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10대 뉴스] 첨단기술유출「적은 내부에」

일반입력 :2007/12/14 12:39

김태정 기자 기자

2007년에는 기술유출이라는 한국경제의 암덩어리 축출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굵직한 기술유출 사태가 줄을 이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올해 4월 정부는 계류중이었던 산업기밀유출방지법을 시행했다. 기업이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매각이나 기술 이전 시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정부가 이렇게 나서게 된 까닭은 산업기밀유출의 심각성이 국가 경제를 심하게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2003년 6건에 불과하던 산업기술유출사건은 2004년 26건, 2005년 29건, 2006년 31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기밀 유출자 대부분이 내부인력

가장 큰 원인은 기밀 유출의 근원이 외부에서 내부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기밀을 직접 다루는 내부인력의 유출시도는 외부 해킹을 막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중기청이 지난 7월 중소기업 1,2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산업기업 유출자 중 상당수가 퇴직사원(62.9%)였고, 현직사원(23.5%)이 뒤를 이었다. 합치면 90%에 육박한다. 미국에서도 경제분야 컴퓨터 범죄 90%가 내부인 소행이라는 현지 ZDNet 보도가 나오는 등 사정이 비슷하다.

또한 산업기밀유출방지법 시행 후에도 내부자의 기밀유출 범죄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7월 적발된 첨단 조선기술의 중국 유출 시도가 대표적인 매국 범죄다. 조선업체 기술팀장들이 가담한 이 범죄가 성공했다면 국가 피해액이 35조원에 달할 뻔 했다는 분석이 나와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 이전 5월에는 포스데이타의 15조원대 와이브로 기술에 대한 유출시도가 적발되기도 했다. 그나마 보안 시스템으로 잡아낸 것이 '불행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의 관리에 대한 이슈에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단순 법제화만으로 산업기밀유출을 방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내부문서보호 시장 주목받아

그래서 올해 주목받은 보안 솔루션이 바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이다. 이는 기업내 주요 정보의 생성부터 보관, 유통, 폐기와 같은 전 과정을 통제하는 솔루션으로 콘텐츠 인증, 권한제어, 부정사용방지 등이 대표 기술이다.

특히 다른 기업과의 협업이 늘어나면서 서로의 정보를 보호해 줄 기술적인 약속 의미로 도입이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DRM 시장규모는 지난해 300억원에서 올해 500억원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특허청에 따르면 DRM 관련 특허 출원은 최근 5년간(2003년~2007년) 매년 100건 이상씩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내부보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는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마크애니, 소프트캠프, 파수닷컴 등 국내 주요 DRM 업체들은 “DRM 시장이 이제야 개화기를 맞고 있다”며 “이제까지 추이를 관망하던 기업들이 DRM 도입에 결단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DRM 기술력 세계 선두

한편, 이들의 기술력은 다른 보안 분야와는 달리 세계 선두권에 올라있어, IT 수출에 있어서의 성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소프트캠프는 일본 현지업체 조사에서 2위에 올랐으며, 파수닷컴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객사(450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애니도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 기업이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까닭은 세계 DRM 시장인 태동기인 2001년경부터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늦은 2002년에야 스텔런트(Stellent)나 오센티카(Authentica) 등 DRM 업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으나 각각 오라클과 EMC에 인수됐다. 현재는 다른 솔루션에 포함돼 판매되는 수준으로 DRM만 전문으로 하는 토종기업 기술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파수닷컴 김미현 차장은 “국내 고객들의 요구 수준이 해외보다 월등히 높아 기술 진화가 빠르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