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TV(下)]속속 드러나는 치부…영리하지 못한 TV

일반입력 :2007/04/10 16:47

John P. Falcone

애플 TV의 콘텐츠 스트리밍 테스트에는 802.11g 와이파이 카드가 장착된 오래된 델 노트북과 유선 네트워크에 연결된 델 데스크톱 2개의 윈도우 PC를 사용했다.

두 제품 모두 애플 TV가 무선으로 연결돼 있는 벨킨(Belkin) N1 라우터와 연결했다.

스트리밍 테스트는 오디오보다 비디오에 특히 중점을 뒀다.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오디오 파일보다 더 많은 대역폭을 차지하는 비디오 파일 때문.

2편의 영화(로얄 테넌바움과 인크레더블)와 3편의 TV 프로그램(로스트 한 편, 베틀스타 갈락티카, 디 오피스)을 구매해 테스트를 수행했으며,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동기화를 하기도 전에 메뉴에서 영화를 선택하고 몇 초도 되지 않았는데 3편의 비디오가 모두 화면에 나왔다.

옆방의 노트북에서 무선으로 라우터를 거쳐 다시 무선으로 애플 TV로 스트리밍 됨에도 불구하고 버퍼링이 시작되자 비디오가 부드럽고 끊김없이 재생됐다.

따라서 DVD에서처럼 스트리밍을 하는 동안 빨리 감기와 되감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새로운 위치로 이동하려면 버퍼링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시간의 영화 파일에 대해 되감기와 빨리감기를 하는 경우 완전히 끊겨버리는 미디어 스트리밍 제품도 애플 TV에서는 즐길 수 있었다.

스트리밍을 하는 동안에도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애플 TV만의 플러스 요인이란 생각이다.

이미 예상했겠지만 응답 시간도 훨씬 더 빠르고 부드러우며, 스트리밍중인 파일이 애플 TV의 내장 하드 드라이브로 동기화된 상태에서는 거의 DVD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반응한다.

스트리밍 성능은 전체적으로 탁월했으며, 이론적으로는 802.11n의 최대 무선 속도보다 느리다고 알려져 있는 802.11g 노트북에서 스트리밍을 수행할 때도 마찬가지로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

물론 이용 중인 네트워크에 따라 스트리밍 성능도 달라진다는 점은 언제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지만 말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X박스 라이브, 비트토런트 파일 다운로딩, 스카이프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면 이 정도의 매끄러운 스트리밍은 기대하기 어렵다.

비디오 품질

이처럼 탁월한 스트리밍 성능에도 불구하고 애플 TV는 아이튠즈보다 더 심각한 단점을 갖고 있다.

비디오 품질이 평균 이하 수준이다.

아이튠의 경우 영화와 TV 프로그램은 현재 애플이 주장하는 것처럼 ‘DVD 품질에 가까운’ 최대 640x480 해상도로 이용할 수 있다.

아마도 ‘좋지 않은 아날로그 케이블의 품질’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할 듯하다.

테스트를 수행한 모든 비디오 파일이 일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DVD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섬세한 표현력을 구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상도만 문제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샘플 비디오의 횡단섹션이 매우 불규칙했다.

‘더 오피스’ 중 ‘필리스의 결혼’ 편은 품질이 괜찮았다. 247메가바이트(MB) 용량의 이 비디오를 단돈 2달러에 구입했으니 그다지 불평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로스트’의 경우 정글 숲 장면에서 MPEG 처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등 화질이 깨끗하지 못했다. ‘갈락티카’는 더 심각했다. ‘Resurrection Ship: 파트 2’ 편의 어두운 복도와 외부 전투 장면이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혼탁했다.

영화는 이보다 나았지만 TV 마니아가 아닌 일반 사람들조차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도였다.

로얄 테넌바움에서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의 반복적인 패닝 샷은 DVD에서 볼 때보다 프레임 변화가 심했으며, 서가와 목재 벽면으로 가득한 패밀리 하우스의 다양한 디테일도 종종 블랙과 브라운 얼룩 속에 묻혀 버렸다.

이와 비슷하게 인위적으로 처리된 윤곽선도 인크레더블의 첫 번째 챕터에 등장하는 지붕의 벽돌 벽면과 가족의 저녁식사 장면 중 잭잭(Jack-Jack)의 머리 부분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스트리밍 영화 트레일러는 최악이었다.

300, 그린하우스, 조디악은 완전히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그러나 이들 영화의 경우 경품으로 받아 웹에서 직접 스트리밍한 것이므로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애플 TV의 비디오 품질은 무비빔(MovieBeam)과 RCA 아킴보 플레이어(Akimbo Player) 등의 비디오 품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특히 42인치 이상 대형 TV에서 테스트를 시도하자 50 싱가포르 달러에 살 수 있는 DVD 플레이어보다 훨씬 더 품질이 떨어졌다.

