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MP3 플레이어도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오래전 국내 사운드카드의 양방향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다이얼패드’처럼 사용자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주기만 하던 서비스가 아닌 사용자의 ‘입력’이 가능한 MP3 플레이어가 출시된 것.
씨엠테크가 선보인 신개념의 프리미엄 MP3 플레이어 'CA-K7(이하 K7)'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K7은 가라오케 기능을 채용한 MP3 플레이어다. 가라오케 기능이란 말 그대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능. 지금껏 음악을 듣는 도구로만 여겼던 MP3 플레이어를 이제 부르는 디바이스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K7의 가라오케 기능은 속도/음정/에코/볼륨 조절은 물론 보이스캔슬러(반주곡이 아닌 일반 MP3 파일) 기능도 갖추고 있다.
제품 측면에 가라오케 전용 하드키가 별도로 있기 때문에 음악 모드에서 접근이 용이하다. 전주에 맞춰 제품 상단에 위치한 내장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면 녹음이 되며 녹음된 전주와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방식이다. 감도는 정확한 편이지만 에코 조절이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해 아쉽다.

기능은 다양하다. 12시간 재생할 수 있는 음악 기능을 기본으로 동영상, FM라디오, 이미지 및 텍스트 뷰어로 사용할 수 있다. 가라오케 기능을 위한 보이스 레코팅 역시 K7의 기능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독특한 역할을 한다.

K7의 전체적인 외관과 디자인은 마치 휴대전화 모델인 초콜릿폰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더욱이 전면 인터페이스는 빨간색의 터치패드이기 때문에 더욱 유사하다. 상단에는 1.8인치 액정과 하단은 9개의 터치패드로 구성돼 요즘의 아이팟(iPod)스러운 MP3 플레이어 트렌드를 답습하고 있어 다소 식상한 느낌이다.
하지만 모서리 마감과 라인의 완성도는 여타의 제품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 다만 K7 역시 지문이나 얼룩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강화유리로 돼있는 전면 재질은 터치패드 채용과 더불어 깨끗하게 사용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사용자 주의를 요하는 첫 번째 조건이다.

K7은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약 45g의 무게로 목걸이형 MP3 플레이어의 컨셉은 아니지만 충분히 목에 걸고 다닐 만하다.
그리고 K7의 넥스트랩 연결 홀 역시 목에 걸고 다닐 때를 고려한 것인지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프로그램적으로 피벗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목걸이형 컨셉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에게 꽤 괜찮은 배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설계상의 배려까지 보여주는 K7이 놓친 것이 있다. 바로 사용자의 주의를 요하는 두 번째 조건이자 K7의 최대 장점인 가라오케 기능이 그것이다. 물론 기능 자체의 참신성이나 활용성은 인정할 만하지만, 정작 기능의 사용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유는 바로 내장 마이크의 위치다. K7의 내장마이크는 제품 상단에 위치해 있고, 감도 역시 괜찮은 편이라고 위에서 설명했다. 그러나 가사를 모르는 곡이나 모르는 사용자일 경우 아무리 가사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LCD를 보면서 부르기에는 역부족이다.
하단 터치패드 아래 부분에 마이크가 위치했다면 충분히 액정을 보면서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인데, K7을 마이크처럼 잡고 부를 수 있는 형상화에 초점을 맞췄는지 꽤 불편하다.

물론 K7의 가라오케 기능과 그 콘셉트 자체를 TV나 내비게이션 등 외부 출력장치와의 결합에 초점을 맞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K7이 TV-OUT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공간 확보와 영상기기와의 연결 작업만 감수한다면 실제 노래방과 같은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K7은 선곡이 가능한 마이크로 변신하는 것이다.
터치패드 또한 단점으로 지적할만하다. 사용자들은 궁극적으로 쉽고 간편한 접근을 추구하는데, K7의 터치패드 배열과 기능 선택은 직관적이지 못하다.
9개의 터치 포인트는 산만하게 느껴지며 볼륨과 탐색, 메뉴, 재생 버튼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뉴얼을 봐야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피치 조절 버튼과 보이스캔슬 버튼은 터치 버튼이 아닌 하드 키 방식으로 구현했으면 훨씬 편리했을 것이다.
측면 가라오케 진입/녹음 버튼과 동일한 배열이라도 좋고, 원 키에 횟수나 딜레이 조절과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선택 옵션을 제공했어도 단출한 기능키가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용자의 주의를 요하는 세 번째 조건.
K7은 가라오케라는 새로운 기능성으로 무장한 프리미엄 MP3 플레이어다. 그래서 침체에 빠진 국내 MP3 플레이어 업계에서 더욱 돋보이고 기대가 되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미 한물 간 유행인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의 답습은 실망스럽다. K7이 제시한 ‘새로운 기능을 맛볼 수 있다’는 조건이 사용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겠지만, 사용자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