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테라바이트(TB) 서막을 열다…히타찌 데스크스타 7K1000

일반입력 :2007/07/23 11:37    수정: 2009/01/04 22:18

ZDNet Korea 안현철 객원 리뷰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용량은 얼마나 더 커질까

해가 갈수록 커지는 HDD의 용량은 이제 1TB(테라바이트)시대를 맞았다.

1이라는 숫자는 무척 작아 보이지만 MB(메가바이트)와 GB(기가바이트) 단위를 쓰는 요즘 PC에서 TB는 1,024GB라는 엄청난 단위로 통한다.

1,024GB를 MB로 환산하면 1,048,576이다. 이렇게 풀어 보면 그 숫자는 실로 엄청난 수준임을 눈치채게 된다.

올초 예견됐던 1TB의 시대는 오늘 소개할 히타찌의 1TB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로 그 서막을 열어젖혔다.

단일 하드디스크로는 최대용량을 자랑하는 1TB HDD인 히타찌 ‘데스크스타 7K1000’의 드넓은 공간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 사용하는 HDD 3개 합쳐야

제조사에서 밝힌 7K1000의 사양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버퍼가 32MB라는 점이고 소비전력이나 소음부분에 서 '정숙모드'가 있다는 것.

이 제품에는 히타찌 제품 중 유일하게 '저전력 대기모드'와 '저전력 모드'가 추가돼 소비전력을 20% 가량 절감하면서 소음이나 발열도 줄이는 기능이 생겼다. 또 요즘 SATA 제품들처럼 Native Command Queuing (NCQ) 기술도 도입돼 읽고 쓰는 작업이 많을 때 좀더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생소하지만 'Audio-Visual Storage Manager(AVSM)' 기술도 적용, 비디오 스트리밍 환경에서 데이터를 끊김없이 전송할 수 있다. 최근 HD 동영상의 선호도와 맞물려 이 기술(AVSM)은 헤드의 쓸데없는 이동을 줄여 제품수명의 연장에 도움이 된다.

겉으로 보기엔 별다를 것 없는 기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사이즈다. 이만한 크기에 저장되는 1TB(테라바이트)의 정보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이해를 돕도록 1메가바이트의 용량을 먼저 설명하면 사진이 104만장, 또는 5메가바이트 음악이 21만곡이고 800메가바이트 영화 1300편이다.

CD타이틀로 따져보면 1,400장이고 DVD로 계산해도 210장이나 된다. CD 1,400장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해보면 실로 엄청난 용량이다.

그런대 이보다 윗 단계인 기가바이트 즉, 현재 보급된 320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 3개를 합쳐야 1테라바이트가 된다.

◆크기와 무게

크기는 보통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같지만 무게는 좀더 무겁다. 용량이 좀더 작은 모델들이 640g인데 비해 7K1000은 700g으로 60g이 더 무겁다(제조사 사양기준).

무게가 늘어난 이유는 늘어난 플래터 개수와 헤드 때문.

무게가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데스크톱PC에 탑재되겠지만 기왕이면 가벼웠으면 좋았을 것이다.

◆방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회전수를 높이면서 덩달아 높아진 것이 발열과 소음이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효과적인 냉각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쓰는데 7K1000도 예외는 아니다. 3.5인치 폼팩터라서 크기와 형태가 제한될 수 밖에 없지만 알루미늄 방열판과 스핀들모터 부분에 요철을 둬서 공기와의 접촉면을 넓혔다.

◆회로

인터페이스와 데이터처리를 맡는 메인컨트롤러는 Infineon사의 UAB-M3064-S 칩셋이 장착됐고 모터제어는 7A2519P가 담당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삼성이라 쓰인 K4S561632H-U60인데 이것은 16bit의 256Mb DRAM으로 7K1000의 버퍼이다.

기존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들이 8MB 또는 16MB 버퍼를 다는데 비해 7K1000은 1TB용량답게 32MB의 버퍼를 달고 있다. 버퍼는 클수록 좋다. 드물게 32MB 버퍼를 달고 있는 것은 분명 이 제품만의 장점이다.

◆내부구조

모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그렇듯 7K1000 역시 플래터와 헤드, 모터들로 이뤄졌다.

이중 제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플래터와 헤드인데 해당제품은 5장의 플래터와 10개의 헤드를 갖고 있다.

플래터란 자기를 써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원형의 디스크이고 헤드를 이 플래터에 자기로 데이터를 읽고 쓰는 것이다.

때문에 간단히 생각하면 플래터와 헤드가 많을수록 용량이 커진다.

