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영화열차 타보니…「300km, 스크린 속으로 쾌속질주」

일반입력 :2007/07/04 22:02

류준영 기자 기자

시속 300㎞ 속도로 달리는 KTX에서 최신 개봉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KTX시네마’가 내달초 본격 운영된다.

4일 코레일(철도공사)은 세계 첫 영화열차인 ‘KTX시네마’ 시승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서울-대구 구간에서 영화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곽경택 감독의 '태풍'(하행)과 최동훈 감독의 ‘타짜’(상행), 영화예고편이 상영됐다.

이날 시승행사에 참여한 한 영화관계자는 “앞으로 세계에서 유일하며,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고속열차 영화제’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라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레일과 ㈜씨네우드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추진한 KTX시네마 열차는 모든 KTX 열차의 1호차를 영화객실로 개조한 것으로, 담당자는 “하루 160편 이상을 운행하는 KTX에선 최대 8,000여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X시네마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연간 예상수익은 어림잡아 120억 원 수준. 매 열차마다 30석 이상의 좌석이 확보될 때 기대되는 철도수입은 약 109억에 달한다. KTX시네마는 코레일의 ‘영원한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KTX시네마는 하지만 국내 티켓 판매수익뿐만 아니라 수출 상품으로써의 가치도 함께 타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KTX시네마는 지난해 특허청에 ‘영화 상영용 기차차량’에 대한 국내발명 특허와 출원을 마쳤으며, 실용신안도 등록한 상태.

안종기 코레일 열차영업팀 차장은 “KTX시네마 상영시스템은 해외 고속열차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일본 신칸센에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럴 경우 KTX와 상이한 객실의 설계구조로 인해 설치상에 에로점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개발진들의 현 기술수준이면 무난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KTX시네마의 열차구조는 57인치(1,430mm*800mm) 대형 스크린과 최신형 DLP 프로젝터 2대, 열차 창 블라인드로 구성돼 있다.

KTX시네마 한 량에 소요되는 시스템 설치비용은 총 1억 원이다.

스크린은 ‘수동 접이식 양면 스크린’으로 정방향(7좌석)과 역방향(7좌석) 모두에서 볼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스크린과의 거리는 마지막 좌석에서부터 4~5m 남짓하다.

수직 상태의 스크린은 열차의 진동을 받아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설계됐고, 여승무원도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

스피커의 경우 메인 스피커 8대가 선반 위에 설치돼 있으며, 14개의 보조 스피커가 천장에 매립돼 있다.

DLP 프로젝터는 4,000만원 상당의 고가 제품이다.

프로젝터의 경우 상영 중에도 객실 통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슬림형 제품이 우선 선택조건이 됐다. 4가지 후보 모델 중에서 일본의 P사 제품이 낙점됐다.

또한 KTX시네마 칸의 열차 창에는 일반객실과 다른 블라인드가 장착돼 외부 빛을 완벽하게 차단해 준다.

단순한 영화관 아니다…열차 진동 잡는 것이 최대 관건

“하루 4번 부산과 서울을 왕복했어요. 천장에 달려있는 DLP 프로젝터와 시름하다 보면 구역질과 어지럼증에 시달리기도 했죠”

김종원 씨네우드 엔터테인먼트 상무이사는 KTX시네마의 혹독한 개발 과정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KTX시네마는 얼핏 봐선 매우 단순해 보이는 영화상영시스템이지만 국내 기술진들의 노고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일례로 열차 천장과 프로젝터를 연결하는 고정용 브라켓은 테스트 용품으로 생산된 것만 줄잡아 30여 개. 개발일정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해 총 15개월이 걸렸다.

300km로 질주하는 고속열차에서 스크린과 DLP프로젝터의 진동을 일치시켜 영상의 흔들림을 최대한 막아내는 것이 KTX시네마의 최고 과제였다.

김종원 상무이사는 열차 내 진동을 막기 위해 “브라켓을 철이 아닌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했으며, DLP 프로젝터의 렌즈와 바디를 일체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계는 예상 밖의 압력이나 충격이 가해져도 힘의 쏠림을 'X'자 방향으로 분산시키므로 웬만한 진동에선 영상의 흔들림을 육안으로 감별하기 어렵다. KTX시네마는 여러 차례 테스트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운행을 위한 사전점검을 모두 마친 상태이다.

일반 극장비용과 동일…대전, 대구 승객은 이용 못해

KTX시네마를 이용하려는 영화관람객은 이용구간 열차운임 외에 7,000원의 별도 영화관람료를 지불하면 된다. 단, 대부분의 영화 상영시간이 1시간 이상임을 감안해, 대전, 대구에서 탑승하는 승객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코레일은 KTX시네마의 주 타켓층을 장거리 이동이 잦은 비즈니스맨으로 보고 있다.

상영작품은 15일과 30일 단위로 영화의 흥행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KTX시네마는 출발 2주전부터 예약결제가 가능하다.

한편 코레일은 이달 20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시승행사를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