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TV 메이커 비지오의 상승세가 무섭다.비지오는 비교적 단시간에 평면 TV 시장에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며, 그 과정에서 유수의 전자제품 메이커들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소니, 삼성과 같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회사들을 제치고,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명 회사에 불과했던 비지오가 올 2분기 TV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아이서플라이가 20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비지오는 2분기 동안 북미 시장에서 60만6,402대의 TV를 판매했는데 이는 이전 분기 실적보다 무려 76% 향상된 수치이다. 이 수치는 비지오를 LCD TV 판매 부문 1위에 올려놓았는데 이에 따른 시장 점유율은 14.5%에 이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지오는 판매량 5위, 점유율 9.4%에 불과한 성적을 냈었다.기존 1위를 고수했던 삼성은 46만7,210대를 판매, 2위로 떨어졌다. 지난 분기 삼성은 44만5,683대를 판매한 바 있다. 하지만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업체는 바로 소니. 소니는 3위에서 무려 6위까지 떨어지는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분기 41만2,232대를 판매한 소니는 이번 분기에는 불과 25만3,377대 밖에 판매하지 못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비지오 CEO 윌리엄 왕은 "우리는 소니와 삼성의 아성을 더욱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고 CNET News.com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비지오의 급격한 성장의 주된 비결은 바로 제품 판매처 배분 전략에 있다. 2분기를 시작하면서 비지오는 제품 판매처를 대폭 확대했는데, 이 중에는 월마트, 시어스, K마트, 서킷 시티 등 대형 할인 매장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전체 판매량의 폭발적 상승의 견인했다고 아이서플라이 애널리스트 리디 파텔은 분석했다. 비지오는 처음 시장에 진입 할 때부터 코스트코, 홀세일, 샘스 클럽과 같은 창고형 대형 도매 매장들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했다.이와 더불어 비지오의 LCD 제품들은 소니, 삼성 등의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질적으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가격은 훨씬 낮았다고 파텔은 설명했다.그는 "한 소비자가 TV를 구매하기 위해 1,000달러의 예산을 들고 찾아왔다고 가정하자. 그들은 인지도 있는 메이커들이 내놓은 32~37인치짜리 TV를 사거나 똑같은 가격으로 47인치짜리 비지오 제품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저가 전략이야말로 비지오의 주된 성공 비결 중 하나"라는 것이다.지금까지 비지오는 입소문을 통한 홍보에만 치중해 왔다. 실제로 제대로 된 광고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비지오 측은 올 가을부터 이러한 소극적인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줄 것이라 밝혔다. 비지오는 다음 달 미식축구리그인 NFL 개막에 맞춰 대대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작년 NFL MVP였던 샌디에고 차져스 소속 라다니엔 톰린슨을 모델로 섭외했다.왕 CEO는 "우리의 목적은 항상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우리는 소극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그러나 광고전략은 비지오 스타일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즉 광고 예산은 전체 비용의 1% 미만으로 책정할 것이라는 이야기.왕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답을 찾기란 어렵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TV 시장에만 국한된 기업이 아닌, 인지도 있는 소비자 가전 업체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디스플레이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불과 2년 전인 2005년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비지오는 북미 시장에서 15위권에 위치해 있었다(LCD 부문의 또 다른 신규 사업자로 등장한 폴라로이드도 같은 기간 118% 성장, 시장 점유율을 4%대에서 7.5%로 올리는 성장을 일궜다).이러한 성장은 필립스, 푸나이(Funai-Sylvania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 그리고 샤프의 실적하락을 발판 삼아 일구어낸 것이다. 이들 메이커들은 시장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필립스는 오히려 평면 TV 부문 북미 시장 판매량이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많은 신규 브랜드들이 전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와 신텍스-브릴리언의 아시아 시장 진출이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비지오는 앞으로 한동안은 미국 시장에만 전념할 것이라 밝혔다.비지오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바로 중고가형 TV군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에이서 또한 이와 비슷한 전략으로 PC 사업에서 급격한 성장을 일구어낸바 있다. 이와 더불어 비지오는 더 나은 애프터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지오는 TV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포스터 크기의 서비스 가이드를 제공한다. 또한 품질 보증기간 내에는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위 "브라이트 픽셀(bright pixel)"이라 불리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A/S를 제공한다. 브라이트 픽셀은 화면상의 픽셀이 손상되어 흰색 점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캘리포니아 주 코스타 메사에 위치한 비지오는 2003년 컨설팅 회사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왕은 몇몇 타이완 LCD 메이커들과 일을 했고, 스스로 미국에 LCD 판매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들이 손을 댄 첫 번째 사업은 바로 게이트웨이의 42인치 플라즈마 TV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당시 2,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경쟁하던 동급 모델들의 가격은 대체적으로 6,000달러 선이었기 때문이다.비록 게이트웨이의 TV 사업은 그리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2002년 저가형 TV로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고, 다른 메이커들의 TV 판매 가격을 하락시키는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 "한달 만에 무려 4,000대를 팔았다.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왕은 지난 1월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비지오는 큰 조직이 아닌 작은 조직을 지향한다. 현재 미국 직원은 총 85명, 이 중 대부분은 소비자 지원(C/S)업무를 맡고 있다. 해외지사에 상주하고 있는 직원도 몇 명 되지 않는다. 실제 생산은 하청 업체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에 따른 비용 및 지나친 인건비 등을 절감한 것이다.비지오는 또한 기존의 메이커들과는 다른 판매 방식을 택했다. 비지오는 첫 TV 판매처를 코스트코, 샘스 클럽으로 정했고, 현재는 월마트, 시어스, 서킷 시티 등으로 그 판매처를 확대했다. TV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들 매장들은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마진율을 10%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기존의 가전제품 판매 상점들은 마진율을 25% 이상 가져가려 한다. 이러한 차이는 비지오에게 두 가지 이익을 가져다 준다. 우선 일반 전자 상가 등에서 판매하는 메이저 메이커들의 TV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 대형 메이커들은 이미지 유지 문제로 인해 선뜻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 매장에 자신들의 제품을 진열하기가 힘들다는 점 등이 비지오에게 매우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저가 전략은 또 다른 트렌드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점점 대형 할인 매장에서 전자제품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비지오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장소에서 TV를 판매하게 된 셈이다. 작년 검은 금요일(추수 감사절 이후 전통적으로 벌어지는 세일 행사)에 비지오는 무려 3만5,000~3만7,000대의 TV를 판매했다.하지만 비지오가 이런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명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비지오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아이서플라이의 파텔은 분석했다. 3분기와 4분기는 전통적으로 TV 판매량이 급증하는 기간으로 알려져 왔고, 이러한 상승 흐름 속에서 비지오 또한 지속적으로 판매량 증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파텔은 "물론 삼성, 소니와 같은 경쟁 업체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그들 또한 비지오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는 가격, 또는 프로모션 정책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