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컴퓨터 시장이 슈퍼컴퓨터에 주력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그 규모만큼이나 사업성이 보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각사의 기술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슈퍼컴퓨터 시장은 인텔과 AMD 등의 CPU제조사와 IBM과 HP,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이하 썬) 같은 대형 컴퓨터 벤더들의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많은 벤더들이 1초당 1,000조회의 연산을 수행하는 페타플롭(Peraflop) 단위의 고성능 슈퍼컴퓨터(HPC:High Performance Computing)에 주력함에 슈퍼컴퓨터 시장은 점차 활황을 맞고 있다.
인텔은 최근 하이엔드 페타플롭급 클러스터에 이르는 고성능 슈퍼컴퓨팅(HPC) 기술을 발표했다. 인텔의 관계자는 “인텔이 발표한 커넥츠 케이블즈는 인텔 HPC 포트폴리오에 추가된 값진 기술”이라며 “이 기술은 각자의 슈퍼컴퓨팅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여 기술 혁신 및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썬은 '콘스텔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콘스텔레이션 시스템은 하반기 중에 텍사스대학의 텍사스고등컴퓨팅센터(TACC)에 설치될 예정이다. 한국썬의 경우, 올해 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4호기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고무된 상태.
한국썬의 유원식 사장은 “KISTI 사업 선정으로 인해 본사 브리핑때 박수갈채를 받았다”며 “이런 호응은 썬이 얼마나 슈퍼컴퓨터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썬의 슈퍼컴퓨터 사업으로 덕을 본 건 AMD이다. TACC시스템과 KISTI사업에 사용되는 시스템이 AMD의 바르셀로나를 사용하기 때문. 따라서 AMD는 이런 대형사업에 공급하기 위해 바르셀로나 출시를 서두르고 물량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IBM 역시 슈퍼컴퓨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IBM은 블루진/P라는 차세대 블루진 디자인을 공개할 계획이다. 그리고 IBM을 비롯한 많은 슈퍼컴퓨터 벤더들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개최되는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ISC)에서 슈퍼컴퓨터 기술과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슈퍼컴퓨터 현황... 「문제가 커」
이처럼 글로벌 벤더들이 슈퍼컴퓨터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상황은 그리 넉넉지 못하다. IMF 이후로 예정됐던 많은 슈퍼컴퓨터 도입이 동결됐기 때문이다. 비록 최근 KISTI의 슈퍼컴퓨터 도입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경쟁국가들 역시 앞다퉈 슈퍼컴퓨터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더 많은 슈퍼컴퓨터 도입이 필요한 상황.
국내 슈퍼컴퓨터 상황은 전세계 슈퍼컴퓨터의 1%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IT면에서 한참 뒤쳐진 말래이지아가 0.8%의 점유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 상황은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분석.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슈퍼컴퓨터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이기식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상황이 뒤쳐진 이유는 국가적인 정책 부재와 법, 제도적인 지원체계 미흡한 데 있다“며 ”슈퍼컴퓨터 관련 인력양성을 위한 슈퍼컴퓨터 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며, 법제도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술원 권장혁 교수는 “2001년까지만 해도 슈퍼컴퓨터가 없던 중국이 우리나라의 2.7배의 슈퍼컴퓨터 용량을 확보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환경에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앞으로 국가역량을 가늠할 첨단 연구에서 슈퍼컴퓨터의 활용이 필수사항이 된 만큼 국가 차원에서 관련법 제정과 슈퍼컴퓨터 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관련법 부족과 전문인력 부족은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고도 기술력을 이전받지 못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면서 기술력 이전이라는 사항도 도입조건에 포함되어 있지만, 슈퍼컴퓨터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관계자들의 관심부족으로 유용한 첨단기술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며 “KISTI 슈퍼컴퓨터 4호기 프로젝트도 썬마이크로 시스템즈의 슈퍼컴퓨터 기술이전이 포함되어 있는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이번에는 기술력 이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