발매에 관한 소니의 계획은 아직 발표된 것이 없지만 굳이 소니가 아니더라도 파나소닉, 히타치, 삼성 등 다른 메이커들이 올해 더 큰 사이즈의 OLED TV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제조가 쉽지 않다는 점과 신기술의 경우 초기 가격이 대체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제품 역시 가격은 상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EL-1은 OLED가 실제 구현 가능한 차세대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제품이다.

디자인

초소형 사이즈의 XEL-1을 대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상당한 기술진전이 이뤄졌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실버 패널이 정말 얇다는 점이다.

이 2가지 디자인적 특징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OLED를 채용한 덕에 XEL-1의 패널 폭이 3mm 정도로 얇아질 수 있었고, 더 얇은 OLED 시제품 시연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어떤 시제품은 양피지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스크린 TV는 얇아졌지만 유틸리티가 전보다 향상되지도 않았고, 얇은 두께로 인해 심각한 디자인적 문제마저 야기됐다. 연결 장치들을 꽂을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HDMI 포트의 넓이는 보호용 커버 장치를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 6mm 정도이고, 다른 기존 포트 타입도 이보다 큰 편이다.

XEL-1의 플러그 문제가 부각되자 소니는 플러그를 휴대형 DVD 플레이어처럼 구성된 오른쪽 베이스의 모호한 공간에 위치시켰다.

이 베이스는 디스크를 가동시키는 장치는 아니다. 베이스의 뒷면 패널에 일련의 입력 단자가 달려있고, 전면 상단에는 한 줄의 버튼, 비스듬한 경첩의 스크린을 지탱하는 오른쪽 측면에 실버 암이 하나 달려있다.

베이스의 뒷면과 패널의 뒷면을 따라 마무리된 크롬이 이 암과 조화를 이루면서 지금까지 봐온 TV와 마찬가지로 맵시있고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크린은 빛의 흡수가 덜한 약간의 반사형 표면으로 코팅돼 있다.

XEL-1는 베이스 사이즈가 9.5x5.1인치 정도이며, 스크린을 수직으로 세웠을 때 높이는 9.75 인치다. 패널을 분리할 수는 없다.

XEL-1의 전원을 켜자 소니의 다른 제품에도 탑재되는 XMB(Cross Media Bar) 메뉴가 떴다. XMB는 PS3에서는 꽤 괜찮은 기능이지만 TV에서 보니 다소 어색했다. TV의 경우 선택요소들이 너무 많아 액세스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화면 메뉴로 들어갈 때 몇 초 동안 ‘대기’ 문구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메뉴 체계는 리모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꽤 괜찮아 보이지만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키 사이즈가 불편하다.

기능

XEL-1이 유명세를 얻은 최대 장점은 OLED의 채용이다. 소니가 말하는 OLED 기능은 다음과 같다.

“유기물질 레이어가 2개의 전도체(전해조의 양극-anode과 전해조의 음극-cathode) 사이에 맞물려 있다. 이 2개의 전도체는 교대로 글래스 상판 전극(봉인)과 글래스 하판 전극(회로 기판) 사이에 맞물린다. 전류가 이 2개의 전도체에 흐르면 밝고 전자적인 발광빛이 유기물질에서 직접 발사된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아마도 제조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을 듯) XEL-1의 해상도는 수직, 수평 모두 1,920x1,080 (a.k.a. 1080p)인 다른 제품의 절반 수준인 960x540 픽셀밖에 안 된다. 4개의 XEL-1 스크린을 합치면 하나의 1080p 디스플레이가 된다.

그러나 픽셀수가 적다고 해서 진정한 HDTV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처럼 작은 스크린에서는 픽셀을 일일이 식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픽셀수가 적다고 해서 화질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KDL-46XBR4 등 2007년에 발표된 소니의 다른 제품에 탑재된 안티 저더(anti-judder) 프로세싱이 포함되지 않은 부분은 좀 아쉽다.

XEL-1은 입력 장치에 따라 각각 적용할 수 있는 3개 화면 모드, 4개의 색온도 사전설정, 2개의 노이즈 감소 기능, 그리고 최상의 화질 구현을 위해 전원을 차단 상태에 두어야 하는 몇 개의 추가 기능(백 코렉터, 클리어 화이트, 라이브 컬러) 등 화면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 기능이 몇 가지 제공된다.

또 4단계 감마 조절(‘오프’일 경우 가장 매끄럽고, 블랙부터 화이트까지 가장 직선으로 연결된다.), 컬러 스페이스 설정(좀더 정확한 컬러를 위한 표준-Normal-상태에 해당), 2.3 풀다운 탐지가 가능한 소니의 시네모션 프로세싱도 제공된다.

외부 단자 접속을 위한 뒷면 패널 공간이 부족한 TV는 대부분 마찬가지겠지만 XEL-1도 입력 단자가 부족한 편이다. 표준 AV 단자로는 2개의 HDMI 포트, 그리고 안테나 또는 케이블을 꽂을 수 있는 RF스타일 입력 단자만 제공된다. 표준 아날로그 단자는 제공되지 않는다. XEL-1에 실제로 VCR을 연결할 사람은 없을 테니 이 부분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뒷면 패널에는 브라비아 인터넷 비디오 링크용 포트 등 소니의 다른 자체 개발 아이템뿐 아니라 메모리 스틱(프로 및 듀오 호환)용 슬롯이 달려 있다.

성능

이처럼 멋진 다이오드 덕에 소니 XEL-1은 현재 시판 중인 TV에서는 보기 어려운 깊은 블랙레벨을 구현한다.

