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은 노트북용인데…슬림형 데스트톱PC 과연 믿을만 한가?

일반입력 :2006/12/29 10:27

ZDNet Korea 박승민 객원 리뷰어

개인용 컴퓨터는 뭐니뭐니해도 성능을 가장 우선시하게 된다.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와 같은 중저가 휴대용 기기는 성능이 좀 떨어진다 하더라도 디자인이 좋다면 그것이 선택의 제 1조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컴퓨터만큼은 예외다.

제아무리 디자인이 뛰어나다 치더라도 부품 사양을 외면하고 덜컥 구매를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예컨대 최근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슬림형을 추구하고 이런 유행의 반열에 동승하지 못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당하는 시대이다.

그런 경향 때문인지 요즘 PC업계에는 남부럽지 않은 사양을 갖춘 미니PC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TG삼보의 ‘리틀루온’을 비롯해 삼성의 미니PC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대 이 중에서 크게 튀지 않더라도 유독 관심이 가는 또 하나의 제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HP의 슬림PC, ‘파빌리온 슬림라인’이다.

HP 파빌리온 슬림라인 시리즈(이하 S7520)는 높이 24.5cm, 폭 11cm를 가진 전형적인 슬림 컴퓨터이다.

위의 사이즈를 보더라도 TG삼보의 리틀루온이나 삼성의 미니PC에 비하면 제품의 폭이 소폭 넓어 ‘슬림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역부족이다. 하지만 일반PC에 비해선 충분히 작고 날렵한 이미지를 갖췄다고 여겨진다.

S7520은 받침대 사용 방식이 아니라 일반 PC를 정배율로 줄여 놓은듯한 느낌이 강하며, 이 때문에 데스크톱PC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여타의 슬림형 미니PC에 비해 공간 활용이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안정성 면에선 제법 우수한 편에 속한다.

S7520은 슬롯 로딩 방식이 아닌 디스크 트레이 방식을 채택해 익숙한 사용감과 동시에 높은 인식률을 보여준다.

비록 리셋 버튼이 없지만, 파란 LED 불빛으로 감싸인 전원 버튼은 가로 혹은 세로 스탠딩에서도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라고 판단된다.

사용 빈도가 높아진 CF나 SD메모리를 정면에서 바로 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것 또한 S7520만의 매력포인트로 볼 수 있다.

USB와 스피커 단자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정면 슬롯에 커버 방식을 채택했으면 더 깔끔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S7520에는 이런 설계의 미흡함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깜찍한 옵션(?)을 제시했다.

전면에 스티커 방식의 다양한 스킨으로 꾸밀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 아이들이 있는 집안이나 독특함을 원하는 여성 유저들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 될 것이다.

S7520은 1.7GHz 속도의 인텔 펜티엄 M 프로세서 735A를 탑재한 모델이다.

그렇다. 여기까지 말하면 대충 짐작은 했을 것이다. 노트북PC용 부품이 주된 구성이다.

데스크톱PC가 노트북PC용 부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써 S7520은 다음 설명을 통해 이에 따른 장점이 더 크게 부각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확신은 소음과 발열 상태를 통해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놀라울 정도(거의 무소음에 가깝다고 해도 무리 없다)로 소음이 적은 편이며 발열 상태 역시 반나절 이상을 켜놔도 따뜻한 온기 정도만 손바닥에 남는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조건을 PC의 0순위 선택 포인트로 삼는 유저에게 S7520은 추천할만한 PC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인 3.5인치 하드디스크(200GB) 채용은 경쟁력이 있을 듯하다.

또한 윈도우 XP 미디어센터 에디션을 기본으로 비스타(Vista)까지 지원하는 PC이기 때문에 1기가바이트(GB)의 기본 메모리(2GB까지 확장 가능)을 비롯 통합방식의 시스템 사양 역시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뒷면을 보면 안타깝게도 DVI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대 고개를 갸우뚱 하게하는 것은 바로 그 위의 광출력 단자(Digital Audio Out)이다.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육각형의 변환 젠더가 없다면 큰 활용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7.1 채널을 기대하게 하는 오디오 단자들과 1394 단자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아 캠코더 연결도 가능할 듯 하다.

USB 포트는 무려 4개, 앞면의 1개 포트와 더불어 넉넉한 편이다.

가장 아래쪽에는 FM라디오도 지원하는 TV수신 단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채용된 하드웨어나 입출력 단자를 통해 활용성에 있어서 약간의 괴리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용에 무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디오까지 지원하는 통합 9 in 1 튜너나 미디어센터 OS만 잘 활용하면 거실용 홈시어터로도 손색이 없다.

게임, 동영상, 버저닝에 따른 유틸리티 설치 및 실행 등으로 기본적인 성능 테스트를 해본 결과 S7520은 여타의 미니&슬림 PC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D 게임의 마니아가 S7520를 구입할 일이 없다는 가정 하에는 (마침 설치돼 있는)카트라이더 정도의 게임은 전혀 문제없이 작동한다.

멀티미디어 구현이 중요한 유저라면 미디어 센터 에디션을 탑재한 S7520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인터넷, 오피스 워킹은 물론 특별히 ‘덩치 큰’ 프로그램만 아니라면 웬만한 유틸리티 실행이나 처리 속도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PC뿐 아니라 프린터 등의 기타 주변 장치를 제어하고 비정상적인 PC 작동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본 제공하는)소프트웨어 복구 마법사도 상당히 유용할 듯.

이 제품을 다루면서 ‘탈 성능 우월주의’란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오해는 말자. 그렇다고 성능을 도외시 했다는 뜻은 아니니까.

미니&슬림 PC의 아킬레스건인 HDD의 확장성과 업그레이드 용이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모바일 부품의 강점을 잘 접목시켰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가능했으리라 본다.

아직까지 이전 관습에 얽매여 ‘컴퓨터다운’ 큰 크기의 케이스를 선호하고 있는가?

크기가 작다고 해서 발열이 심하고 소음도 클 것이라고 지레 겁먹지 말자. 성능은 웬만한 노트북보다 뛰어남은 물론 일반 고성능, 고사양의 데스크톱PC에 버금간다. 게다가 작고 아담하며 예쁘지 않은가!

그래서 ‘탈 성능 우월주의’라는 표현을 빌었던 것이다.

비록 S7520이 미니&슬림 PC로써 첫 작품은 아니다. 설계상의 미흡한 점, 완벽하지 못한 전체적인 외부 인터페이스 구성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PC계의 새로운 흐름인 미니&슬림 PC에 도전장을 내건 HP의 첫 인상치곤 훌륭한 수준이라고 결론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