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국제 완구 박람회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어떤 예기치 않은 경향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과학 법칙」이었다.
이곳 박람회장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형, 총, 건축물 블록 및 로봇 장난감들이 전시되고 있지만 단연코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난감들이었다.
취학아동 취향의 장난감을 만드는 업체인「에듀케이셔널 인사이츠(Educational Insights)」는 태양에너지 세트, 디지털 리코딩 장비, 로봇 공학 장비 등의 완구를 전시했고 아울러 쌍안경, 망원경 및 현미경도 출품했는데 이들은 미취학아동 취향의 원색으로 된 것에서부터 고등학생들에게도 어울릴만한 매우 정교한 것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러닝 리소시스(Learning Resources)」의 대표적 장난감 중 하나로 인간 해부학을 배울 수 있도록 제작된 보드 게임인「스필 유어 거츠(Spill Your Guts)」도 눈에 띄었다.
50년 전 개미농장 세트를 출시한 바 있는「엉클 밀턴 토이즈(Uncle Milton's Toys)」는 달의 위상변화를 표현한 야간등화와 정교한 축소모형으로 제작된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재미난 보드게임을 선보였다.

「에듀케이셔널 인사이츠(Educational Insights)」의 망원경. 연령대에 따라 매우 다양한 종류를 선보였다.

「에듀케이셔널 인사이츠(Educational Insights)」의 태양에너지 세트, 디지털 리코딩 장비, 로봇 공학 장비.

보통 초등학교에서는 고생물학을 가르치지 않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완구제품은 있다. 지오사파리 아이스 에이지 디그(the GeoSafari Ice Age Dig) 세트는 고생물학자를 꿈꾸는 아동들을 위한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천문학을 가르칠 때 사용되는 모형 완구인「Star Theater planetarium」.

모든 과학 완구가 하이테크는 아니다. 오리지널 개미 농장을 선보였던 엉클 밀튼은 최근 모래를 젤로 바꾼 새로운 버전도 선보였다. 푸른 빛을 띤 이 젤은 개미가 필요한 모든 영양분과 먹거리를 제공해 이제는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

아이가 과학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부모들도 사탕을 만들거나 짓궂은 장난을 하게 도와주는 화학실험 세트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제품을 열광적으로 좋아한다.

색상 스펙트럼이나 바닷속 환경과 같은 것들을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실험 세트들은 부모들도 반기는 편.

영화「박물관이 살아 있다」의 흥행 성공으로 인기를 모은「사파리」가 출시한 야생동물 축소모형.

「그레이 아나토미」를 비롯한 의학 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해부 모형에 흥미를 보이는 아이들도 많다.

러닝 리소시스(Learning Resources)의 대표적 장난감 중 하나로 인간 해부학을 배울 수 있도록 제작된 보드 게임인「스필 유어 거츠(Spill Your Guts)」.

「펭귄- 위대한 모험」이나 「해피 피트」와 같은 영화 덕분에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펭귄 인형들.

일반적인 곤충망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곤충용 방갈로. 나비 등 곤충들이 견디기에 좀더 수월한 환경을 제공한다.

외계인과 UFO를 다룬 완구들.
한편 전시회에 참가한 거의 모든 회사들이 교육용 완구시장에 전문성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제임스 본드나「24시」의 잭 바우어(Jack Bauer) 또는 CSI 대원이 되고 싶어하는 아동들을 겨냥한 장난감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었다. 예컨대 지문체취 도구나 침입자가 들어오면 신호가 울리는 경보 회로 장치 그리고 여타 스파이 및 탐정 취향의 장난감들 말이다.
이는 왠지 나에게는 낯설어 보이는 광경이었다.
내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10살이 되기 전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자면 그 당시만 해도 친구가 집에 방문하면 그 전에 화학실험도구나 전자기기 장난감을 보이지 않게 숨겨두는 것이 어떤 사회적 의무인양 여겨졌었다(역주-과학에 흥미를 갖는 것은 유행에 뒤처지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
그런데 이곳 완구박람회에는 과학기자재 장난감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학적인 것이 지금 유행인가?”
이들 중 다수는 실용적이기까지 했다. 교육용 완구에 대해 날로 증가하는 수요 때문이리라. 박람회에 최신 현미경과 화학실험도구를 출품한「C&A 사이언티픽(C&A Scientific Co.)」의 판매책임자인 잭 라킨(Zack Larkin)은 “최근5~6년 동안 홈스쿨(homeschool)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홈스쿨 때문만은 아니다. SAT 및 대학입학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요즘처럼 과열양상을 띠는 교육풍토에서 학부모 입장에서는 과학취향의 장난감이 아이들에게 뭔가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고 나아가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같은 과목에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게다가 학교 역시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하고 덤으로 이들의 성적도 향상시켜줄지 모를 완구들을 구매하는 데 전에 없이 열성적이다. 2007-2008학년도에는「학생 낙오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의 일환으로 과학시험이 공립학교에서 의무화된다. 완구박람회에 참석한 사람치고 영업직원 등으로부터 이 정보(?)를 듣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교육 규정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과학은 요즈음 아동들 사이에서 최신 유행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상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소모적 논쟁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늘날의 대중문화 풍조가 과학을 유행의 첨단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해부학 장난감 세트들을 보라. 등골이 오싹해지는 심장절개 장난감은 부모나 나이 많은 형제가 인기 의학 드라마 시리즈인 그레이 아나토미, 스크럽스, 하우스 M.D. 등에 관해 떠드는 것을 들은 아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질지 모른다.
박람회에 법정과학 및 스파이 장비 완구류가 넘쳐나는 것은 아마도「스파이 키즈」 영화 시리즈, 십대 TV 탐정드라마인「베로니카 마스」 그리고 영원한 인기물인 제임스 본드 영화 등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사파리」가 출시한 야생동물 축소모형들 역시 공전의 히트작인 영화「박물관이 살아 있다」 덕에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흥미를 유발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유튜브 영향도 만만치 않다. 화학실험도구 완구 세트를 전문으로 제작하는「비어메이징(Be Amazing)」이 유튜브에서 (글자 그대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듯한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다이어트 콜라에 박하맛 사탕인 멘토스를 집어넣는 실험」을 따라 할 수 있는「간헐 온천」 장치 장난감을 가지고 시범을 보이자 이를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물건을 부수고 기계장치를 다시 배선하고 차량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등의 기묘하고 장난스러운 실험을 찍은 이 인기 온라인 동영상에 의해 과학과 공학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미국 아이들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신유행에 따라 장난삼아 실험하는 것을 굳이「과학」과 결부시키기는 좀 그렇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