또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다.

물론 요즘엔 제품마다 기록밀도가 다르고 수직기록방식이 쓰이기도 하지만 플래터와 헤드가 많을수록 용량이 커지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두 개의 헤드와 플래터로 낼 수 있는 속도가 10이라면 열 개의 헤드와 플래터라면 50이 되는 것이다.

최근 저장장치로 주목 받는 SSD 역시 같은 방식으로 메모리칩을 병렬로 여러 개를 써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플래터와 헤드가 많을수록 동시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때 헤드에서 읽고 쓰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메인컨트롤러의 성능도 중요한데 7K1000은 컨트롤러 때문에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헤드가 4개, 플래터가 2장인 제품에 비해 열 개의 헤드, 5장의 플래터로 두 배 이상의 속도를 내야겠지만 컨트롤러가 이를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플래터와 헤드가 많음에도 정작 내부전송속도나 PC에서의 인터페이스를 거친 속도에는 큰 성능 향상이 없는 것이다.

만일 지금의 7K1000 제품에 향상된 컨트롤러를 장착한다면 분명 성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플래터를 다섯 장이나 넣고도 제 성능을 모두 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구조의 반대급부로 많아진 플래터와 헤드 때문에 무게는 늘어나고 전력을 많이 소비하게 된다.

무게와 전력소비 정도는 3.5인치 제품이라는 면에서 큰 단점은 아니지만 발열은 꽤 많은 편이다.

필자는 각각 다른 제조사의 320GB 제품(히타찌, 시게이트, 웨스턴디지털)을 쓰고 있지만 그에 비해서도 7K1000의 발열은 높다.

반면 소음은 타사 제품에 비해 적다고도 할 수 있는데 해당제품뿐만 아니라 히타찌 제품들은 소음이 적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다.

◆속도

그럼 실제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하드디스크 제조사들이 앞세우는 SATA II 인터페이스는 말그대로 인터페이스의 최대 속도일 뿐이다. 어떤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이 300km/h 라고 해도 300km로 달릴 수 있는 차는 거의 없지 않은가? 때문에 인터페이스 속도는 제쳐두고 실제 속도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일단 7K1000은 이전 제품에 비해 내부 전송속도가 높아졌다. 흔히 쓰이는 320GB 제품의 내부전송속도가 998Mbit/s 인데 비해 이 제품은 1070Mbit/s로 더 빨라졌다. 역시 많아진 플래터와 헤드의 덕분이다.

먼저 흔히 쓰이는 HD Tune으로 전송속도와 액세스타임을 측정했다. 비교를 위해 필자가 가진 320GB 하드디스크 제품들의 결과도 함께 넣었다.

테스트결과를 보면 큰 차이는 아니지만 7K1000 모델이 좀 더 빠르다. 최대 평균전송속도는 물론 액세스타임에서도 앞서있다.

그리고 테스트 그래프가 좀더 안정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앞서 설명했던 이유로 많아진 플래터와 헤드의 속도를 모두 살리지는 못했지만 분명 더 빠른 것이다. 앞으로 타사의 1TB 제품들도 출시되겠지만 컨트롤러의 성능이 비슷하다고 봤을 때 아마 이 제품보다는 속도가 느릴 것이라 짐작해본다.

다음으로 HD Tach를 통한 평균 전송률 테스트에서도 역시 7K1000이 제일 빨랐다.

이곳에 공개된 결과뿐만 아니라 다른 벤치마크와 리뷰들을 보아도 이처럼 빠른 제품은 없다. 반면 CPU점유율은 4%로 동일한데 P-ATA를 통해 연결된 시게이트제품만 조금 수치가 낮다. 타 리뷰에 비해 제품 전체의 CPU점유율이 높은 것은 메인보드 칩셋의 영향으로 보인다.

벤치마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7K1000은 그 속도가 기존 제품에 비해 더 빨라졌다. 왠지 용량이 크면 속도가 느릴 것 같은 걱정이 기우임을 보여준 것이다.

플래터와 헤드가 많아져서 동시에 더 많은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고 흔하지 않은 32MB 대용량버퍼도 달려있으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수직기록방식이건 아니건, 플래터와 헤드가 많건 적건 상관없다.

어차피 사용자에게 남는 건 용량과 속도일 뿐 무엇이 필요하랴. ○○○의 세 자리 단위보다 더 큰 1이라는 숫자, 1테라바이트의 최초 제품으로서 7K1000을 만나는 순간 1이라는 숫자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