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프로젝션 TV의 시대는 갔다

일반입력 :2007/04/11 11:04

Erica Ogg

신생 기업 마이크로디스플레이(MicroDisplay)가 소비자들은 비록 평면 패널은 아니지만 값이 싸다면 프로젝션 대형 TV를 살 거라는 예상에 승부를 걸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위치한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올 여름 56인치 LCOS(실리콘액정표시장치) TV 의 생산을 개시할 계획이다. 시판은 몇 달 후로 예상하고 있으며 가격은 1,300달러에서 1,500달러 선이 될 전망이다.

소위 마이크로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라고 불리는 LCOS는 액정으로 덮인 실리콘 칩을 말한다. 칩에서 반사된 빛이 프로젝터를 관통하여 TV 스크린 상에 영상을 만들게 되는 원리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리퀴드 피델리티(Liquid Fidelity) 이름의 자사 독점 기술인 액정 씌운 칩을 이용해 리어 프로젝션 TV를 생산, 아카이나 메모렉스 등의 대중 브랜드에 공급할 계획이다.

대형 TV속의 신기술들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55, 62, 70인치 등을 비롯한 대형 TV를 생산할 예정이지만, 최종적으로는 52인치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의 TV들은 리퀴드 피델리티)라는 이름의 독자적인 단일 칩 LCOS 기술을 특징으로 한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의 55인치 프로젝션 TV의 측면이다. 프로젝션 TV들은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인데 LCD나 플라스마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어들에 비해 큰 몸집 때문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이 프로젝션 TV의 깊이는16인치 정도라고 한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의 1080p Liquid Fidelity 브랜드의 LCOS 칩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의 확대 모습이다. 액정에 싸인 이 실리콘 칩은 프로젝터로부터의 빛을 반사하여 TV 스크린 뒤로 쏘아 보낸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 TV의 내부. 내부 부속들은 중국에서 생산 및 조립되어 멕시코의 최종 생산지로 보내진다.

55인치 마이크로디스플레이 TV 뒷면. 이 제품의 생산은 올 여름에 착수되어 가을 경 협력 브랜드에서 런칭할 계획이다.

이 55인치 TV의 생산을 가능케 한 주인공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이 LCOS 칩을 이용하여 대형 프로젝션 TV를 구동한다. MIT 연구원들이 지난 1990년대 말에 발명에 상공한 이 칩은 원래 군사용 가상현실고글 제작을 위해 고안한 것이다. 가상현실 프로젝트가 잘 되지 않자, 이들 과학자들이 모여 마이크로디스플레이 회사를 차린 것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칩은 1990년대 말 MIT 연구원들이 개발한 것으로, 당초 군사용 가상현실 고글 제작을 위해 판매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다, 가상현실 프로젝트가 잘 되지 않자, 2001년, 연구원들은 TV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게 된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이 같은 배경으로 리어 프로젝션 TV 업계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 다소 엉뚱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현재 TV 부문에서 가장 잘나가는 부문은 단연 고해상도 평면 디스플레이이다. 지난 해 1720만 평면 패널이 북미 소비업체들로 출하되었으며, 이는 2005년도 대비 136% 증가한 수치이다.

반면, 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북미 프로젝션 TV 출하량은 2006년 최고치인 240만 대를 기록했으나2007년에는 190만대로 감소할 전망이다.

도대체 왜 프로젝션 TV 업계에 뒤늦게 뛰어들었단 말인가?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중역들은 이미 성숙해진 시장에 뛰어듦에 따르는 한계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는 있으나, 그만큼 확신을 할 만한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세 차례에 걸친 벤처캐피탈 펀딩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바 있으며, 생산량 증대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차기 펀딩에서 2천 내지 3천만 달러를 더 투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점 개발한 LCOS 칩과 놀랍도록 날렵한 외형, 전 직원 45명으로 꾸려가는 회사가 갖는 가격 효율성 및 중국에서의 부품 조달과 멕시코에서의 조립 등을 무기로 기존 업체들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초에 시장 자체의 상황이 쉽지가 않다. 아이서플라이의 디스플레이 리서치 담당 부사장인 폴 세멘자는 리어 프로젝션 TV의 전체 시장은 평면패널, 플라스마 및 LCD의 협공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평면 패널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가격은 하락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리어 프로젝션 TV(RPTV) 시장이 갖는 가장 큰 이점은 저렴한 가격에 더 큰 TV를 살 수 있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새로운 평면 시장 공장들이 들어섬에 따라 평면패널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계획대로 올 3/4분기부터 1,500달러 가격에 56인치 TV의 판매를 시작한다면, 비슷한 크기의 LCD TV(5, 496달러)와 플라즈마 TV(3,298달러) 평균과 비교해 파격적인 가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임원들은 평면 패널 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RPTV보다는 절대 싸질 수 없다고 믿고 있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 마케팅 담당 부사장 잔피노는 우리가 뛰어든 시장이 어떤 곳인지 쯤은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뛰어든 RPTV 시장의 상황은 번지르르한 브랜드명이나 유행이 아닌 숫자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곳이다. 대중 브랜드에 납품하게 될 마이크로디스플레이의 목표는 꽤 소박하다.

