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팬션, 플래시 메모리 신기술로 돌파구 찾는다

일반입력 :2007/11/30 15:47

Michael Kanellos

향후 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이끌어 갈 신기술 개발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들에 대한 소식이 여기저기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들의 앞으로의 전개방향이 자못 궁금하다.

AMD와 후지쯔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플래시 메모리 회사인 스팬션(Spansion)은 자사 미러비트(MirrorBit) 및 오어낸드(Ornand) 플래시 칩의 기반인 ‘차지-트래핑(charge-trapping)’ 기술이 플래시 업계가 봉착한 ‘칩 크기 축소 및 성능 향상의 지속’이라는 난제의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스팬션은 이미 차지 트래핑에 기반한 플래시 칩을 만들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의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기반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차이를 지닌 기술이다. 스팬션의 버트랜드 캠보우 CEO는 CNET News.com과의 인터뷰에서 타 업체에 이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캠보우 CEO는 삼성, 도시바 및 하이닉스가 차지 트래핑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면서 스팬션은 이의 핵심 기술을 특허로서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간단한 기술이 아니며 연구개발에만 수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차지 트래핑 방식은 인텔과 스팬션이 지배하고 있는 비교적 소규모 시장인 노어 플래시와 휴대폰, MP3P 등에서 사용되는 낸드 플래시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AMD가 차지 트래핑 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차지 트래핑 기반 기술을 다수 보유한 회사는 스팬션이 지난 10월 3억2,800만달러에 인수한 이스라엘의 사이펀 세미컨덕터즈(Saifun Semiconductors)다.

생각대로 일이 풀리기만 한다면 이 회사는 일시에 대박을 터뜨림으로써 그 동안의 만성적인 적자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3분기 실적 발표 자료를 보면 스팬션은 6억1,100만달러의 매출에 7,2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칩 업체는 라이선스를 통한 기술이전을 극히 꺼리는 경향이 있다. 경쟁 업체에게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일례로 도시바는 낸드 기술 라이선스를 통해 두둑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낸드 관련 특허는 가치가 있는데 소비자 전자제품 및 전화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 가격은 등락을 하는 반면 낸드 소비량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늘어난 낸드 수요에 맞추려는 이유에서 설비를 확장하는 칩 메이커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개 DRAM 등의 칩을 위해 설비를 신설했던 과거와는 대조된다. 일부 낸드 업체들은 플래시를 하드드라이브의 대체물로 내세우며 노트북 및 블레이드 서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마이크 스플린터 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낸드 플래시가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플래시 업계 내의 대다수 임원 및 전문 기술인들은 지금까지의 가파른 성장세를 뒤로 한 채 낸드 기술이 위기를 향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아키텍처의 혁신적 변화 없이는 칩 크기를 계속 줄이는 데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칩 크기를 줄일 수 없다면 비용 절감, 성능 향상, 수요량 증가 역시 가능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차지 트래핑이란 무엇인가? 전통적 플로팅 게이트 방식의 플래시에서는 재료들을 샌드위치 형식으로 적층시켜 메모리 셀을 만드는데, 두 겹의 이산화규소, 즉 유리 사이에 폴리실리콘(Polysilicon)이 놓이게 된다.

전자가 메모리 셀에 갇히게 되면(trapped), 10년 동안 그곳에 머무를 수 있는데 이것이 사진을 삭제하기 전까지는 메모리 카드에 계속 저장되는 원리이다.

위와 달리 차지 트래핑에서는 중간 물질로 산화물-질산화물-산화물(oxide-nitride-oxide)로 구성된 레이어를 이용한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차지 트래핑을 ‘ONO’라고도 부른다.

오브젝티브 어낼리시스의 짐 핸디 사장은 특정 셀 크기에 도달하면 플래시가 갖는 고질적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면서 기존 45~35나노미터 플래시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재료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45나노미터 플래시는 1~2년 후면 수명이 다할 것이다. 일부 비휘발성 메모리는 벌써부터 크기 축소에서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와 IBM이 지원하는 메모리 형식인 MRAM은 현재 보편화된 65나노미터 공정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기술들

이제 스팬션에 남은 크나큰 문제는 반도체 업계의 호응을 얻어내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메모리의 미래에 관해서는 저마다의 생각이 있을 것이고 어떤 기술이 미래에 살아남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일부 유망한 아이디어를 들자면 도시바의 3D 메모리, 인텔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공동 출자한 뉴모닉스의 상변화 칩, 자기 메모리의 일종인 그랜디스의 STT-RAM 등이 있다.

차지 트래핑은 위 칩들에 비해 2가지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제법이 이미 알려져 있어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험실 테스트 결과 칩의 크기를 줄이는 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캠보우 CEO는 현재의 실험실용 셀은 20나노미터짜리이다. 크기를 줄이는데 성공하면 가장 저렴한 칩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의 20나노미터란 칩 상의 평균적 피처의 크기(feature size)를 말한다.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이다. 일반적으로 피처가 작을수록 성능은 높이면서 비용은 낮출 수 있게 된다.

현재 20나노미터 메모리의 제조는 2012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아울러 캠보우 CEO는 동일한 제조 공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전제 하에 차지 트래핑 메모리 셀은 다른 메모리 셀에 비해 크기가 더 작기 때문에 여기서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셀 크기가 크다는 것 자체가 약점이다. 차지 트래핑은 향후 10년을 좌우할 탁월한 기술이다고 말했다.

캠보우는 상변화 메모리에 관해서는 2016년쯤이라면 괜찮은 생각일 수 있지만 가격을 낮추기까지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변화 칩에 대한 지지자들은 이 메모리가 앞으로 몇 년 내에 시장에 깜짝 출현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상변화 칩은 이미 70년대 초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기술이다.

핸디 사장 역시 어느 정도 같은 생각이다. 차지 트래핑 기술이 상변화 또는 재기록형(rewritable) 3D 메모리에 비해 도입하기가 더 쉬운 기술일 것이다. 아울러 혁신적이기도 하다. 대기업들 역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스팬션에게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캠보우 CEO는 ONO가 앞으로의 대세임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삼성에서는 이미 앞으로 ONO 기술을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면 스팬션 보유 특허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스팬션과 사이펀 간 있었던 일을 감안하면 라이선스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이펀이 지금과 달리 별개의 회사였을 때 사이펀은 이 기술을 AMD에게 라이선스로 제공하고자 했다. 그런데 AMD가 미러비트 메모리를 덜컥 내놓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 소송을 걸었다. 이후 합의를 이끌어 내게 된다.

물론 스팬션은 칩 생산을 계속할 것이고 파운드리 업체에 아웃소싱하는 물량도 계속 늘려갈 것이다. 스팬션은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과 함께 중국의 SMIC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스팬션의 칩 중 절반 정도는 파운드리 업체로 아웃소싱되는 물량이다. 앞으로 자체 생산 비중을 40~30%까지 낮출 예정이다.

이러한 생산체계를 통해 스팬션은 최첨단 프로세스를 요하는 칩은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는 파운드리에서 1세대 뒤진 제조장비에 의해 생산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