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테러와 홍수를 대비하라

일반입력 :2008/02/19 10:39

Gary Flood

카나리 워프(Canary Wharf)야 말로 서유럽에서 가장 테러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HSBC 데이터센터 서비스 대표 로이 아도니는 런던 중심지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 수백만파운드의 자금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아도니의 설명에 의하면 HSBC는 현재 런던 도크랜드(Docklands) 지역 카나리 워프 본부에 가장 큰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템즈 강변에 또 다른 데이터 센터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지리적 여건상 테러리스트들의 위협 이외에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잠재적인 홍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 현재 데이터 센터들의 위치가 모두 홍수 피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또한 현 시설물들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지금처럼 런던 중심지에 두 개의 중요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판단했고, 새로운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데이터 센터 이전과 관련한 문제는 비단 HSBC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뉴욕, 프랑크푸르트, 런던의 주요 도심에 자리 잡고 있던 금융 서비스 관련 기업들 모두 핵심 IT 관련 시설을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 더불어 런던의 중심부에서는 제곱피트 당 150파운드(1제곱미터에 약 270만원)의 임대료가 정상적인 가격일 정도. 이 때문에 가격 또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공간이 협소해 지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몇몇 회사들은 데이터 센터 환경을 현대화 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데이터 센터 건립 비용 및 고생을 고려했을 때, 코로케이션(Co-location)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하지만 데이터 센터 공간을 위탁할 경우, 데이터 센터 공간 및 기능 상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HSBC는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는 비용이 충분히 부담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 새로운 전용 건물을 짓기로 결정했다(아래 사진은 건물이 완공되었을 때를 가정한 가상 도면). 이 건물은 2008년~2009년 초 경에 완공될 예정. HSBC측은 새로 건설할 건물의 총 면적이나 수용 능력 및 특징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더불어 시설의 위치에 대해서도 런던 교외라고만 할 뿐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센터를 이전하는 주요 목표 중 하나가 테러 위협으로부터의 회피였기 때문에 HSBC측의 이러한 반응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설은 매우 견고하게 설계되었고, 변화무쌍한 날씨를 비롯, 다양한 종류의 위협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아도니는 말했다.

HSBC는 데이터 센터 건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디지털 리얼티 트러스트(Digital Realty Trust)와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디지털 리얼티 측은 해당 기업이 요청하는 대로 데이터 센터가 건설,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일 중 하나는 바로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여러 지원 인프라들을 구축하는 데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

부동산 구매부터, 시설 설계, 지역 전력 회사와의 계약까지 다양한 일들을 대행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 전력 회사로부터 안정적인 전기 보급을 약속 받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심지어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가끔 전력 부족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

디지털 리얼티의 주 활동 무대는 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HSBC와의 계약이 런던을 무대로 하는 최초의 계약이라고 그들은 밝혔다. 디지털 리얼티의 고객 명단에는 BT를 비롯, IBM, JP 모건 체이스, 얼라이드 아이리시 은행(Allied Irish Bank), 아마존, 그리고 야후 등 세계 500대 기업 순위 내에 들어가는 회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HSBC는 코로케이션을 마다하고 왜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면서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데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하는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다.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력, 냉각, 및 기타 환경적인 상황들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많은 데이터 센터들은 이전부터 사용해 오던 본부 건물에, 그것도 매우 비싼 임대료를 물면서 머물고 있는 상태이다라고 아도니는 말했다.

코로케이션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업체에 적합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HSBC의 IT 관련 시설 규모는 상당히 크다. 중소기업들에는 코로케이션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1만제곱피트 정도의 컴퓨터 저장 공간만으로도 문제없는 규모라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최신 기술을 원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저장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HSBC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전문가들을 섭외했다. 우리는 부동산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또 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쓰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HSBC는 더불어 전력 공급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 업체에게 일을 일임했다. 실제로 HSBC는 최종 부지를 거의 확정하기 직전, 전력회사로부터 향후 3년간은 충분한 전력을 공급해주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럴 때 비로소 디지털 리얼티와 같은 회사가 필요한 것이라고 아도니는 말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한 경험이 있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이미 구축해 놓고 있는 회사들에게 일을 맡기려 노력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의뢰 회사를 뽑는 데 각 회사의 기술적인 경쟁력도 평가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리얼티는 평가 과정에서 DRUPS(Diesel Rotary Uninterruptible Power Supply kit)에 대해 언급했는데, 실제로 DRUPS는 미국보다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HSBC측도 이를 새로운 데이터 센터에 적용하려고 검토 중이었다.

과연 다른 기업들도 HSBC의 선례를 따라 기존의 데이터 센터를 보수하거나 코로케이션의 형태로 전환하는 대신 21세기형 데이터 센터를 새롭게 구축하려 할까? 디지털 리얼티에 의하면, 유럽에 본부를 두고 있는 여러 기업들 사이에서 데이터 센터 건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디지털 리얼티는 총 1,200만제곱피트(약 110만제곱미터)에 이르는 규모의 클라이언트 데이터 센터 계약 실적을 올렸다.

아직까지는 디지털 리얼티의 사업의 대부분이 영국 바깥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러한 경향 또한 변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독립 설문 기관 캄포스 리서치 앤드 어낼러시스(Campos Research & Analysis)에서 시행한 시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그들의 데이터 센터를 확장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응답자들이 선택한 평균 확장 규모는 약 1만제곱피트(1,000제곱미터) 정도. 전체 응답자 중 75%의 답은 5,000~2만5,000제곱피트(500~2,500제곱미터)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85%)의 응답자들은 향후 12개월 내, 길어도 2년 내에는 현재의 상황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78%의 응답자들은 두 개 이상의 지역에 분산 확장 할 뜻을 내비쳤다. 설문조사는 유럽 내 중대형규모의 IT 기업 의사 결정 담당자 125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이들이 데이터 센터를 확장하고 싶어하는 주요 요인은 재해 회피, 사업의 연속성, 그리고 추가 네트워크 연결 확보, 냉각 관련 시설 확충, 더 넒은 공간 확보, 충분한 전력 공급 보장, 및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도입 등 HSBC와 동일하다.

몇몇 회사들은 그들만의 특화된 데이터 센터를 필요로 한다고 디지털 리얼티 UK 대표이사 겸 영업 및 기술 지원 부문 수석 부회장 역할을 맡고 있는 크리스 크로스비는 말했다. 이러한 종류의 회사들은 타 기업들과 장비 및 발전기 등을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런던 내 데이터 센터 유지에 대한 환경적, 보안적, 비용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보았을 때, 디지털 리얼티와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데이터 센터 건설 시장은 사실 그리 크지 않다. 아직까지 그 어떤 분석회사도 자체 설계한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반적인 코로케이션 서비스와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체 설비 및 시설을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였을 때, 실제로 디지털 리얼티 같은 회사와 데이터 건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업은 몇몇 규모 큰 기업들로 한정되어 있다. 사실 IT와 부동산이 사업 상으로 서로 얽히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IT와 부동산의 조화가 다루기 힘든 숙제가 될 수 있다고 크로스비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