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로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프트웨어를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상업용 이익을 위해 선별적으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선택하는 이른바 체리 피킹(cherry-picking:선별적 경쟁) 전략.15일(미국시간) 중소 벤처기업 아라스(Aras)는 MS 기술로만 작성된 디자인 애플리케이션 코드를 발표하면서 오픈소스 비즈니스 모델로의 방향 전환을 천명했다. 지지부진한 성장의 늪에 빠진 소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아라스 사장 피터 슈로어(Peter Schroer)는 “회사가 성장은 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느리고 완만하다. 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거대한 방향 전환 시점에 와있다고 판단했으며 이사회에서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했다. 오픈소스 세계에서 아직 남아있는 부분은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이다. 우리는 막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최초의 기업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오픈소스로 방향을 선회한 아라스의 결정은 제품의 근간이 되는 코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의 인기에 부합하고 있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오픈소스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한 기업들은 대개 제품 지원과 업데이트 등의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부과한다. 서비스 지원을 받지 않는 고객들에게 제품에 대한 무료 사용을 보장하는 한편으로 유료 고객들에게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성능의 유료 버전과 무료 버전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오픈소스 효과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다양한 측면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리눅스 OS 및 웹사이트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데 사용되는 개발 툴과 인프라스트럭처 소프트웨어 등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제공되는 제품과 깊이 연관된 것들이다.CRM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슈거CRM(SugarCRM), ERP 업체 콤파이어(Compiere), 오픈MFG(OpenMFG) 등 몇몇 기업들은 패키지화된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오픈소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아라스는 오픈소스로의 전환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디자인과 서비스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인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분야 매출을 증가시키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PLM 소프트웨어는 고가인데다가 시장도 파라메트릭 테크놀로지(Parametric Technology), 다소 시스템(Dassault Systemes), UGS 등 소수의 대형 벤더들이 독식하고 있다. 아라스는 오픈소스를 통해 PLM 소프트웨어 가격을 선두 벤더들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기업내 다수 사원들의 배치를 더 수월하게 해주는 솔루션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슈로어에 따르면 이러한 전략은 라이선스와 2년간의 지원 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라이선스 매출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러한 방식은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으로는 매우 파괴적인 전략”이라고 밝혔다.451그룹 애널리스트 레이븐 자카리(Raven Zachary)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아니라 일부 제품라인에 대해 오픈소스를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형식이 어떻든 간에 이러한 프로젝트가 결과적으로 재무적인 성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지만 오픈소스의 일부 형태로 밀어붙이는 시장 견인력은 강력해 보인다. 자카리는 “오픈소스로 전환하면서 벤처 캐피탈을 추가로 지원받거나 고객이 증가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실패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사유 벤처기업이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소기업 생존법? 새로운 수요 창출오픈소스 비즈니스 모델 도입은 단순히 대중적인 소비를 위해 코드를 정화하고 외부의 기여를 수용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데 관한 문제만이 아니다.오픈소스 비즈니스 주창자들은 특히 고가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일 경우 라이선스 매출에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운영비용 절감이 상쇄돼 버린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는 영업과 마케팅을 정리하는 것을 의미. 예를 들어 아라스는 영업직을 없애고 그 자리에 고객의 중요한 요구사항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들을 앉혔다. 슈로어는 “어쨌든 이들 엔지니어들이야말로 고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고객은 영업사원들과는 얘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오픈소스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결정한 또 다른 기업으로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통합 미들웨어를 공급하는 아이오나 테크놀로지(Iona Technologies)가 있다. 아이오나는 2005년 자바 기반 통합 미들웨어 제품을 위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들 제품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아이오나 CEO 피터 조토(Peter Zotto)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거의 처음인데다 지원 비즈니스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여서 오픈소스로의 전환을 결정하는 데는 몇 가지 위험이 따랐다”고 토로했다.그는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던 아이오나가 시장 기회를 다시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또 오픈소스의 몇 가지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고객과 다른 기업들에게 아이오나가 업계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아이오나는 IBM, BEA 시스템, 오라클 등 쟁쟁 벤더들과 함께 중요한 표준 그룹에 참여하라는 초청을 받았다.조토는 “아직 관련 매출을 발표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픈소스 계획을 발표한 후로는 1억 달러로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마케팅 가시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잠재적으로 매출 손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까지도 이 결정을 환영했다고 덧붙였다.아라스 같은 소기업들은 고객에게 제품 코드를 제공함으로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에게만 제품 사용을 제한했을 때보다 더 광범위한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또 이러한 정책은 작은 벤더의 제품을 사용할 경우 벤더의 재무상황 악화에 대비해 기업 고객들이 제품의 복사본을 보관하는 방식인 코드 에스크로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자카리는 “초기 고객들은 자신들이 제공받는 지원 수준을 기반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리고 이들은 제품 로드맵에도 전보다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무료 오픈소스는 공유와 협업이라는 원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오픈소스를 도입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실용성에 한층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최대 규모의 사유 소프트웨어 기업인 MS조차도 공유 코드 등 다양한 오픈소스 방안들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라스 PLM 애플리케이션 코드는 MS의 코드플렉스(CodePlex) 코드 공유 사이트에서 호스트되고 MS의 공유소스 라이선스 중 하나를 사용할 예정이다.그동안 적대시 해온 오픈소스에 대한 MS의 전술 변화로 아라스는 오픈소스 전략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아라스 마케팅 부사장 마크 린드(Marc Lind)는 “역사적으로 MS와 오픈소스는 서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MS 인프라스트럭처의 편재성,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MS 제품을 기반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기업들의 능력을 보았다”고 밝혔다.아라스의 경우 기존 제품군을 모두 포기할 계획이지만 대개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몇 가지 정도는 그대로 유지한다. 소기업을 대상으로 ERP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고 있는 오픈MFG는 오픈소스의 개발 측면만을 채용하고 있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전형적인 사례. 이 회사의 애플리케이션은 오픈소스 포스트그리SQL(PostgreSQL) 데이터베이스와 트롤테크(Trolltech)의 Qt 개발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개발된 것들이다. 오픈MFG는 고객과 리셀러들이 기본 제품에 대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할 수 있는 협업 개발 프로세스를 구성했다. 오픈MFG CEO 네드 릴리(Ned Lilly)는 “벤처투자자들과 다른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무료화해 제품의 전체적인 측면을 공개해야 한다”고 오픈MFG를 압박했지만 복합적인 접근방식이 오히려 회사에는 더 적합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픈MFG가 소프트웨어 제품을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고민하지만 고객이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오픈소스로 전면적인 전환을 할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이라면 특히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기업의 경우 자사 소프트웨어를 더 많은 잠재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릴리는 오픈MFG가 적절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릴리는 “많은 기업들이 반응이 좋지 않았던 제품을 부활시키기 위해 오픈소스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나 이는 실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잘못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자’는 다른 방식으로 흔들리고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올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우리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오픈소스에 대한 비난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비난은 아마도 애플리케이션 실행 실패나 고객 관리 실패 등 과거의 잘못들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자카리는 수많은 소기업들이 무료 제품 전략을 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이 많지 않은 기업들은 라이선스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오라클, SAP 등 대형 벤더들은 유지보수 및 지원 서비스 매출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는 “대형 벤더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픈소스 혹은 SaaS(software as a service), 즉 뭔가 파괴적인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수요를 창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하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