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사무실에서 만납시다」

일반입력 :2007/01/25 15:07

Stefanie Olsen

미래의 직장인들은 세컨드 라이프 같은 가상 세계에서 일도 하고 삶도 즐긴다. 동료들과의 주간 회의도 재무 컨설턴트들과의 점심식사도 퇴근 후 친구들과 함께 하는 가상 쇼핑도 모두 가상 공간에서 이뤄진다.

IBM의 비전이 현실화되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IBM 기술대학(Academy of Technology) 리서치 컨설턴트 더그 맥데이빗(Doug McDavid)은 22일 밤(미국시간)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서 「가상 세계 : 준비, 발사, 조준」이라는 주제로 열린 SD포럼 행사에서 “미래 시대에 성공은 글자 그대로 게임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세대가 이러한 환경에서 살고 있고, 직장에도 이러한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들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능한 것은 재미있는 가상 공간과 업무를 통합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는 막을 수 없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IBM의 맥데이빗과 IBM 알마덴 리서치 센터의 데이브 카말스키(Dave Kamalsky)는 비영리 기관인 SD포럼이 가상 세계 비즈니스를 주제로 개최한 첫 행사에서 주요 발제자로 연단에 올랐다.

IBM이 온라인 공간의 미래 분야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상 세계에 R&D를 투자하겠다는 IBM의 약속은 이번 주 기업용 소셜 네트워킹 툴 신제품인 「로터스 커넥션(Lotus Connections) 발표와 함께 이미 입증됐다. 올해 말 출시될 이 제품은 가상 세계에서 비슷한 취미와 관심사를 갖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기업과 일반 대중들이 직장 동료들의 아바타 혹은 디지털 자아가 존재하는 가상공간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 참석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고객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기업들이 비즈니스와 종업원의 관계를 위해 가상 세계를 광범위하게 수용한다면 보안과 프라이버시 등의 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세컨드 라이프 주민들은 자신을 용, 반대 성별, 혹은 나체주의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IBM의 카말스키는 이에 대해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이슈다. 직원들에 대한 행위 코드가 필요할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는 현재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있지만 린든 랩(Linden Lab)의 서버를 우리가 제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 협약을 맺을 때 관련 사항을 가감 없이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BM의 샘 팔미사노(Sam Palmisano) CEO 겸 회장의 세컨드 라이프 아바타가 IBM과 중국 정부가 만든 가상 세계 공간인 포비든 시티의 바깥에 서 있다.

현실세계의 IBM CEO인 샘 팔미사노. 그는 베이징의 직원들과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새로운 사업에 2년 간 1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IBM이 상상하는 것은 가상 세계에서 번창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과 비영리 기관들이다. 가상 세계에서 마케터들은 자사 제품 이미지를 더 멋지게 홍보하기 위해, 그리고 유통 아울렛들은 실제 세계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이른바 메타운율(metaverse)을 사용할 수 있다.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비공식적으로 고객과 만나기 위해 가상 세계에 지점을 오픈할 수 있다.

가상 직원 회의와 비즈니스 전화회의도 가상 세계의 아바타들이 감정과 제스처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양한 장점이 있다. 실제로 IBM의 맥데이빗은 가상 세계가 항공업계에는 웹엑스(WebEx) 같은 전화회의 서비스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사고방식의 변화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맥데이빗은 양방향 가상 세계가 U2, 폭스와 CNET 네트웍스 등 언론매체, 하버드대학 같은 교육기관 등 유명인들의 유대관계를 이용해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가상 세계의 급속한 발전을 인터넷 초기 시대와 비교했다.

그는 “가상 세계와 인터넷이 존재하는 시간과의 관계는 인터넷과 실제 세계가 존재하는 시간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라며 “모든 것들이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고 말했다.

IBM은 가상 세계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일부 직원들이 가상 세계 연구에 뛰어들었으며, 「세컨드 라이프」에 12개 이상의 섬을 구입하고 2,000여명의 직원들이 현재 가상 세계 주민으로 참여하고 있다.

IBM 아일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IBM은 지난해 4월 세컨드 라이프에서 몇 개의 섬을 구입한 후 내부적으로 개발에 들어갔다. 이어 여름에는 직원들이 가족, 파트너 혹은 직장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공간인 디지털 커뮤니티 3D 잼(3D Jam)과 함께 포비든 시티(Forbidden City)와 윔블던(Wimbledon) 아일랜드를 오픈했다.

그리고 10월에는 IBM맨들이 현직/퇴직자들과 함께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상 아일랜드인 「글로벌 커넥션(Global Connections)」을 발표했다. 또 한 달 후에는 12개의 섬을 사들였으며 그중 하나는 서킷시티의 가상 테스트 매장으로 모습을 바꿨다.

이 매장에서는 아이팟과 TV 신제품을 올려놓을 수 있는 소파 등을 전시하는 등 쇼핑객들에게 서킷시티의 라운지 스타일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장을 돌아본 쇼핑객 아바타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있을 경우 서킷시티의 실제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가 몇 차례 클릭만으로 곧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 이달에는 고객들이 IBM 직원들과 로터스 소프트웨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인 로터스피어(Lotusphere)와 시어스 시범매장을 오픈했다. 다음 주에는 오스트레일리안 오픈(Australian Open) 아일랜드를 오픈할 예정이다.

IBM의 설명에 따르면 이 섬에서는 실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열리는 볼 궤도를 관람하거나 개인 주자들의 득점 포인트를 기준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그렇다면 IBM이 가상 세계의 성공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맥데이빗은 재능있는 직원들이 IBM을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세컨드 라이프 혹은 MTV의 라구나 비치(Laguna Beach) 등 가상 세계에서 성장한 아이들 세대는 궁극적으로 기업 인트라넷용 가상 세계를 구축해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는 노동력으로 성장하게 된다.

맥데이빗은 경제학적으로도 세계는 서비스 경제로 옮겨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처럼 개방적인 협업 방식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곧 이슈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터닝포인트는 자본주의 내 개인과 사회의 이익간 균형 유지와 관련이 있다”며 “극단적인 개인이 표출하는 진자의 흔들림부터 공동의 웰빙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까지 모든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