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행운의 번호 070 아이러니」

일반입력 :2007/09/21 09:42

오병민 기자 기자

한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A씨는 060 번호로 시작되는 휴대폰 스팸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어느 날 거래처에서 중요한 전화를 받기로 돼 있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번호 앞자리가 070으로 시작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060 같은 스팸 전화일거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지 않았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중요한 거래처의 인터넷 전화 번호였다. 인터넷전화가 점차 활성화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화의 앞에 붙는 070이라는 번호 때문에 인식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특히 070이라는 번호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060과 수신자부담 전화 080번호 사이에 낀 숫자라는 점은 사용자들의 인식전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070번호 아이러니원래 7이라는 숫자는 행운의 숫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060이나 080번호사이에 낀 070이라는 숫자는 그리 행운의 숫자는 아닌 듯하다. 060번호는 성인전화 등의 보이스 피싱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곤 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기피해야할 번호이다. 그리고 080번호는 대부분 기업들의 소비자 상담 전화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따라서 070이라는 번호는 사용자들에게 좋은 인상보다는 안 좋은 선입관을 가지기 쉽다고 업계는 말한다. 특히 이런 부정적인 인식과 맞물려 통화품질이나 제공회사에 대한 선입견도 좋지 않게 반영되는 상황도 연출하기 때문. 더불어 070이 인터넷전화라는 인식이 사용자들이 꺼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은 컴퓨터를 켜야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기에 그렇다.인터넷전화 업체의 한 관계자는 “070이 인터넷전화라고는 하지만 접속방법만 인터넷을 이용한 것일 뿐, 사용은 일반유선전화랑 다른 점이 없다”며 “아직까지 070이라는 번호가 인식이 좋지 않아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으로, 인식개선만 이뤄진다면 가격도 저렴하고 사용도 편리한 인터넷전화를 찾는 사용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번호이동제도가 대안, 하지만 넘어야 될 산 많아이처럼 070번호에 대한 인식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기존에 쓰던 유선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번호이동제도가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통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통신정책 로드맵에 이어 향후 발표될 2단계 로드맵에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시행 일정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번호이동제의 시행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봉착해 있다.첫 번째는 시내/외 통화권 구분에 대한 논의가 아직도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것. 시내/외 통화권 구분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항이다. 시내/외 통화권 구분은 사용자가 번호이동후 시외로 주거지를 변경할 경우 사용하던 번호를 해지하고 새로 가입해야하기 때문.그 이유는 기존의 번호를 그대로 쓸 경우 시내전화인지 시외전화인지 구분이 안 돼 시외전화를 걸고도 시외전화인지 알 수 없어 요금에 대한 문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내-시외 통화권 구분 '없애야 하나?'따라서 유선전화 사업자들은 시내/외 통화권 구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 한국케이블텔레콤 오세용 실장은 “전화를 해지하는 문제는 큰 걸림돌이기 때문에 시내/외 통화권 구분이 없는게 인터넷전화 활성화에는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앞으로 발표될 번호이동제도가 시내/외 통화권 구분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긴급통화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번호이동제도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일반전화와 같은 서비스가 보장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터넷전화는 긴급통화에 대한 지원이 되지 않고 있어 불편함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화는 기술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전화이기 때문에 사용지역 파악이 쉽지 않아 긴급통화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긴급통화 지원에 대한 기술적 제도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또 그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070에 대한 인식변화는 점차적으로 추진 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대형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파이가 커져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