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새 아이맥과 아이라이프로 권토중래?

일반입력 :2007/08/09 10:20

Tom Krazit

애플이 올해 네 번째로 주최한 큰 행사는 이전 행사들에 비해 다소 규모가 작았지만, 개인용 컴퓨터를 바라보는 애플의 생각을 넌지시 드러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알루미늄과 유리로 장식한 새 아이맥을 내놓으면서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애플의 아이맥은 마더보드가 평면 디스플레이 밑에 자리잡고 있는 일체형 컴퓨터이며, 기존의 데스크톱 PC에 비해 좀더 간소화된 시스템이다.애플은 아이라이프(iLife) 패키지로 알려진 일반 맥 사용자용 소프트웨어도 업데이트했다. 아이라이프 ’08을 구성하는 이 다섯 가지 애플리케이션은 맥 사용자들이 (유비쿼터스 웹 2.0의 주제인)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가정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남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올해 애플은 정말 바쁘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모든 것이 아이폰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 와중에 애플은 다음 번 맥 OS 버전인 레오파드를 10월에 출시할 준비도 하느라 정신 없이 바빴다. 하지만 애플이 홈 미디어 마니아들로 이루어진 청중들에게 신제품을 발표한 이번 7일의 행사는 훨씬 덜 화려했다.애플은 프레젠테이션 후에 여러 대의 아이맥을 전시했다. 이 제품들은 현재 애플 전문 매장과 웹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애플은 여러 해 동안 아이맥의 디자인을 업데이트하지 않았었다. 또한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인텔의 최신 코어 2 듀오 프로세서를 새 시스템에 내장시켰다.애플은 맥 고객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 한 부류는 무게가 나가는 맥 프로 데스크톱과 맥북 프로 노트북을 사용하는 개발자 및 창조적인 전문 직업인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아이맥과 맥북을 구입하는 나머지 사람들 전부이다. 올해는 애플이 지난 분기에 맥 출하량을 33%나 증가시킨 멋진 해였다. 하지만 아이맥 제품은 상당 기간 동안 침체했었다. 따라서 애플은 이전에 전문가용 제품에서 사용하려고 보류해 두었던 알루미늄 마감재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아이맥을 검정색과 은색 제품으로 다시 디자인하고 본체도 몇 인치 정도 줄였다. 유리 디스플레이, 그리고 새로운 날렵한 키보드와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로 외형이 완벽해졌다.하지만 잡스는 새로운 아이맥 시스템을 대충 소개한 다음, 아침 시간의 대부분을 참석자들에게 아이라이프와 아이워크(애플의 사무 생산성 관련 애플리케이션 패키지)의 개선 내용을 구석구석 보여주는 데 사용했다. 소위 말하는 이 "세대 교체"에 대한 애플의 광고는 대체로 아이라이프 패키지를 디지털 시대에 넘쳐흐르는 사진과 동영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부각시킨다.번쩍거리는 하드웨어는 고객을 문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시간을 보내면서 컴퓨터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소프트웨어이다. 과거에 윈도우와 애플 소프트웨어 사이에 존재하던 철의 장막은 윈도우에서 아이튠즈가 성공을 거두고 부트 캠프(Boot Camp)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나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뒤뜰에 세워진 울타리 정도에 불과하다. 그 울타리 너머로 호기심을 가진 이웃을 끌어당기기 위해 잡스는 새로운 맥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면서 가족처럼 친근한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려고 한다.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후대에 남기기 위해서든 멀리 있는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든) 자기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행동이 담긴 디지털 기록을 쉽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려는 것이다. 잡스는 새로운 아이포토와 아이무비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진과 홈 비디오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애플의 닷맥 서비스에서 호스팅하는 새로운 웹 갤러리 서비스에 업로드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닷맥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들이 최저 1기가바이트에서부터 최대 10기가바이트(연간 99달러)까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새로운 아이포토 애플리케이션은 “행사”별로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하면서 같은 날에 찍은 모든 사진을 모아 놓는다. 여러 날 동안 진행된 행사 또는 하루 동안 진행된 여러 건의 행사를 합치거나 분리할 수 있다. 아이무비 애플리케이션은 아이라이프 ’06과 아이라이프 ’08 사이에 가장 많이 수정된 것으로 따로 분류됐다. 잡스는 애플의 한 엔지니어가 케이맨 아일랜드로 여행을 갔던 추억을 짧은 가정용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아이무비로든, 애플의 전문가용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인 파이널 컷 프로(Final Cut Pro)로든 간에 그런 영화를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아이무비 ‘08이라는 것이다.