XEL-1의 블랙은 기본적으로 완벽한 블랙으로 어두운 방 안에서는 언뜻 봐서 스크린 주변의 블랙 프레임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컬러 정확도는 확실히 다소 향상됐으나 각각의 컬러는 지금까지 테스트를 수행한 TV들에 비해 밝고 생동감도 있었다.(이 부분에서는 XEL-1의 블랙 레벨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스크린 균일성과 오프 시야각 등 일반적으로 플라즈마가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는 일부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훨씬 더 뛰어난 수준을 자랑했다.

이 정도의 블랙 레벨은 화질 면에서 OLED의 최고 수준을 자랑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사례다. 지금까지 테스트한 TV 중 XEL-1과 비슷한 성능을 보인 디스플레이는 CES 2008에서 선보인 파이오니어의 ‘익스트림 콘트라스트 컨셉트’ 플라즈마가 유일하다. 앞으로 몇 년 후면 OLED가 평면 디스플레이와 경쟁 관계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CNET 랩의 에디터스 초이스 플라즈마인 50-인치 파이오니어 PDP-5080HD 옆에 작은 사이즈의 XEL-1 디스플레이를 놓자 정말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HD 효과를 경험해보고 싶었으나 11인치 스크린이 너무 작아 바짝 다가앉을 수가 없었고, 소니의 놀랄만한 화질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도 모르는 새에 파이오니어로 눈길이 쏠리고 말았다. 하지만 실용적인 홈씨어터 디스플레이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XEL-1의 단점을 일단 배제하고 성능에만 집중해보자.

다시 블랙 레벨로 돌아가보자. XEL-1이 완벽한 다크 스크린, 우편함 바, 블랙 배경 위 또는 PS3 메뉴 위치의 텍스트 타이틀을 구현할 때의 블랙은 모두 칠흙 같은 완벽한 블랙이다.

TV 주변을 완벽하게 감싸는 블랙 프레임과 조화를 이뤘으며, 일례로 더 밝은 텍스트의 경우 완벽하게 어두운 테스트룸의 공간을 떠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소니의 1,000,000:1 명암비를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요소인 XEL-1의 블랙은 파이오니어에서 훨씬 더 어둡게 보였으며, 소니 KDS-55A3000 컬러 등 다른 디스플레이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영화 선샤인(Sunshine) 배우들의 어두운 머리카락 등 섀도우 재현도 파이오니어 정도로 디테일이세심하게 드러났다. XEL-1의 감마가 약간 향상됐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블랙에 가까운 공간으로 인해 특히 칠흙 같은 우편함 바의 경우 지나치게 밝아보였다.

이처럼 높은 명암비는 TV 자체보다 사람의 눈에 비치는 모습에 제약이 더 많다는 몇 가지 이슈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계정을 만드는 동안 블랙 스크린에 나타나는 흰색의 이름 등 어두운 배경에서 매우 밝은 장면의 경우 글자의 가장자리에 희미한 빛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LED-백릿의 삼성 LN-T4681F에서 나타난 훨씬 더 강렬한 ‘화면 반점’과는 다르며, 심각하게 혼란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밝기를 줄인 상태에서는 소니의 이미지가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표준 40ftl 피크조차도 어두운 방에서는 많은 장면에서 너무 밝게 보였는데 이는 스크린 사이즈가 작기 때문인 듯하다. 높은 명암비와 작은 스크린은 확실히 눈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XEL-1의 기본 컬러와 제2 컬러는 HDTV 표준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그린 컬러는 실제로 네온처럼 보이는 선박의 수경 농장 농작물 차트와도 상당히 달랐다.

이 때문에 피부 톤이 좀더 엷게 보였으며, 그레이스케일의 경우는 파이오니어에서 훨씬 더 자연스럽게 표현된 공간 컬러 등 칠흙에 가까운 컬러에서는 진한 그린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채도와 펀치는 우수했지만 특히 나란히 놓고 비교할 때는 XEL-1의 정확한 컬러감 부족이 꽤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문제는 소니 자체의 OLED 기술력 탓이지 OLED 기술 자체의 문제는 아닌 듯 하지만 다른 비교 대상 OLED 제품이 없어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겠다.

XEL-1 스크린의 낮은 해상도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특히 스크린 사이즈가 작을 경우 이런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XEL-1은 작은 사이즈와 놀라울 정도의 명암비 덕에 다른 2개의 디스플레이보다 더 선명성을 자랑했다.

선박의 식당에 있는 얇은 크로스바에 나타나는 거슬림 등 낮은 픽셀 수로 인한 문제로 보이는 몇 가지 인공산물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고, 나타난다 하더라도 미세한 정도였다.

1080i와 720p 테스트 패턴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최대의 섬세함을 표현해내지는 못했다. 두 패턴에서 모두 기본 해상도를 넘어섰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XEL-1이 비디오 기반 1080i 소스는 적절하게 구현하지 못했으나 영화 기반 소스는 훨씬 더 처리가 뛰어났다는 점이다. 또 표준 1080i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지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1080p/24 소스는 수용했다.

다른 많은 중요한 방식의 경우에는 플라즈마와 비슷한 수준을 자랑했다. 이는 분명 OLED의 장점이다. 소니 XEL-1은 어려운 테스트 소스에서도 움직임 화면에서 얼룩이나 흐릿함이 전혀 보이지 않아 OLED의 응답 시간이 빠르다는 소니의 주장을 입증해 주었다.

XEL-1의 오프 시야각은 지금까지 테스트를 수행한 다른 디스플레이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이미지는 어느 쪽에 자리를 잡고 보더라도 밝고 선명한 상태를 유지했다.

스크린 전반에 걸친 균일성도 거의 완벽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XEL-1의 스크린이 방안을 둘러싼 많은 빛을 반사하도록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출시될 OLED는 반사가 덜한 스크린을 채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