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파동, 노트북 생산에 악영향?

일반입력 :2006/10/31 10:36

Tom Krazit

이런 경우를 상상해 보아라. 도요타는 프리우스(Prius)의 출하를 연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굿이어(Goodyear)가 수백 만개의 불량 타이어들을 리콜하는 바람에 타이어 공급이 지연된 것이다. 그나마 대체 수단으로 선택했던 미쉘린(Michelin)마저 공급량을 따라갈 정도로 생산량을 늘릴 처지가 아니다.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공급 부족으로 인해서 이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는 PC 산업 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주, 하청 랩톱 제조업체 컴팔(Compal)은 투자자들에게 소니 배터리의 대량 리콜 현상으로 인해 이들의 4분기 출하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만에 위치한 이 회사는 델, HP 등 굵직한 브랜드의 노트북을 하청받아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기업들이 명절 세일 시즌에 돌입하는 타이밍이라는데 있다. 연중 PC 판매가 가장 활발한 2개월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PC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들 중 일부는 이러한 부족 현상에 대해 모두 털어놓은 반면, 아직 몇몇 회사들은 리콜로 인한 공급 부족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말하기를 꺼리고 있다. 몇몇은 심지어 컴팔이 현 상황을 이용해서 가격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전략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하지만 만약 산업 전반에 걸쳐 일정한 충격이 온다면, 분석가들은 4분기 전망이 결국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일반적인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트포인트 테크놀로지스 어소시에이츠의 분석가 로저 케이는 “25$ 짜리 배터리가 없어서 1,400$ 노트북을 못 팔게 되는 경우는, 그 어떤 누구라고 직면하기 싫은 상황이다.” 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하지만, 이번 경향이 일상적인 방향으로 진행이 된다면, 대형 기업들은 자신들의 수요량을 어떻게든 충족시키겠지만, 중소 기업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라고 덧붙였다. 소니는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무려 900만 개가 넘는 배터리를 리콜했다. 델 노트북 폭발 사고를 포함한 몇몇 사건들로 이번 리콜은 촉발되었는데, 소니는 그들의 생산 공정 상의 결함으로 인해 배터리가 누전되어 폭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이는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밝혔다. 델은 지금까지 4200만 개의 배터리를 리콜했고, 애플은 그들의 아이 북과 파워 북에 사용될 예정이던 배터리 1800만 개를 리콜하여 그 뒤를 이었다. 델과 애플의 리콜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소니는 이들 두 제조업체에만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한 배터리가 공급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레노버가 몇 주 후 리콜을 발표했고, 소니는 결국 도시바, 게이트웨이, 그리고 후지쯔, 심지어는 자체 랩톱에 제공했던 배터리들까지 모두 리콜 해주기로 결정했다. 소니는 리콜에 대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제2회계분기에서만 4억 3,100만$를 소모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부족 현상산요, 삼성, 그리고 마쓰시타(파나소닉)와 같은 라이벌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소니의 타격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 수요를 감당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는 PC 생산 업체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 주 전화회의에서 컴팔은 그들의 4분기 노트북 출하량 예상치를 기존의 4,800~5,000만 대에서 4,600만 대로 햐향 조정했다. 컴팔은 이러한 생산 지체 현상을 모두 배터리 공급 부족 탓으로 돌렸다. 지난 3분기에 PC 생산 업체들은 총 5,910만 대를 출하했다. 가트너는 올해 PC 총 판매량에서 노트북이 차지할 비율이 1/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가면서 출하량이 13~15% 늘어나는 평소의 경향을 고려하였을 때, 4분기 중에 총 2,200만 대의 노트북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200만 개의 배터리 중 900만 개가 바로 소니의 리콜로 인해 대체되어야 할 몫이다. 한 번에 배터리를 두 개씩 사는 사람들과 이전 노트북에 사용하기 위해 배터리만 사가지고 가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고서라도, 감당해야 할 배터리의 개수는 상당히 많아 보인다. 하지만, 큐런트 어낼러시스의 분석가 사미르 바브냐니는 사실상 타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배터리를 900만 개 모두 추가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리콜은 사실 상 리베이트와 비슷한 개념이다. 회사들은 리콜을 시행한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들이 모두 리콜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그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리콜 제도를 이용하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 숫자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레노버 대표는 레노버 또한 지금까지 총 리콜 대상이었던 52만 6,000대의 배터리 중 1만여대 만이 리콜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레노버 이외에 다른 제조업체들에서도 이만큼 리콜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가정한다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수요를 맞추는데 그다지 큰 어려움은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델, HP, 레노버 또한 모두 4분기 동안 배터리 공급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게이트웨이와 에이서는 아직 그들이 배터리 부족 현상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 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애플 또한 전화를 받지 않고, 이 메일 또한 답장을 하지 않는 등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배터리를 대량 구매하는 대형 기업들은, 그들이 필요한 만큼의 배터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 순위의 하단부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 규모의 메이커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상당부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면, 가장 먼저 액세서리 부문에서 그 영향력이 시작되어, 추가로 배터리를 구입하거나 배터리를 교체하려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불편함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예로, 백업 배터리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은 물건의 출하가 몇 주 연기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거나, 일반 소매점에서 자신들의 노트북에 맞는 배터리를 사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리콜로 인한 부족분을 채우는데 발생한 어려움과 번거로움은 배터리 제조업체들 사이에 표준 규격에 대한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케이는 말했다. 그는 “모든 생산업체들 마다 각기 다른 것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호환성이 떨어져, 부족한 배터리를 다른 배터리로 충당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노트북의 배터리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생산자들에 걸쳐 AA 또는 AAA 등으로 통일 되어 있는 알카라인 건전지와 같이 표준화 되어 생산이 되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지금 현재로서는 명절(holiday) 시즌과 관련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 오히려 2007년에 이르러 심각한 부족 현상이 나타날 잠재적인 가능성도 있다고 바브냐니는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PC 회사들이 윈도우 비스타의 출시와 더불어 1분기에는 PC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시나리오가 정작 산업에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