아이튠 전용은 단점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면 이러한 비디오 품질 문제가 애플 TV의 결점이라고만은 말할 수 없다.

아이튠 스토어에서 구매한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품질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말이다.

테스트랩이 구매한 해상도(일반적으로 320x240에 최적화)보다 더 높은 해상도의 비디오 콘텐츠조차 대형 TV가 아니라 작은 사이즈의 스크린과 아이팟 정도의 저장용량을 갖춘 디바이스에 최적화돼 있다.

또 우리가 구매한 비디오의 경우 3.5 인치 또는 15인치 노트북 스크린에서는 품질이 쓸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같은 비디오 콘텐츠를 50인치 플라즈마에 맞추려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물론 애플도 언젠가는 진정한 DVD 해상도(720x480) 또는 진정한 HD 해상도(1,280x720)에 최적화된 낮은 압축률의 파일을 판매할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애플 TV가 아이튠에만 의존하는 ‘원 트릭 포니(one-trick pony)’이기 때문이다.

애플 TV가 경쟁 제품에 비해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세계 최대 디지털 미디어 스토어인 아이튠 스토어에서 구매한 스트리밍 콘텐츠를 작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비컴퓨터 네트워킹 제품이라는 점이다.

애플 TV에서는 아이튠에서 구매한 콘텐츠만 실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음악(CD와 MP3 파일), 팟캐스트, 사진 등 미디어 파일을 아이튠에서 구매하는 것은 사용자의 자유지만 비디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MPEG-4 또는 H.264 포맷으로 이미 제작된 콘텐츠는 대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돼 있는 수많은 AVI, WMV, DivX, Xvid 파일은 실행이 불가능하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퀵타임 프로(30 달러)가 애플 TV 친숙한 변환 사전 설정을 제공하고, 수많은 서드파티 소프트웨어도 이미 판매 중이거나 앞으로 출시될 예정이지만 아이튠이 지원하지 않는 파일 포맷을 아이튠에서 사용하려면 수많은 트랜스코딩을 거쳐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디지털 비디오를 아이팟에서 보려고 이미 최적화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파일들도 애플 TV에서 동작하기는 하겠지만 해상도는 TV보다 훨씬 더 떨어진다.

애플 TV는 24fps로 최대 해상도 1,280x720와 30fps로 960x540 해상도에서 인코딩된 파일을 처리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사용자가 선택하는 출력 해상도(480p, 720p, or 1080i)에 맞게 확대할 수 있다.

아쉬운 점

애플 TV를 선뜻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애플 TV가 아이튠 전용 제품이라는 점과 아이튠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콘텐츠와 동일한 비디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밖에도 몇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예를 들어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대한 오디오 품질은 괜찮지만 이는 스테레오일 경우에 한해서다.

이는 소스 파일에 대해서도 문제가 된다.

애플 TV가 서라운드 사운드를 처리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TV나 DVD에서 프로그램을 감상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이 역시 단점이 될 수 있다.

또 애플 TV의 하드 드라이브는 40GB밖에 안 되고 이용 가능한 공간도 33기가바이트(GB)에 불과하다.

현재 110 싱가포르 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팟이 80기가바이트(GB)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아이팟보다도 한참이나 부족한 용량이다.

뿐만 아니라 애플 TV는 상당히 매끄러운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으며, 인기 있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트레일러 등 대부분의 콘텐츠를 웹에서 직접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애플 TV를 구매한다면 다른 방이나 집 안의 다른 층에 놓인 컴퓨터와 애플 TV를 함께 동작시켜야 한다. 사용자가 6 버튼 리모콘을 이용해 전체 스토어를 브라우징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스트림라인 리스트에서 간단한 클릭만으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에는 반하는 것이다.

결론

간단한 설치, 아이튠 호환, 아이팟과 동일한 인터페이스, 그리고 디자인 측면은 맥과 아이팟에 깊이 빠져있는 소비자들에게 슬램덩크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또 테스트 랩이 그동안 본 비슷한 종류의 네트워크 미디어 제품과 비교해도 디자인과 비디오 스트리밍이 이보다 뛰어난 제품은 없었다.

그러나 아이튠과만 호환된다는 사실은 무조건적으로 애플의 온라인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의 온라인 제품은 현재로서는 애플 TV의 디스플레이로 역할할 대형 스크린의 HDTV에서 제대로 된 품질을 보장하지 못한다.

애플이 아이튠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콘텐츠의 품질을 향상시키거나 기존 비디오 파일에 대해 더 나은 변환 옵션을 제공한다면 애플 TV를 선뜻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애플 TV는 아이튠 마니아들이나 좋아할 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