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그가 믿는 종교인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에 대해 부적절한 글을 유즈넷(Usenet)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던 한 실리콘 밸리 엔지니어가 결국 애리조나에서 체포됐다.
엔지니어 겸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키이스 헨슨(Keith Henson)은 2일(미국시간) 애리조나 주 프레스콧에서 체포됐다. 그는 그곳에서 지난 몇 년간 거주해 왔으나 곧 캘리포니아 주로 송환될 예정이다. 그는 2001년 이와 같은 혐의로 기소되자 캐나다로 도망친 바 있다.

그가 체포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alt.religion.scientology」라는 유즈넷 뉴스그룹에 “핵이 탑재된 톰 크루즈 미사일로 사이온톨로지 신봉자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농담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에 위치한 사이언톨로지 소유 빌딩「골든 에라 프로덕션(Golden Era Productions)」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던 것도 이번 기소의 또 다른 원인이 됐다.
헨슨 측 변호사인 마이클 킬스키(Michael Kielsky)는 5일 헨슨이 이날 저녁까지 풀려나올 것으로 보이며 3월5일 심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킬스키는 또한 헨슨이 체포 및 수감 과정에서 경찰들과 교도 경비대로부터 부적절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체포 당시 경찰이 그에게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조차 없다고 말했고 구치소에서도 난방이 거의 안 되는 독방에 배치된 데다가 충분한 침구조차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포함돼 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여분의 이불을 받았지만 한 시간 뒤에 다시 빼앗겼다”며 “지금 피고인은 심장 질환이 있는 허약한 66세의 노인”이라고 강조했다.
실라 포크(Sheila Polk) 야바파이(Yavapai) 지방 검사장에게 이에 대한 문의 메시지를 남겼지만 5일까지 대답이 없었다.
헨슨의 출소는 보석금 액수에 대한 논쟁 때문에 약간 지연됐다. 판사는 그의 보석금을 7,500달러로 책정했으나 검사들의 요청으로 그 액수를 50만달러로 상향조정했다고 야바파이 지방 구치소 측은 밝혔다. 결국 판사와 변호사 간의 전화 협의를 통해 5일 오후, 보석금은 다시 5,000달러로 조정됐다.
헨슨은 프로그래밍, 전기 공학 및 미래학자로서의 업적과 더불어 사이언톨로지교 신봉자들과의 잦은 대립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벌써부터 「키이스 헨슨 구명 운동」블로그를 개설, 그의 부인인 에이럴 루카스(Arel Lucas)의 편지를 게재했으며 그를 위한 법정 투쟁 비용을 모금하고 있다. 이러한 모금 활동은 지난 1991년 설립 이후 미래학자들과 기술자들의 결집처가 되고 있는 비영리 그룹 엑스트로피 인스티튜트(Extropy Institute)의 멤버들이 이끌고 있다.
종교의 자유에 위협을 가한 혐의로 기소
헨슨은 개인이 누릴 수 있는「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범죄로 치부되도록 규정한 캘리포니아 법(422조 6항)에 따라 지난 2001년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그가 유즈넷에 게재한 게시물 중「톰 크루즈」 미사일을 사이언톨로지교 신봉자들에게 날려버리자는 내용의 농담이 공개됐다(영화배우 톰 크루즈는 매우 독실한 사이언톨로지교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로버트 슈워츠(Robert Schwarz) 지방 검사장은 사이언톨로지교 소유 빌딩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것 또한 그가 저지른「부적절한 행동」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젠 로이(Jeane Roy)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 지방 검사장은 3월5일로 예정된 심리에 헨슨의 참석 여부가 앞으로의 진행 과정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그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애리조나 주 명의의 체포영장이 발부된다. 만약 그가 참석하면 주지사 명의의 체포 영장을 발부, 이를 토대로 그를 송환하게 되고 새로운 재판 일정을 정하게 된다.
로이 검사장은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3월5일 이후에 시작될 것”이라며 “보통 주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 데 30일에서 90일 정도 가량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그가 캘리포니아 주로 송환된다면, 헨슨에게는 6개월에서 1년가량의 구치소 생활이 예정돼 있고 이후 3년 간의 보호감찰 기간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헨슨의 사례와 같은 경범죄자를 다른 주로부터 송환하는 작업이 일반적인 일이냐는 질문에 로이 검사장은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드문 일도 아니다”라며 “몇몇 사건의 경우에는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의 가족들은 감옥에서의 그의 신변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 헨슨의 딸 앰버 헨슨(Amber Henson)은 “사이언톨로지 신봉자들이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CNET News.com에 이메일로 밝혔다. 그는 “어머니와 나는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이온톨로지 측의 입장은 아직 들을 수 없었다).
기소되기 전에도 헨슨은 이미 사이언톨로지가 제기한 민사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태였다.
이 소송은 사이언톨로지교의 창시자이자 공상 과학 소설 작가로도 유명한 L.론.허바드(L.Ron.Hubbard)가 기술한 비밀성서의 내용으로 인해 비롯됐는데, 그 성서는 은하계의 대군주인「제누(Xenu)」라는 인물이 인간의 악한 마음의 근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사이언톨로지교 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문서들을 인터넷 상에서 없애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고, 헨슨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네덜란드 법정에서 이들 문서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면서 그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감금 의식, 위협 등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언톨로지 교의 전략은 예전부터 논란거리였다. 한 예로 타임지 커버스토리에는 “사이언톨로지는 종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전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일 뿐”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 바 있다. 2005년에는 TV 시리즈「사우스 파크(South Park)」도 나서서 제누와 크루즈를 한 바탕 풍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