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결코 순탄치 않다!

일반입력 :2006/12/07 10:59

김효정 기자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IPTV 상용화. 방송과 통신업계의 오랜 알력 다툼 끝에 지난 달 22일 드디어 시범서비스에 돌입했다. 그리고 기구통합 입법예고와 함께 상용화는 순풍에 돛을 단 듯 했으나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IPTV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씨큐브와 다음 컨소시엄은 각각 지난 11월 22일과 27일에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애초 계획했던 11월 초에 시작해서 12월 말까지 2개월 동안 진행하겠다는 기간에서 차이를 보인다. 시범서비스가 시작됐다지만 대상가구 또한 씨큐브 컨소시엄 260여 가구, 다음 컨소시엄이 100여 가구 등 채 300가구가 되지 않고, 시범서비스 기간도 5~6주로 방송-통신 간 상호 기술호환성이나 비즈니스 모델 도출, 이용자 행태 분석 등 핵심목표 달성을 위해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IPTV 시범서비스 기간 ‘짧아도 너무 짧다’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시범서비스는 3개월 이상은 주어져야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는데, IPTV의 경우 너무 짧다는 것이 중론이다. KT 미디어본부의 심주교 상무는 “아쉽게도 합의된 시간이 부족하고 물리적으로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참가 업체의 적극적인 협조로 ‘중간 수준’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서비스 단계에서 ‘중간 수준’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보면 필요한 최소한의 테스트만을 수행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방송과 통신 기술의 호환성이나 이용자 행태 분석, 유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해 내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현재 IPTV 도입의 지연으로, 국내IT 산업은 통방융합이라는 국가 주류정책의 표류, 산업간 논쟁유발, 국제표준화 기구인 ITU에서의 경쟁력 손실 등 총체적 위기론에 봉착해 있다. 이런 시점에서 어렵게 추진된 시범서비스인 만큼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쳐 꼼꼼하게 잠재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통부 관련부서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기 위해서 시범서비스 기간을 연장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방송위와 견해 차이로 현재로서는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T 등 시범사업자들 역시 시범 서비스 후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민간에서 개별적으로 시범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송위-기간연장 불가, 통방 기술 호환성 테스트 ‘빨간불’ 이에 대해 방송위 측은 공식적인 시범서비스 기간 연장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방침이다.또한 민간 주도의 추가적인 시범서비스는 사업자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방송위 뉴미디어사업부의 김정수 부장은 “IPTV 사업은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와 기술요소가 엮어져 있는 사업이다. 처음 계획대로 당해년도에 끝나는 것으로 집행돼야 하며 기간 연장은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일단 종료 후에 사업자들의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방송위가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송위가 빠진 시범서비스의 경우, 방송위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는 지상파 방송사들도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게 되면 방송과 통신의 기술 호환성 테스트가 어려워지고, 결국 IPTV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라 할 수 있는 TV 프로그램 실시간 재전송 등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IPTV 진행 형세로 볼 때, 방송위에 결정에 지상파 방송국이 쫓아갈 수 밖에 없다. 방송위의 불가 입장에 대해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준 경쟁력 감소 포함한 후폭풍 예상물론, 이러한 문제는 기구통합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이긴 하다. 그렇지만 기구통합은 입법예고만 됐을 뿐, 정책/정치적 이유로 그 미래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기구통합이 원활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위원회가 출범하는 것은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는 2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ITU의 IPTV 표준 3차 회의가 내년 1월에 진행될 경우, 미진한 시범서비스에 대한 유럽 측의 공세가 예상된다. 지난 1, 2차 회의에서 한국은 IPTV 기술력은 앞서지만 상용화는 물론 시범서비스조차 이뤄지지 않아 불리한 입장이며, 이는 곧 표준 경쟁력에서 뒤쳐짐을 의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3년 여의 준비 끝에 이루어진 시범서비스가 별다른 성과 없는 요식행위로 끝난 후의 후폭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