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정책은 과거 일부 경제분야에 영향력을 끼치던 시기를 거쳐 경제 전반으로, 그리고 이제 정치/사회/문화 전분야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도 시민참여의 ‘거버넌스’ 형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참여정부가 최근 내놓은 새로운 국가 비전 ‘비전2030 함께 가는 희망한국’의 바탕에는 IT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IT는 전체 GDP의 15%, 수출의 36% 비중을 차지하며 경제 성장동력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제분야 뿐이 아닌 전분야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일 개최된 ‘미래비전 2006’ 행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는 “한국은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등의 난제에 미래가 막혀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IT야 말로 사회 전분야의 공통 인프라로 내/외형이 조화된 미래를 엮는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IT가 국가성장의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IT 정책 또한 사회 전분야에 상당한 파급력을 갖게 됐다. 그리고 IT에 기반한 미래사회의 성장에 따라 정부의 역할도 빠르게 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에서 ‘공공조직’으로 변화, IT가 주도통치조직으로서의 거버넌트(Government; 전통적 의미의 정부)는 법이나 제도를 강제하고 시민을 통제하는 공급자 중심의 전통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독재체제를 벗어나 각종 부정부패에 찌들어 있는 한국정부는 국정운영에 대한 개혁조치로서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검토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거버넌스란 전통적 의미의 통치 개념이 아닌,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정과 협의를 이끌어 내는, 즉 민주주의에 의한 사회적 조정기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거버넌스에서는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사회단체, NGO, 기업 간 네트워크가 강조된다. 그리고 IT 기술의 발전은 인터넷을 통해 전국민의 네트워크화를 가능케 했다. 각 정부기관의 홈페이지 활성화와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시민 참여의 기회가 확산되고 있어 이제 정부는 거버넌스로 향해 가고 있다.공사 구분이 모호해 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교도소 및 재난구조 등 정부 고유의 업무를 민간이 아웃소싱하는 경우, 보건이나 교육 부문에서 정부 공급 미흡으로 민간 참여의 확대, 그리고 KT의 사례처럼 기술발달로 인한 공기업의 민영화도 확산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 및 UN, OECD, WHO 등 국제기구 영향력 확대로 인한 정치적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고, 미디어의 세계화 특히 미군의 이라크 침공 당시 블로그의 역할 등 인터넷 미디어 발달로 정부정책의 정당성도 감소되고 있다. 때문에 ‘과거 정부(거버먼트)’에서 ‘미래 공공조직(거버넌스)’로의 변화는 미래사회로 가능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정부 구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정리해 보면, 공공조직의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은 크게 ▲ 정보기술의 발달 ▲ 시민참여 확대 ▲ 세계화 등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이 중 정보기술의 발달은 현실정부와 가상정부를 공존하게 함으로써 경쟁을 유발하고, u-IT의 등장으로 새로운 공공 서비스 확산, 정보처리능력 향상과 네트워크 가속화를 실현했다. 그리고 이는 다른 두 가지 요인에도 큰 기여를 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의 정국환 박사는 “향후 정부는 내 손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가상정부로 변화될 것이다”라며 “이를 위한 정책과제로 u-IT 고도화가 최우선이며 민간포털 수준의 정부지식시스템 구축, 가상정부를 위한 법제도 정비, 투명성을 담보하는 전자정부시스템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T 고도화와 시민 인식의 변화에 따라, 지금 당장이라도 디지털 거버넌스 구현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기득권 세력의 관료주의 속성과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현실화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범정부통합서비스 사례만 보더라도 정부부처의 이해관계와 통제로 인해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현실이다. 시민 참여가 핵심연세대 정외과 조화순 교수는 “해외 가상정부 시범 서비스 결과를 보면, IT기술 시연 문제가 아니라 기존 세력의 이해관계 등의 문제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과 함께,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혹은 미래 생활상은 어떨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고민이 있어야 가상정부 시스템과 정책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휴스턴대 피터 비숍 교수는 “정부의 본성은 자기 권한을 내놓지도 스스로 포기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디지털 거버넌스로 가기 위한 ‘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문제다”라며 “한가지 대안이 있다면 인터넷과 같은 IT를 통한 적극적인 시민의 참여다. 최근 블로그, 유투브 등으로 인한 미디어의 붕괴처럼 정책에 의해서가 아닌 시민에 의한 변화는 긍정적이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