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카트리지, 암호화로 막을 수 있을까

일반입력 :2007/06/28 11:48

Erica Ogg

컴퓨터 프린터 업계에서 잉크 카트리지 판매를 통해 큰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카트리지는 대부분 프린터 제조사에서 만들어 상당히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일부 카트리지는 무허가 제조사가 만들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데, 이를 복제 방지 소송 전문 변호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크립토그래피 리서치(CRI)는 프린터 제조사들이 이 같은 주요 수익원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칩은 프린터에 오프 브랜드 위조 카트리지 사용을 어렵게 하는 암호화를 사용한다.

CRI 사업개발 담당 부사장 키트 로저스는 복제를 근절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시스템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잉크 카트리지 제조가 불법은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실제로 합법적이다. 하지만 복제된 잉크 카트리지 기술은 원 제조사의 수익을 크게 감소시킨다.

연간 6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프린터 업계가 손실을 입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중고 카트리지를 충전해서 재생 카트리지가 아니라 '신제품'으로 판매

-역엔지니어링을 통한 카트리지 불법 복제

-아무 잉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해킹되거나 물리적으로 개조된 프린터

정확한 위조 수치를 집계할 수 없지만, 잉크 및 토너 업계에서 불법복제에 대처하기 위해 결성된 로비 단체인 이미지 서플라이즈 코얼리션에 따르면 업계 전체가 입는 손실은 매년 3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암호화는 특정 개인키만 정보를 열거나 해독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방법이다. 암호화는 신용카드부터 디지털 매체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사용된다. CRI는 특정 잉크 카트리지가 특정 프린터하고만 통신할 수 있는 보안 칩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 개념은 새롭지 않지만, CRI는 자사 칩이 표준 제작 공정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고비용의 특수 제조 공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칩은 대부분 해독할 수 있는 구조가 없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현미경을 통해 칩의 작동 방식을 판단하여 칩을 역엔지니어링하려는 자들의 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로저스는 (칩의) 그리드는 95% 파악할 수 있지만 작동 방식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비밀 기능도 있지만 CRI는 기밀과 경쟁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유능한 해커는 어떤 코드라도 결국 크랙한 다음 상업용으로 이를 악용할 수 있다. 일례로 고화질 DVD와 같은 제품에 대한 복제방지 암호화가 해킹 당하면 디스크를 복제 및 재생할 수 있다.

CRI는 보호 계획에 대해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칩은 각 잉크 카트리지에 대해 개별적인 랜덤 코드를 생성하기 때문에 해커가 연속적인 카트리지 코드를 모두 해독하려면 카트리지를 사용해야 한다.

CRI 기술 담당 부사장 벤자민 전은 같은 공격은 반복할 수 없게 만들고 싶다. (해커가) 암호를 계속해서 해독해야 한다면, 좋은 사업 모델이 아니라고 말했다.

크립토파이어월이라는 칩은 아직 업계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유료 TV 부문에서는 널리 사용되었다. 크립토파이어월은 셋톱박스 2,500만대가 CRI와 유사한 기술을 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CRI는 블루레이 비디오 디스크용 복제방지 기능과 유사한 기능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프린터 기술은 2008년 초 제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위조와 불법복제를 완전히 근절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CRI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인포트렌즈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데스크톱 잉크젯 프린터는 1억2,300만대, 레이저젯 프린터는 2,560만대에 이른다.

하드웨어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해 프린터 자체는 수익성이 가장 낮은 부문에 속한다. 제조사들은 잉크 판매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프린터를 판매하려고 한다. 세계 최대의 PC 제조사 HP는 실제로 프린터 사업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최근 회계 분기에서 이미징 및 프린팅 그룹에서 창출한 수익은 전체 소득 가운데 46%에 달했다. 문제는 잉크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재생 카트리지가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카트리지를 재충전해서 재판매해 프린터 제조사가 판매하는 카트리지에 대해 소비자와 기업에게 저렴한 대안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도 많이 있다.

HP 마케팅 판매 사업 부문 부사장 투언 트랜은 재생 카트리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것은 합법적인 경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포트렌즈 마케팅 담당이사 존 셰인에 따르면, 잉크젯 카트리지에 지출되는 금액의 11%, 모노크롬 레이저젯 카트리지에 지불되는 25% 가량은 자사에서 제조하지 않는 카트리지를 재판매하는 기업에 돌아간다.

셰인은 이런 사업의 절대 다수는 합법적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 불법카트리지 시장이) 중국 불법 시장보다 규모가 작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P의 트랜은 위조업체와의 경쟁에 직면하면 HP와 같은 기업들은 특허 위반 소송을 위해 '주요 무기'인 법률 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소송을 모두 피하고 HP 프린터와 협력할 수 있는 카트리지를 설계하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2003년도에 주목을 받았던 사건으로, 델에 사용될 프린터를 제조하는 기업인 렉스마크 인터내셔널은 렉스마크 프린터에 아무 잉크 카트리지나 쓸 수 있는 칩을 판매한 혐의로 프린터 소모품 전문기업 스테틱 컨트롤 컴포넌트를 법원에 제소했다. 렉스마크는 결국 패소했지만, 자사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다른 기업들의 노력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달에도 HP의 독일 자회사는 특허 받은 자사의 잉크 제조 공법을 이용한 혐의로 스위스의 프린트 공급사 펠리칸 하드카피를 고소하였으며, 지난 주에는 이 회사가 재생 카트리지를 신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05년, HP는 자사 특허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자사 잉크 제조공식을 사용한 혐의로 또 하나의 카트리지 충전회사 카트리지 월드를 기소했다.

소송 말고도 위조회사를 방어할 방법은 있다. HP는 합법적인 HP 제품을 식별하기 위해 잉크 카트리지에 홀로그램 보안 라벨을 사용하고 있다.

인포트렌즈의 셰인 역시 프린터 제조사 카트리지의 인쇄 품질은 해당 프린터에 사용하면 오랫동안 지속되지만, 재생 카트리지나 위조 카트리지는 기술 규격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CRI와 같은 기술은 적어도 앞으로 변호사 수임료를 절감하고 위조 카트리지를 제조공정 초기 단계에서 억제할 잠재력이 있다. 이 아이디어는 프린터 제조사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HP와 같은 기업들은 CRI가 실제로 판매될 때까지 지켜볼 예정이다.

트랜은 지적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어떤 회사라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