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C 코믹콘, 만화라고 얕보지 마라

일반입력 :2007/02/27 11:37

Caroline McCarthy

뉴욕시(NYC) 코믹 컨벤션(Comic Convention)에서 기자 출입증을 받으면서 처음 본 것은 「히어로즈」의 여배우 헤이든 파네티어(Hayden Panettiere)였다. 활발하고 친근한 모습의 파네티어는 스타워즈의 제국 군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파네티어와 다스 베이더급 측근들은 곧 사라져버렸지만 그곳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딱 어울리는 곳이었다.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NYC 코믹콘(ComicCon)은 그 유명한 샌디에이고의 만화 축제만큼 웅장하거나 인기인이 많은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분명히 볼만한 행사였다.

스티븐 킹에서부터 스티븐 콜버트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의 유명인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피카추 복장을 한 마스코트들이 현상금 사냥꾼 보바 펫(Boba Fett) 복장을 한 스타워즈 팬들과 팔꿈치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케빈 스미스의 영화「점원들(Clerks) 2」의 포스터가 「수퍼맨」의 기억할만한 장면들과 함께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코믹콘은 별난 사람들의 축제라기보다는 대중문화가 넘쳐흐르는 곳이었다. 사실, 만화책, 텔레비전, 영화, 비디오 게임, 미술 등의 누적된 힘이 한꺼번에 도심 맨해튼의 제이콥 K. 자비츠 컨벤션 센터의 거대한 유리벽 속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것이 코믹 컨벤션에 처음 참석한 필자가 가장 놀라게 된 점이었다. 물론 NYC 코믹콘에도 그런 행사에 대한 필자의 선입관에 딱 들어맞는 모습이 많이 있었다.

특이한 복장을 한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스탠 리(Stan Lee)와 같은 유명인의 사인을 받으려고 줄지어 서 있는 장면이나 명품 만화책과 최신 그래픽 소설 더미를 헤집고 다니는 장면, 그리고 최신 일본 만화 타이틀을 꼼꼼히 살피는 장면들이 그랬다.

하지만 필자는 많은 부스에 전통적인 의미에서 만화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품과 기념품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는「로스트」나「베로니카 마스(Veronica Mars)」와 같은 TV 쇼의 트레이딩 카드도 있었고,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나「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The Texas Chainsaw Massacre)」의 공포 영화에 나오는 악당 모습의 인형도 있었고, 새로운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불타는 바다의 해적들(Pirates of the Burning Sea)」테스트 버전도 있었다.

몇 주 전에 자비츠 센터에서 열렸던 미국 국제 장난감 박람회(American International Toy Fair)와는 달리, NYC 코믹콘은 동영상 게임을 기피하지 않았다.

방문객들은「가라오케 혁명: 미국의 우상(Karaoke Revolution: American Idol)」에서부터 「기타 영웅 2(Guitar Hero II)」나 가장 최근의 닌텐도(Nintendo)의 DS 콘솔용 포켓몬 타이틀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즐길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NYC 코믹콘에서「만화」의 정의는 상당히 자유스러워 보였다.

코믹 컨벤션의 원형에서 상당히 벗어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회사들 중 하나인 대중 문화 아울렛 기업 자이언트 로봇(Giant Robot)의 직원 겸 아티스트인 오스틴 잉글리시(Austin English)는 “만화를 단순히 단어와 그림을 함께 모아 놓은 것으로 정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어와 그림이라는 표현은 절대로 만화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었다. 1994년에 아시아 대중 문화 잡지로 창설된「자이언트 로봇」은 그 이후 정식 매거진, 온라인 매장,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지에 있는 아트 갤러리로 발전하였다.

자이언트 로봇의 NYC 코믹콘 부스에는 어글리돌(Uglydolls)을 소재로 한 화려한 컬러의 장난감들과 자이언트 로봇 잡지 과월호가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잉글리시는 자이언트 로봇이 절대로 이 컨벤션에 어울리지 않는 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이언트 로봇의 갤러리에 소속된 많은 아티스트들이 언더그라운드 만화 작가이지만, 순수 미술가들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어글리돌이 등장하는 불량스러운 온라인 코믹 스트립은 액션 시리즈「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와 별로 닮은 부분이 없을지 모르지만, 그 영향력은 분명히 있다.

NYT 코믹콘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즉 만화 자체뿐만 아니라 만화의 대중 문화적 전통을 거대하게 보여주는 행사라고 생각하게 되면 다른 많은 전시회들도 훨씬 더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NBC에서 연속물로 방영한 액션 드라마인「히어로즈(Heroes)」에 만화가 미친 영향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히어로즈는 이 컨벤션에 트레이딩 카드 및 기타 상품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고 파네티어까지 나타나 힘을 더해 주었다.

그 다음에 작년에 나온 「점원들 2」 등의 영화를 제작한 스미스의 영화에서 발췌한 기억에 남는 장면들도 있었다. 스미스도 코믹 아티스트이며 그의 뷰 애스큐 프로덕션(View Askew Productions) 사에서 제작한 많은 영화들에는 만화가 곁들여진 경우가 많다.

뉴스 코프(News Corp.)의 폭스 어토믹 픽처스(Fox Atomic Pictures)에서 내놓은 주목할 만한 디스플레이도 있었다. 이 회사는 액션/공포 영화를 주로 발표하며 종종 그래픽 소설과 만화를 함께 곁들여서 내놓는 폭스 필름 엔터테인먼트(Fox Films Entertainment)의 사업부이다.

플라잉 랩 소프트웨어(Flying Lab Software)의 CEO인 러셀 윌리엄스(Russell Williams)는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우 화려하고 극적인 픽션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플라잉 랩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불타는 바다의 해적들」을 시연하고 있었다.

그는 플라잉 랩의 새 게임이 만화와 정식 관계는 전혀 없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열렬한 만화책 애독자이기도 한 윌리엄스는 “초영웅적인 인물로 그려진 드라마틱하고 화려한 에롤 플린의 모습은 만화와 교차하는 부분이 많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만화 팬들과 게이머들이 모두 그런 종류의 이야기로 이끌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윌리엄스는 이 컨벤션의 어느 곳에서나 스타워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타워즈 만화는 아직 시작도 안됐지만, 만화 팬들이 사랑하는 바로 그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선과 악에 대한 액션 스토리이다.

마찬가지로, 컨벤션에 온 사람들은「불타는 바다의 해적들」이 만화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6월에 출시할 예정인 이 게임의 데모 스테이션은 이 행사장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었다.

물론 순수 만화팬들도 일부 있었다. NYC 코믹콘에 참석한 소수의 사람들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3 기계과 패밀리 가이즈 액션 등장인물들 옆을 투덜대며 지나「진정한」만화를 곧바로 찾아갔다. 하지만 자비츠 센터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크몬, 공포 영화, 그리고 댄스 댄스 레볼루션이 쳐들어온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은 NYC 코믹콘이 정통 만화를 보여주는 곳이라기보다는 만화 산업이 거의 한 세기 동안 전세계 대중 문화에, 즉 영화, TV, 비디오 게임, 미술, 그리고 그 외의 거의 모든 분야에 미친 영향력에 만화가 어떤 기여를 하느냐를 보여주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만화의 거미줄이 넓다고 배웠다. 하지만 아마 그들이 거미줄이 아니라 세력권을 형성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아니, 레이저 빔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