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 시장에 증가하는 MS의 영향력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일부 보급형 멀티코어 프로세서 서버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가격을 소리 없이 인하했다. 오라클은 자사 보급형 서버용 「스탠더드 에디션」(Standard Edition) 및 「스탠더드 에디션 원」(Standard Edition One)에 새로운 가격산정방식을 적용함으로써 프로세서 코어의 수가 아닌 프로세서 소켓의 수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해왔던 MS의 방식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이제부터는 최대 87%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 있다. 오라클 웹사이트에 게시된 한 가격산정관련문서를 보면, MS가 경쟁제품인 SQL 서버 2005의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하기 며칠 전인 2월 16일(미국 시간)부터 위의 가격인하조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TBR(Technology Business Research)의 애널리스트인 스튜어트 윌리엄스(Stuart Williams)는 오라클이 MS로부터 일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윌리엄스는 “MS가 최근 2-3년 동안 SQL 서버부분에서 매분기 30% 이상 증가한 실적발표를 내놓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오라클의 가격인하라는 조치를 놓고 생각할 때, MS의 SQL이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 신규로 확대되는 부분, 즉, 대형데이터 센터 이외의 시장이나 작은 국가들에서 유력한 소프트웨어로 대두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며 “이래서 오라클이 초조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오라클은 1일(미국 시간) 라이선스 정책이 변경되었음을 확인해주었을 뿐 추가질문에는 응하지 않았다. 변경된 라이선스 규정을 살펴보면 고객은 이제 보급형 스탠더드 에디션 및 스탠더드 에디션 원 제품을 프로세서 코어 수의 제한 없이 4개 또는 2개의 프로세서가 탑재된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투자 가이드를 보면 과거에는 일부 멀티코어 시스템에서의 스탠더드 시리즈 소프트웨어 사용은 제약이 따랐음을 알 수 있다. 가령 4코어 프로세서가 2개 탑재된 시스템에서는 스탠더드 원 제품을 사용할 수 없었다. 새로운 가격체제의 도입으로 극적인 가격인하가 일어난 대표적 사례로는 4코어 프로세서가 4개 탑재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16 코어 각각에 대해 최고급엔터프라이즈 에디션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했다. 이제는 이와 달리 4 소켓에 대한 라이선스만 구입하고 스탠더드 에디션을 사용하면 된다. 오라클의 멀티코어 프로세서 성능을 변수로 하는 가격의 조정범위를 감안하면 32만 달러에서 48만 달러에 이르던 명목 라이선스 비용이 이제는 고작 6만 달러로 크게 인하된 것이다. 4코어 칩을 4개 탑재한 서버는 현재 보편화된 제품은 아니지만 인텔과 AMD는 올해 말경 이를 위한 프로세서를 출시할 계획이다. 오라클의 새로운 가격산정 방식에 따르면 인텔의 4코어 제온 5300 칩 2개가 탑재된 서버는 과거에는 라이선스구입비용이 6만 달러인 스탠더드 에디션을 사용해야 했으나 이제는 9,990 달러의 라이선스 구입비용을 내고 스탠더드 에디션 원을 사용하면 된다. MS는 오라클이 MS를 뒤이어 MS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동참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MS는 “시장은 단순하고 유연한 라이선스를 원한다. MS는 고객 및 협력사들에 유익한 방향으로 라이선스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며 “업계 내 여타 업체들이 우리와 비슷한 라이선스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현재 실리콘 한 단면 또는 단일 칩 패키지 내에 다수의 프로세싱 엔진을 장치한 칩을 의미하는 새로운 멀티코어 프로세서의 출현에 맞추어 라이선스 정책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중이다. 이 회사는 새로운 칩이 출현하는 시기였던 2005년 7월 및 2005년 12월에도 자사 라이선스 정책을 차례로 변경한 바 있다. 멀티코어 시대가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가격정책 서버 제조업체와 칩 메이커들은 갈수록 늘어가는 칩의 전기소모량에 골머리를 앓던 중 고심 끝에 성능 향상 수단으로 클럭 수를 늘리는 대신 다중 코어를 갖는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으로 전환했다. 프로세서 수를 기준으로 라이선스 수수료를 책정해왔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당연히 프로세서의 코어 수에 따른 수수료 산정방식을 선호했다. 이에 반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텔, AMD 등의 하드웨어 업체들은 코어 수에 관계없이 소켓에 고정되는 프로세서의 수로 프로세서를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라클은 새로운 라이선스 관련 문서에서 자신의 가격산정방식이 “단순하면서도 유연성 있다.”고 자랑했지만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예컨대 오라클의 최고급 제품인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구입하는 경우, 가격은 칩마다 서로 다른 「프로세서 인수」(processor factor)를 프로세서 코어 수에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가령 4개의 듀얼코어 파워5+ 프로세서가 탑재된 IBM 「p5-570」 서버에 대한 오라클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라이선스 비용은 코어 수 8에 프로세서 인수 0.75를 곱하고 여기에 다시 코어 당 4만 달러의 라이선스 요율을 곱한 값인 24만 달러가 된다. 8코어 울트라스팍 T1 「나이아가라」 프로세서 1개가 탑재된 썬의 T2000 서버의 경우, 코어 수 8에 프로세서 인수 0.25를 곱한 후 여기에 다시 4만 달러의 요율을 곱하면 라이선스 구매 비용은 총 8만 달러가 된다. 이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가격산정에서의 유연성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 오라클은 서버를 「정적 실체」로 보고 가격을 산정한다. 하지만 파티션 및 가상화 기술의 등장과 함께 서버 환경은 가변성을 띄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썬, IBM, HP 등이 판매하는 유닉스 서버는 자유롭게 확장 및 축소가 가능한 파티션을 허용한다. 한편 「VM웨어」(VMware) 등의 회사들이 제공하는 「가상머신기술」(virtual-machine technology)에서는 운영체제 및 이에 수반되는 소프트웨어들이 실행 중에도 한 서버에서 다른 서버로 이동될 수 있다. 이 같은 가격산정 문제에 직면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비단 오라클만이 아니다. MS는 코어 수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산정방식 대신 소켓 수에 맞춘 가격산정방식을 채택하며 공격적 행보를 보였지만 VM웨어로부터 이 가격산정방식 역시 다가오는 가상화 시대에 걸맞게 유연하지는 않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레드몽크」(Redmonk)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오그래디(Stephen O'Grady)는 이번 오라클의 새로운 가격체제가 현재의 새로운 환경을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그래디는 “오라클은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 극단적인 모습과는 달리 어느 정도 현실에 순응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프로세서 수에 맞추어 과금하는 방식이라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 및 지원 비용 산정방식은 오라클의 경쟁업체들이 현재추진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구입한 소프트웨어를 아무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델」로 궁극적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오그래디는 “오픈 소스는 이제 기술 및 선호도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측면에서도 오라클을 압박하고 있다. MySQL의 가격산정 방식대로 하면 오라클의 1개 CPU에 대한 라이선스 구입비용은 MySQL의 「사이트-와이드」(Site-Wide) 라이선스 비용과 맞먹는다. 4만 달러면 사이트-와이드 지원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