아이포토와 비슷하게 아이무비는 동영상 클립을 축소이미지 형태의 클립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으므로, 동영상 클립을 영화 제작 템플릿에 끌어 놓기만 하면 된다. 완성된 영화는 아이무비 애플리케이션 메뉴에서 닷맥 페이지로 업로드할 수도 있고 아직 애플과 구글이 공동으로 작업 중이긴 하지만 유튜브로 곧바로 업로드할 수도 있다. 검색 대기업인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는 애플의 이사회의 일원이다.아이포토와 아이무비는 모두 애플의 웹 페이지 생성 소프트웨어인 아이웹의 개선된 기능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아이웹 애플리케이션에서도 맥 사용자들이 사진 앨범과 동영상을 온라인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이 개선돼 새로운 닷맥 웹 갤러리에서 콘텐츠를 끌어올 수도 있고 방문자들이 앨범을 열기 전에 미리 볼 수도 있다. 자신이 만든 웹 페이지에 사람들이 정말 관심을 가진다면, 아이웹을 이용해 구글의 애드센스 프로그램에 서명을 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사이트에서 타깃형 광고를 클릭할 때 약간의 돈을 받을 수도 있다.애플의 아이라이프 소프트웨어의 마지막 구성 제품인 가라지밴드를 이용하면 록이나 블루스에서부터 재즈와 레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 스타일로 템플릿을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으므로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록스타가 반주 밴드를 모으는 복잡한 과정을 피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보컬리스트는 자신의 트랙을 반주 음악과 합쳐 놓은 다음, 집에 가만히 앉아서 그 레코드 발매 계약건을 진행할 수 있다.잡스는 애플의 사무 생산성 패키지인 아이워크 업데이트판이 나왔다는 소식도 간단하게 언급했다. 워드프로세싱 소프트웨어인 페이지(Pages)와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인 키노트(Keynote)에도 참고할 만한 몇몇 새로운 템플릿이 있었지만, 애플은 결국 소개한 것은 상당 시간 소문으로 떠돌던 넘버스(Numbers)라는 스프레드시트 애플리케이션이었다. 넘버스는 주로 스프레드시트 작업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하나의 스프레드시트 안에 넣어도 표를 엉망이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사진, 그래프 및 차트를 데이터 옆에 넣을 수 있으며 페이지 내에서 이리저리 옮겨도 스프레드시트의 포맷 설정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또 애플은 현재까지 전세계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지배적인 스프레드시트 애플리케이션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셀과 넘버스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맥 사용자용 오피스 2008이 최근에 지연되면서 아이라이프 사용자들이 넘버스에 익숙해질 시간이 어느 정도 생겼지만, 잡스가 확인해 준 바에 의하면 오피스 2008과는 달리 넘버스는 매크로를 지원하지 않는다.아이라이프 ‘08이나 아이워크 ’08의 새로운 기능 중에는 그 자체로 혁신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애플웍스 개발이 아이워크 첫 버전에서 중단된 이후 애플이 처음으로 내놓은 스프레드시트 애플리케이션인 넘버스는 예외인 것 같다. 대부분의 새로운 기능은 애플이 이미 아이라이프 패키지에 대해 이미 자세히 설명한 전략의 혁신적인 부분들이다.이런 맥 시스템과 아이라이프 소프트웨어에 대한 광고는 블로그/유튜브/트위터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즉, ‘당신이 창조적인 작품을 세상과 공유하는 것을 보다 쉽게 해 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물론, MS의 윈도우 운영 체제를 중심으로 구축된 PC에서도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성장했고 그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신세대에 속한 취향 형성자(taste maker)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더 나아가, 자신을 젊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엄청난 수의 베이비 붐 세대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기도 하다. 잡스는 애플의 유일한 목표는 “세계 최고의 개인용 컴퓨터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개인용 컴퓨터”라는 표현을 문자 그대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맥 시스템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실체가 무엇이든 그것을 세상과 공유하도록 도와주는 컴퓨터, 즉 개인 생활을 위한 컴퓨터라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HP도 “다시 오는 나만의 컴퓨터(The computer is personal again)”이라는 그와 유사한 주제를 내세운 광고 캠페인으로 노트북 PC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 캠페인 덕분에 HP는 작년에 전세계 컴퓨터 기업들 중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 광고는 고객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애플은 PC 산업계가 가장 바쁜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이 전략을 계속 밀어 붙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