잔피노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연 10억 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이 LCOS 시장에서 「높은 한자리수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서치의 TV 시장 조사 부문 부사장 에드워드 테일러는 만일 제대로만 된다면, 그리고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55인치 이상의 TV를 위한 작지만 적당한 시장이 조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연매출 1억 달러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할인 매장 등을 통한 저가 TV 판매 전략은 이미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바로 지난 해 비지오가 제조원가를 낮추고 특정 크기의 화면을 공략하는 비슷한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평면 패널 업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비지오의 놀라운 성공을 재현하기에는 어려운 요소들이 존재한다.

첫째는 비지오가 팔았던 것은 현재 매우 성장하고 있는 인기 아이템인 평면 TV였다는 점이며, 둘째는 평면패널 업계와는 달리 리어 프로젝션TV는 그 크기 때문에 북미, 특히 미국 외의 지역에서의 대량 매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LCD와는 달리 인도나 중국, 남미 등 미국 내 소비가 주춤할 때 성장을 견인해 줄 대규모 신흥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서치의 테일러는 LCOS TV가 현재 기술적으로 가능한 최상의 TV 화면 해상도인 1080p를 구현한다는 사실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해 마이크로디스플레이의 매출 19%를 차지했던 LCOS TV는 2007년에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총 매출의 24%까지로 늘어날 수 있다고 테일러는 내다보았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점점 커지는 대형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이며, RPTV는 큰 화면을 소유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처음부터 56, 62 및 70인치라는 특정한 크기의 화면을 공략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또 다음과 같은 사실에 매우 고무되어 있다: 디스플레이 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해 3/4분기에 팔린 55인치 이상의 대형 TV의 90% 이상이 프로젝션 TV였으며 평면 패널이 나머지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가

격이 분명 가장 주요한 요소였겠지만, 프로젝션 TV가5년 전쯤 동네 스포츠 바에 흐릿한 화면의 육중한 괴물처럼 등장한 이래 오랜 기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왔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현재 대부분의 리어 프로젝션 TV들의 깊이는 20인치 이하인 반면 (물론 평면 패널 TV들은 8인치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16인치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평면 패널에 비해 전력 소비가 절반에 지나지 않아 소비자의 전기료 부담이 크게 절감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하락세에 접어든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야심으로 똘똘 뭉친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소니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의 DLP 선두주자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

DLP는 가장 널리 이용되었던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고유의 기술이다. 소니의 TV 마케팅 담당 부사장 필 아브람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그 동안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어떤 기업들은 도태하기도 했다. 우리는 현재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소니도 마찬가지이다고 말한 바 있다.

여러 가전 기업들이 LCOS 사업에 손을 뻗어 왔으며, 그 중 LCOS 시장에의 가장 화려한 입성했다가 요란하게 퇴출한 예를 꼽자면 단연 필립스와 인텔을 들 수 있다. 둘 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와 규모나 위상 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거물 기업들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DLP 사업개발담당자인 존 레더는 서류상에는 전도유망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내놓기까지의 힘든 시간을 거쳐야 하는 것이 바로 기술이다. 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리어 프로젝션 TV 시장이 몇몇 거물 브랜드들의 손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2006년 4/4분기만 봐도 소니, 삼성, 미쓰비시, 도시바 및 히타치가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서플라이의 세멘자는 후발 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라고 지적하며, LCD를 보면 이들 대기업들 모두가 뛰어들어 시장을 구성하고 있으니, 소규모 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선택되려면 소매 차원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